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국열의 밥그릇챙기기] 평생밥벌이학교 교장

며칠 전에 집들이를 다녀왔다. '잘 풀리는 집'이라는 상표가 붙은 화장지 한 두루마기를 사들고 25평짜리 Y아파트 주인을 만났다. 나이가 71세인 지금도 충남의 외곽지역에서 작은 전통찻집을 운영하며서 남의 도움없이 스스로 벌어서 사는 또순이 여사장이었다. 어쩌면 그녀 외모가 탤런트 전원주씨처럼 똑같이 생겼는지 참으로 신기했다. 어쩌면 생전에 자매는 아니었는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힘든 인생 고비가 생길 때마다 6.25난리는 난리도 아니라며 호들갑을 떠는 장난끼 많은 여사장이다.억척같이 안먹고 안입고 안써서 한푼두푼 모아 지금의 보금자리 마련까지 남모를 애환을 듣고 있노라니 애잔한 분위기였다. 과일을 먹으며 살아온 인생역정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 TV에서 전원주씨가 출연해서 말하는 자린고비 이야기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박나세요'라며 손 흔들며 이별인사를 한뒤 돌아오는 길에 찻집 여사장님과 전원주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차량핸들을 잡았다. 그것은 절약정신이었다. 그래서 이번 칼럼에는 연예계의 짠순이 그녀의 재테크 성공비결에 대해 다루면 좋을듯 싶어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절약하고 또 절약하라, 그리고 다시 절약하라.

시집 올때 해온 그릇, 수저, 냄비, 식탁, 장롱을 아직도 쓰고 있다. 물론 빨래, 청소, 요리같은 가사도 모두 직접한다. 연예인 경력 50년에 매니저, 가사 도우미를 둔적도 없다. 심지어 로션은 다쓰고 나면 거꾸로 세워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다쓰고 비누가 닳아서 작은 조각이 남으면 그것을 모아 두었다가 여러개를 뭉쳐서 마지막까지 사용하는 지독한 짠순이다.

그뿐인가. 집안 실내에서는 형광등 끄고 있기는 말할 것도 없고 수돗물 쫄쫄쫄 나오게 쓰기, 보일러 온도 20도 이상 올리지 않기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게다가 공짜 커피와 과자는 바로 챙겨넣고 다이어리는 책상달력을 뜯어쓴다. 커피믹스 한봉지도 둘이 나눠 먹고, 코감기 걸려도 티슈 한 장만 뽑아쓰고,구두 고치는데 가서 한번 표백해서 신은뒤 표백이 안되면 까만 칠해서 신는다고 한다. 두장 붙은 휴지도 한 장를 떼어서 사용하고 평소에 거의 손빨래를 하지만 어쩌다가 빨래양이 많아 세탁기를 사용할땐 보름만에 겨우 한번씩 돌린다. 이때 빨래 행군 물로 재활용해서 수세식 변기를 청소하고 화분에 물을 주는등 참으로 지지리 궁상이다.

둘째, 죽을때까지 일하고 종자돈을 만들며 불려나가라.

지난 1963년 성우로 방송국에 입사해 받은 한달 출연료는 1만원. 1969년에 결혼해 5만원 사글세에 살았고 1972년 TBC에 입사해 월급 10만원을 받았다. 그후 10년간 악착같이 모은 종잣돈 550만원을 주식투자로 3000만원으로 불렸고 2000년엔 대학가의 상가건물을 사들여 짭짤한 시세차익과 임대수익까지 거두어 현재 자산이 무려 100억원에 이른다.

주식은 우량주 중심으로 장기투자하고 펀드 기대 수익률은 연 6-8%에 만족하며 수익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게 원칙이다. 만 76세인 그녀가 지금도 금융회사를 내집 드나들 듯 전문가와 상의한 끝에 알짜상품을 고른다고 한다. 후배들에게 쓰는 재미부터 끊으라고 호통치고 틈틈히 경제공부를 끊임없이 하라고 채찍질한다. 가끔 방송에 출연해서 사회자가 얼마까지 돈을 모을 계획이냐는 질문에 힘 닿는데까지 벌어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하곤 한다.

셋째, 통장을 수십개 만들고 관리하라. 

또순이 그녀가 현재 관리중인 통장은 40-50개다. 연예계의 저축왕이다. 수입의 90%를 저축한다. 한 통장에 적금된 금액은 결코 많지않다고 손사래를 친다. 모아서 한 개의 통장에 천만원이 적립되면 이자가 높은 상품으로 옮겨탄다. 아무리 피곤해도 수십개의 통장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호탕한 웃음을 짓는 그녀다. 부자가 되기위해서는 문턱이 닳토록 은행을 드나들어야하고 동시에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노리면 반드시 망한다고 조언하기도 한다.비록 금리가 1%시대라고 해도 단기간에 돈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은 은행이 최고라고 하면서 혹시 만기되는 적금을 찾을 때는 대여섯번 생각해본다고 한다.

재테크의 달인인 그녀의 목표 수익률은 놀랍게도 은행적금 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일축한다.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왕성하게 활동중인 그녀는 케이블TV 출연료와 재테크 강의하고 들어오는 강연료 대부분은 은행으로 즉시 입금한다고 말한다. 창피하지만 사실 불어나는 통장갯수를 정확히 모른다고 한바탕 웃는다. 이 정도면 재테크의 고수 ‘또순이’ 별명 그대로다.

넷째, 영원한 2등 인생은 없다고 외쳐라.

결혼직후부터 지난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가계부를 작성해온 그녀는 매일 필요없는 지출이 없었는지 늘 꼼꼼하게 체크하며 살림을 꾸려갔다고 했다. 특히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지폐 한 장이라도 생기면 다리미로 잘 다려서 정성껏 보관하는 모습을 보면서 돈의 소중함을 보면서 자랐다고 한다. 지난 30년간 식모 역할 밖에 맡지 못하는 무명배우였지만 지금은 다들 얼굴을 알아봐주는 인기 탤런트가 됐고 여기저기서 재테크 강연도 다니고 있는 A급 인기강사다.

작은 키에다 수더분한 외모는 연예계 생활에선 콤플렉스였다. 하지만 ‘호탕한 웃음’을 만들기위해 꾸준히 노력한 탓에 국민 아줌마로 거듭나는 인생역전 드라마가 끝내 펼쳐졌다. 짠순이 그녀는 말한다. 지금 당장 돈없이 살고 있다고 해서 또는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결코 후회하거나 절망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왜냐고 묻는 후배들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단다. “영원한 2등 인생은 없으니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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