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권상우 동산중 교생실습 오던 날

"눈 깔어∼ 어쭈, 안 깔어?"
최근 영화에서 고등학교를 2년 '꿇은' 불량제자로 열연, 백상예술대상 신인남자 연기상을 거머쥔 탤런트 권상우(28)씨가 이번에는 어엿한 '선생님'이 돼 교단에 섰다.
◈대전동산중학교에서 한달간 미술교생실습을 하게 된 탤런트 권상우씨.

한남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는 권씨(미술교육학과 95학번)가 교생실습기간인 4월 한달 동안 대전 동산중학교(교장 손정자)에 미술담당 교생으로 오게 된 것. 친형 권상명(32)씨가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어서 올 가을학기 졸업을 앞두고 교직이수의 마지막 단계인 교생실습에 도움을 얻고자 같은 학교를 선택했다.

실습 첫날인 31일 아침 8시 반.
남학교인 대전 동산중 운동장은 창문마다 다닥다닥 고개를 내민 학생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새로 오는 교생선생님을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지경이었지만 그만큼 '배우' 권상우의 인기가 '장난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아이들의 환호 속에 형 권상명 교사의 차를 함께 타고 학교에 도착한 권씨는 손정자 교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한달 간 생활할 2학년 2반 교실에 들어갔다. 1교시 수업은 학급활동(H.R)으로 간단한 인사로서 학생들을 만났다. 교실 복도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방송국 취재진과 소속사 매니저 등 관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환호 속 첫 수업 "교생 권상우입니다"

깔끔한 남색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한남대학교 교육실습생 권상우'라는 파란색 명찰을 단 권씨는 HR시간 내내 교실 뒤편에서 담임 신승욱 교사(32.미술담당)로부터 여러 가지 사항을 전해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자료를 들춰보기도 했다.
◈아이들은 탤런트 선생님과 앞으로 함께 할 날들이 가슴설레고도 기쁘다.

'나무심고 보호하기'라는 주제로 열린 학급회의를 마치며 학생들이 '교생선생님 한마디'를 요청하자 권씨는 "교실에 화분이 무척 많은데 잘 가꾸고 아끼자"는 선생님(?)다운 말로 환호를 받았다. 신승욱 교사는 " 사인은 나중에 받아줄 테니 실습기간동안 교생선생님 쫓아다니며 귀찮게 하지 말라"며 아이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권씨는 눈병으로 한쪽 눈이 붉게 충혈된 데다 전날 밤 11시에 대전에 도착해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의 수줍은 미소와 예의바른 태도는 '교생 권상우'의 모습을 한껏 돋보이게 했다.

"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잘해주고 싶네요. 사인 해달라는데 지금은 '교생' 신분으로 왔으니까 교생활동 끝난 다음에 시간을 내서 해줄 생각이고요. 연예인이라는 선입견도 있는 만큼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권씨 스스로의 의지도 대단해서 4월 한달 간 교생실습을 위해 지난 16일 주인공으로 출연한 SBS드라마 종영 이후 모든 촬영 스케쥴을 5월 중순으로 미뤘을 정도.

" 미술교육학과생인 제게 교생실습은 당연한 과정이고 마침 시기도 적절했습니다. 작년에 신청하려고 했던 만큼 1년동안 준비한 것이고요. 처음이라 서툴지만 형이 같은 학교에 있다는 점이 많은 의지가 되죠. 교장선생님께서도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오히려 죄송하네요(웃음)"

모든 촬영 5월로‥ " 아이들 엄하게 다스릴 터"
◈교실에 들어서기 전 손정자 교장(우), 권상명 교사(좌)와 실습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달동안 교생 실습을 책임지게 된 동산중 손정자 교장(62)은 권씨를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전에 권상우씨와 함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리포터가 속 대사를 주문하자 권교생이 '그건 비교육적 언어라 좀 그렇다'며 양해를 구하더군요. 형인 권상명 교사도 그렇지만 말을 가려하고 조심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요. 몸에 밴 예의범절과 겸손함이 두드러지지요"

손교장은 또 배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교생으로서 현장 실습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 배려도 요청할 수 있었을 텐데 촬영일자를 5월로 미루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교생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물론 성적도 좋아야 했고요. 흔히 교생이전에 '정상에 오른 배우'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본인의 의지가 대단한 만큼 훗날 교단에 설 것을 염두에 두고 차분히 임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인터뷰 동안에도 옆에 앉은 형 권상명 교사에게 일정과 시간표 등을 물어 교무수첩에 일일이 적는 등 긴장한 모습도 살짝 비쳤다.

" 선생님이란 이름이 어렵고도 힘든 직업인데 제가 그렇게 불린다는 점이 사실 부담스럽지요. 물론 '연기자'라는 이름도 그렇고요. 그런만큼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창문마다 다닥다닥 붙어서서 교생선생님께 환호를 보내는 동산중 학생들의 모습.

권씨는 4월 한 달간 형 집에 함께 머무르면서 아침 8시 20분에 출근, 오후 4시 30분에 퇴근하게 된다. 출퇴근시간 학생들이 몰리는 등 사고예방을 위해 오전 8시와 오후 4시에는 중부경찰서 교통과 경찰들이 학교 앞에 나와 출퇴근을 돕기로 했다.

" 엄하게 다스려야죠.(웃음) 저도 어엿한 선생님인데 학교에 놀러오는 건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잘못된 것을 접하거나 한다면 무엇보다 엄격하고 강하게 가르칠 생각입니다. 물론 학교에 조금 먼저 도착해서 아이들과 청소도 같이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앞으로의 '각오'를 이야기하면서 권씨와의 짧은 만남은 마무리됐다.

3교시 참관수업을 위해 서둘러 교무수첩을 챙겨 복도를 오르는 뒷모습에서는 이미 배우를 넘어 '교생 권상우'로서의 당찬 이미지가 스며나오는 듯 했다.

"진정 원하는 일 위해 최선 다하기를"

[미니토크] 형 권상명·최선아 씨 부부

형 권상명씨(33)와 형수 최선아씨(30)는 각각 대전 동산중학교와 갈마초등학교에 재직중인 부부교사다. 아들 둘을 교사로 키우고 며느리도 교사이길 원했던 어머니 홍차선 여사(55)의 뜻에 따라 지난 99년 결혼했다. 이후 상우씨가 본격적인 연예활동을 시작하면서 4식구가 함께 살던 월평동 누리아파트를 처분하고 어머니와 동생은 서울에, 형 부부는 둔산동 아파트를 얻어 분가했다.

"상우가 8개월, 제가 5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바람에 어머니의 고생이 많으셨죠. 우리 형제가 교직을 택하길 원하신 것도 남보다 반듯하게 키우려는 점 때문인 것 같아요. 가끔 상우를 볼 때면 제 동생이지만 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곤 해요. 착하게 커준 것이 대견하지요"

배우 이전에 '미술학도' 권상우가 있기까지는 한남대 미술학과 출신인 외삼촌의 영향이 컸다. 초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한집에 살던 외삼촌은 화실에 갈 때면 조카를 데리고 다녔고 어린 상우는 눈으로 보고 들으면서 곧잘 그림을 끄적거리곤 했는데 제법 재주가 있어 외삼촌께 칭찬을 받곤 했었다고.

" 중3 때 군에 있는 제게 미술을 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냈더군요.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해서 반대하고 싶었지만 본인의 생각을 존중해주기로 했죠. 충남고에 입학하면서부터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시작한 것이 한남대 입학으로 이어졌어요"

미대 출신 외삼촌 영향.. 미술교사 꿈 키워

형의 눈에는 어린 동생이 그저 걱정될 따름이지만 요즘에는 부쩍 어른으로 성장했음을 느낀다.

"며칠 전에는 갑자기 '실습 때 뭘 준비해야 하느냐'고 전화가 왔길래 무심코 '양복 입어야 되고.."하는 식으로 이야기했더니'그런 거 말고 교재나 수업방식은 어떻게 해야하느냐"고 되묻더군요. 속으로 놀랐죠. 기특하기도 하고.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데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준비하고 있었더라구요. 실습 때 제출한 서류에도 연기든 미술이든 훗날 교단에 서고 싶다는 의사를 적었더군요"

상우씨보다 두살 위인 형수 최선아씨도 시동생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 어머니와 남편은 연기평에 너무 객관적이어서요(웃음) 드라마 자막이 올라가면 즉각 전화를 걸어 '어떤 장면에서 어색했다, 어제보다는 낫더라' 등 즉석 모니터를 하세요. 스캔들이라도 나면 기획사와 본인에 직접 확인하고요. 그런 이야기 나오지 않게 처신을 잘 하라는 말을 자주 하죠. 가족이 더 난리니까 도련님도 더 조심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것 같아요. '나 어디(방송)에 나온다, 뭐 촬영한다' 등등 알려주고요"
◈디트뉴스24 독자들에게 보내는 권상우씨의 싸인.

떨어져 지내는 가족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것이 바로 전화. 매일 두 세번씩은 통화한다고. 방학시즌에는 형 부부가 서울로 올라가 가족끼리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최근에는 상우씨의 백상예술상 수상과 함께 올 9월 예쁜 조카가 태어나게 돼 경사가 겹쳤다.

" 어머님 뜻대로 교편을 잡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제 나름대로 입신양명(立身揚名) 했으니까요(웃음) 다만 좀더 멀리 내다보고 자기 인생을 설계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좋은 사람 만나 장가도 갔으면 하고요(웃음) 대중이나 주변상황에 이끌려 무조건 달려오기만 했었던 만큼 앞으로 진정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가 있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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