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행정수도 이전 부정 발언에도 공동 대응노력 없어

이낙연 국무총리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부정적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충청권 지역사회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은 초당적 대응 모색은 커녕 논의조차 하지 않아 정치권을 향한 지역사회의 공분이 가열될 전망이다. 자료사진.

이낙연 국무총리의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한 부정적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충청권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 국회의원들은 초당적 대응을 모색하기는 커녕 논의조차 하지 않아 정치권을 향한 지역사회의 공분이 커질 전망이다.

이 총리는 지난 13일 경제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행정수도 세종시 이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자유한국당 이장우 의원(대전 동구)의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이 총리, 대정부질문서 "광화문 대통령시대와 맞지 않을 수도"  

그러나 이 의원의 질문이 거듭되자 “참고로 (문재인)대통령께서 광화문 대통령시대를 말씀하셨기 때문에 청와대를 세종시로 옮기는 것과 광화문 대통령시대가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이 정도로 제가 상식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달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와 국회를 세종시로 옮기는 수도 이전에 대해 “다수 국민이 동의를 해주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총리 발언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자 총리실은 “민심의 동향을 말한 것이며, 수도 이전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현한 것이 아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지난 달 이어 두 번째 부정 발언, 지역 여론 '부글부글'

이 총리 역시 지난 달 26일 대전 소제동 주거환경개선사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행정수도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참고’를 전제로 또다시 부정적 입장을 내놓은 것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읽힌다.

실례로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4개월이 넘도록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충청지역에서는 청와대와 총리실이 사전 교감 아래 이 총리의 발언이 나온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앞서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달 21일 현안 브리핑 직후 “이 총리 발언 전에 청와대와 총리실과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는 <디트뉴스>의 질문에 “여러 가지 어려운 점을 예상할 수 있다는 일반적 취지의 걱정이지, 총리 자신이 거기에 반대한다는 생각을 이야기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손을 저었다.

초당적 힘 모을 지역 국회의원 공동 대응 및 논의조차 없어

이 총리 발언이 충청권 민심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데도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세종시당위원장이자 충청권 최다선(7선)인 이해찬 의원은 지난 달 이 총리의 첫 번째 발언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리의 발언은 일반적인 국민적 여론을 얘기한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두 번째 발언 이후에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대전·충남 의원들도 공동 대응을 위한 움직임이나 논의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구 의원 가운데 원내 대변인만 3명(민주당 박완주·강훈식, 한국당 정용기)이지만 관련 논평 한줄 나오지 않고 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세종시 행정수도 이전을 지역의 현안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대한민국 균형발전과 분권을 위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다. 때문에 충청권 여야 의원들이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 국회 특위라도 구성해 정부의 공약 이행 약속을 받아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9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내년 지방선거에 ‘핫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개헌 국민투표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지역 정치권이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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