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혁의 에베레스트 트레킹] <15>카트만두~한국, 그리고 소회

- 일정; 카트만두 관광 후 20시 30분 발 비행기로 귀국. 익일 05시 55분 인천공항 도착.

 

07시 잠에서 깬다. 밤새 호텔 밖에서 밤새 비둘기 울음소리가 들려 잠을 다소 설쳤다. 오전 중 호텔에서 휴식을 취한다. 12시 호텔에서 마지막 달밧을 먹는다. 트레킹 중 먹었던 스텝용 달밧보다 훨씬 고급스럽다. 짐을 꾸려 호텔을 나와 보더나트(Boudhanath)를 잠깐 둘러본다. 지난해 지진으로 상부 탑신이 무너져 공사 중이다.

일부 회원이 덥고 피곤한지 아직 시간이 많은데도 그냥 공항에 가자고 한다. 9명의 일행 가운데 두세 명은 카트만두가 처음이고, 비행기 출발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았으므로 나는 가이드 자야에게 관광을 더 하자고 제안을 한다.

그러나 자야도 빨리 자신의 포카라 집으로 가고 싶은지 아무 말이 없다. 우리를 태운 승합차가 어느새 공항에 도착한다. 다수 의견을 물어봐야 함에도 슬그머니 차를 공항에 댄 것이다. 이때가 14시 40분이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20시 30분이므로 무려 6시간 전이다. 다소 피곤해도 모처럼 외국에 왔는데 더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후 네팔 스텝들은 돌아가고 우리만 공항에 남아 대합실에서 그냥 지루한 시간을 보낸다. 어이가 없고 화가 나지만 “트레킹 전 일정을 무사히 마쳤으니 됐다”하며 자위한다.

저녁도 제대로 못 먹고 마침내 비행기에 오른다. 마지막 일정 마무리가 다소 미흡해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어떠랴? 이번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통해 최고의 경치를 감상하며 실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지 않았는가! <계속>

다녀온 후의 소회 열 가지

1. 귀국 후 달아보니 몸무게가 약 2kg 빠졌다. 뱃살이 확실히 들어가고 허리가 가늘어졌다. 그러나 영양 보충한다며 연일 술과 과식을 했더니 보름만에 원상태로 회복됐다.

2. 귀국 후 건강상태에 대해 생각해보니 모두 정상이다. 다행이다. 물론 6년 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때도 난 고소가 없었다. 이유는 내 생각키에 ①튼튼한 기초체력 ②식사, 현지의 문화, 기후, 불편함 등 모든 것을 긍정적이며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내 경우 식사도 한식 대신 달밧을 먹고, 커피도 우리가 가져간 카누 대신 네팔 커피를 마셨고, 음료도 콜라나 사이다 대신 밀크티를 마셨다. ③기본 수칙(원칙) 잘 지키기. 머리 감지 말고 차가운 물 안 닿기, 보온 잘하기, 천천히 걷기 등 기본에 충실하려 했다. ④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시기(4월 말)와 기상 등 여건이 좋았다.

3. 트레킹 도중 저녁 때만 되면 콧물이 흐르거나 목이 컬컬해져 감기에 걸린 게 아닐까 걱정했지만 아침이 되면 괜찮아졌다. 치아의 경우 출국 전 점검 겸 스케일링 차 들른 치과에서 “과로나 환경변화가 닥치면 이가 아플 것”이라며 진통소염제 휴대를 권해서 준비를 했지만 고스란히 그냥 가져왔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입술도 부르트지 않았다. 고산증도 거의 없어 평소 먹는 건강식품 외에 약은 단 한 알도 먹지 않았다.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는 ①평소 체력이 좋다는 증거이며 ②사전 준비를 잘했다는 증거이며 ③트레킹 과정에서 몸 관리 및 고산병 대처를 잘했다는 증거이리라.

4. 네팔 아름답고 좋은 나라다. 그러나 한국은 더 좋은 나라다. 5월의 한국 신록은 참으로 아름답다. 집에서 당일치기로 언제나 마음 내키면 사시사철 다른 모습의 산을 오르내릴 수 있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언제나 느끼는 바지만 ‘집이 최고’다. 

5. 일행들이 사진 촬영을 좋아하신다. 각자 가져온 휴대전화로 서로 찍어주기, 셀카 등 열심히 찍는다. 이런 가운데 대포(DSLR) 사진을 선호한다. 하지만 내 한 몸 추스르기도 쉽지 않은 고지대에서 무거운 카메라를 지고 다니며 여러 모습을 담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굳이 내가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목적을 꼽자면 1순위 풍경 및 공식사진(단체사진, 행사장면 등), 2순위 나 자신 기념사진, 3순위 일행인데 일행들을 독사진으로 친절하게 찍어드리기가 쉽지 않았다. 어쨌든 친절하게 더 많이 독사진을 찍어드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6. 네팔에 또 가고 싶다. 다음에는 봄이 아닌 가을에, 단체가 아닌 5명 이내의 소수 인원으로, 빡빡한 일정이 아니라 여유롭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달밧만이 아니라 롯지에서 자유롭게 다양한 음식을 골라 먹어가며, 롯지만이 아니라 텐트에서도 숙박을 해가며 여행을 하고 싶다. 아울러 이번 에베레스트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험지·오지를 가고 싶다. 트레킹이 아닌 등정을 해보고 싶은 충동도 강렬하다.

7.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음에는 어디를 갈까 하며 후보지를 꼽는다. 트레킹은 랑탕계곡, 마나슬루, 마칼루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보다 메라피크(6476m)* 등정이 더 좋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제 단순한 트레킹보다 산 정상에 오르는 등정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5550m를 무사히 오른 만큼 킬리만자로(5895m)나 메라피크(6476m) 같은 6000m 지대에 오를 자신도 생겼다. 그래서 고른 것이 메라피크다. 고도문제만 극복하면 전문적인 빙벽기술 없이 걸어서 오를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8.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다녀온 후 나는 지인을 만나면 죽기 전에 반드시 네팔에 가보라고 권해왔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니까. 에베레스트 트레킹은 안나푸르나보다 더 훌륭하다. 그러나 지인들에게 에베레스트 트레킹을 함부로 권하지는 못하겠다. 우선 기간이 더 길고, 그만큼 비용도 더 들어가니까. 특히 고산병이 문제다.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사망까지는 아니더라도 큰 고생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이 힘들면 눈앞에 아무리 장관이 펼쳐진들 아름답게 보일 리 없다.

9. 여행기를 계속 정리하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수시로 네팔 생각이 나고 감동이 휘몰아친다.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네팔리의 친절, 타르초, 빙하, 야크가 머리와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

10. 신들의 땅 히말라야, 우리는 그곳에서 벅찬 감동과 희열을 맛보았다.

“우리 일행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감싸주시고, 많은 것을 안겨서 무사히 보내주신 히말라야의 신들께 감사드립니다. 단네밧!”

*메라피크 [Mera Peak]  

네팔의 사가르마타 지방에 있는 산으로 히말라야산맥의 일부이며, 높이는 6476m다. 트레킹 봉우리로 분류되며, 최초로 등정한 사람은 1953년 5월 20일 지미 로버츠(Jimmy Roberts) 대령과 세르파 센 텐징(Sen Tenzing)이다. 정상에 오르면 에베레스트산과 로체산(Lhotse) 그리고 초오요산(Cho Oyo)을 비롯하여 그 밖의 히말라야산맥 봉우리들이 눈에 들어온다. 고도에 적응하는 문제만 극복하면 기술적으로 오르기 쉬운 산이기 때문에 가장 인기 있는 등산로가 되었으며, 많은 여행사들이 등산 경험이 거의 또는 전혀 없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동반한 등산여행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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