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안광한 사장 취임 후 민영화 논의 가속화 움직임

   
안광한 MBC 사장이 첫 출근하던 24일 오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서울 여의도 사옥 앞에서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자협회보 제공.

MBC 새 사장에 김재철 전 사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안광한 MBC 플러스미디어 사장이 임명되자 언론계 안팎에서 MBC가 민영화의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역 대표 건설사인 계룡건설이 대전MBC 주식의 40%를 보유한 데다 9%의 우호지분(오성철강)을 합하면 2대주주인 상황에서 민영화가 이뤄지면 계룡이 대전MBC의 경영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전 MBC 최대주주는 (주)문화방송으로 주식보유율은 51%다.

MBC노조 “안광한 사장, 김재철 길 가겠다면 같은 운명될 것”

MBC 신임 안광한 사장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시절 MBC 노조가 정권 지향적 방송제작에 반대하며 170일간 벌였던 최장기 파업의 원인을 제공했던 김재철 전 사장의 2인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가 MBC 새 사장이 됨에 따라 MBC가 다시 김재철 체제로 복귀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MBC 민영화 계획이 안 사장을 통해 진행될 것이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안 사장이 첫 출근한 지난 24일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MBC 사장 안광한 흡족하십니까’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침묵시위를 벌였는가 하면 기자회견을 통해 “김재철의 길을 가겠다면, 같은 운명을 맞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전MBC 직원들 “지역신문 몰락과 같은 길 따라갈 것” 우려

하지만 MBC 민영화 논의는 보수 학자들을 중심으로 수년 전부터 나왔던 것이어서 MBC 직원들 사이에서도 시기의 문제이지 결국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럴 경우 2대 주주인 계룡이 대전MBC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직원들의 우려다.

대전MBC 한 직원은 "현재 계룡은 우호지분까지 포함해 49%로 2대 주주 자리인데 민영화가 이뤄지면 당연히 최대주주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지난 2008년 계룡이 대전 MBC 주식 6만주(30%)를 52억6590만원에 살 때도 싸게 샀다고들 했는데 계룡은 지금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MBC 다른 직원은 "지금도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하는 계룡이 최대 주주가 돼 경영권을 행사한다면 건설자본 아래서 제대로 된 기사를 못 쓰는 일부 지역신문들과 지역방송도 같은 처지가 되지 않겠느냐"며 "MBC 민영화는 결국 지역방송이 지역신문의 몰락과 같은 길을 따라가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광고매출 저조로 경영상 어려움과 현장 인력 노쇠화도 걱정

광고매출 저조로 인한 경영상 어려움과 현장 인력의 노쇠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MBC 직원 A씨는 "종편과의 광고 나눠먹기로 광고매출이 계속 하락해 2012년 MBC 파업 때보다도 못하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라면서 "사정이 이렇다보니 신규 인력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기자?PD 등 제작 인력의 노쇠화가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대전MBC는 지난 2011년 기자 채용 후 현재까지 신규채용을 못하고 있으며 지난 2011년 이후 임금도 동결된 상태다.

이로 인해 대전MBC를 비롯한 대구, 전주, 안동 등 전국 4개 지역방송 노조는 MBC를 상대로 전부, 또는 일부 금액에 대한 상여금 미지급 소송까지 진행 중이다.

MBC 직원 B씨는 "종편이 뜨면서 광고량 또한 계속 하락해 경영이 안 좋아지다 보니 직원들의 상여금을 주느니, 못 주느니 할 정도"라며 "이런 상황에 신규 인력채용도 이뤄지지 않아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해도 인력이 모자라 엄두도 못해 직원들의 사기마저 꺾였다"고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 훼손 우려

하지만 이런 내적 어려움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방송의 공영성과 공정성 훼손 우려다.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김재영 교수는 "MBC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되면 지역MBC부터 민영화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누가 51%의 주식을 사지 않는 한 계룡이 최대주주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지분 가진 사람들이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황에서 이미 2대주주로 있던 계룡의 경우 그 영향력은 더 강화되고 고착화 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전국 지역민방 대주주가 대부분 건설회사인데 한 지역민방의 경우 건설도급순위 20위 밖이던 건설회사가 민방 대주주가 되자마자 5위권으로 진입했을 정도"라면서 "언론 사업으로는 돈을 못 벌어도 부수적으로 누리는 반대급부들로 인해 지역 건설업체들이 언론에 참여하는 데서 기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이기동 사무국장 역시 MBC 민영화로 인한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 훼손을 우려했다.

이 국장은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역언론이 건설자본 아래서 자치단체의 눈치를 보거나 자치단체장 비위에 맞는 기사들을 생산해냄으로써 지역언론의 저널리즘 기능이 상실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전MBC 마저 지역 최대건설사인 계룡이 최대주주가 된다면 지역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 공영성 훼손 문제가 심각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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