오장섭 이어 류한열 총재 임기 못 채워..대외적 위상 '추락'


류한열 충청향우회 중앙회 총재가 돌연 총재직을 내놓으면서 향우회 안팎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진: 지난해 10월 충청향우회 중앙회 임원회의에서 총재로 추대된 류 총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류한열(79) 충청향우회 중앙회 총재가 총재직을 전격 사퇴했다. 류 총재는 지난 해 10월 오장섭 전임 총재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잔여 임기를 이어 받았다. 하지만 류 총재 역시 올해 연말까지인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중도 사퇴하면서 향우회 안팎에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20일 충청향우회 중앙회에 따르면 류 총재가 최근 일신상의 사유로 중도 사퇴함에 따라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충북 출신 김영수(71) (주)대길 회장이 총재 권한대행을 맡는다. 김 회장은 내부 규정에 따라 오는 26일 공동대표단 승인 절차를 거쳐 연말까지 류 총재의 잔여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류 총재 '돌연 사퇴' 배경에 각종 의혹 거론
류 총재 "금산 특수학교 건립, 선친기념사업회 때문"

향우회 안팎에선 류 총재가 돌연 총재직을 내놓은 데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향우회 측은 류 총재 사퇴 이유를 ‘일신상의 사유’라고 밝혔지만, 그동안 류 총재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일이 중도 하차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류 총재는 지난 19대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위해 한 향우회원에게 1억 원을 빌렸다가 갚지 못한 혐의(사기)로 경찰에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류 총재는 대선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또 지난 1월에도 향우회 공금 수 천만 원을 유용했다는 의혹으로 자체 감사를 받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향우회 내부적으로 류 총재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를 버티지 못한 류 총재가 자진사퇴 형식을 빌려 자리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하지만 류 총재는 <디트뉴스>와의 통화에서 중도 사퇴 이유를 묻는 질문에 “금산읍에 특수학교를 짓고 있는 것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하고, 선친 기념사업회도 해야 한다”고 했다.

충남 금산 출신인 류 총재는 5선 국회의원(제10, 11, 12, 13, 16대)을 지냈고, 선친은 1960∼70년대 야당의 거목이었던 류진산 전 신민당 총재이다.

잇따른 수장 중도사퇴에 위상 실추, 향우회원·지역사회 '반감'
순수 출향인사 모임 정치적 편향성 논란도 '제기'

오장섭 전 총재에 이어 류한열 총재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면서 향우회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이 곱지 않다. 지난 해 10월 향우회 중앙회 임원회의에서 오장섭 전 총재(오른쪽)와 류한열 총재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

어쨌든 류 총재의 돌연 사퇴로 향우회는 연말까지 대행체제가 불가피해졌다. 지난해부터 진행되고 있는 향우회 수장의 중도 사퇴와 대행체제를 바라보는 일부 향우회원들과 지역사회의 시각은 곱지 않다.

순수 출향인사 모임이 개인의 정치적 활동을 이유로 공정성을 잃고, 불미스러운 일까지 겹치면서 대외적인 신뢰도를 실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향우회의 정치적 편향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심하다.

류 총재에 앞서 총재직을 수행했던 오장섭 전 총재는 임기 2년을 채우고 지난해 초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불과 10개월도 안 지나 자리를 내놨다. 당시 충청대망론으로 부각됐던 반기문(73)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을 돕기 위한 차원이었다.

오 전 총재 사퇴 이후 향우회는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 예로 향우회는 지난 1월 23일 예정됐던 '2017 신년교례회'를 하루 전날 전격 취소했다. 반 전 유엔 총장이 행사 불참을 통보한 이후 내려진 결정이라는 데서 지역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현직 여당의 한 지역구 국회의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 향우회 행사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당시 저는 야당 소속이다 보니 의전은커녕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그 이후부터는 향우회 모임에 참석해야 하는지 망설여졌다”고 당시 심경을 토로했다.

순수 출향인사 모임인 충청향우회는 그동안 정치인 출신들이 수장 자리를 주고 받으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채 특정 정파에 치우쳤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일부에서는 역대 향우회 수장 대부분이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들이 앉다보니 총선이나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성이 퇴색되거나 훼손되는 일이 대물림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그동안 보수성향의 인사들이 총재직을 수행하면서 상대적으로 야권(현재 여권) 인사들에 대한 홀대와 견제도 상당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때문에 향우회가 각종 정치적 상황과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선 향우회 총재에 대한 철저한 자격 심사와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치적 성향의 행사를 지양하고 순수 친목모임을 통한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출향인사는 “언제부턴가 향우회 총재 자리가 회원들의 지지와 동의를 받아서 추대되는 것이 아니라 몇 사람이 주고받고 넘기는 식이 돼 버렸다”고 지적한 뒤 “추락한 향우회 위상을 바로 세우려면 지도부가 사욕과 정치색을 최대한 배제하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청향우회는 대전과 세종, 충남·북 출향인들의 친목단체이자 현재 전국 152개 시·군·구 지역단위 향우회를 포함해 700만 충청 향우를 대표하고 있다.

저작권자 © 디트NEWS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