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권상우 동산중 교생실습 오던 날
최근 영화에서 고등학교를 2년 '꿇은' 불량제자로 열연, 백상예술대상 신인남자 연기상을 거머쥔 탤런트 권상우(28)씨가 이번에는 어엿한 '선생님'이 돼 교단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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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는 권씨(미술교육학과 95학번)가 교생실습기간인 4월 한달 동안 대전 동산중학교(교장 손정자)에 미술담당 교생으로 오게 된 것. 친형 권상명(32)씨가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어서 올 가을학기 졸업을 앞두고 교직이수의 마지막 단계인 교생실습에 도움을 얻고자 같은 학교를 선택했다.
실습 첫날인 31일 아침 8시 반.
남학교인 대전 동산중 운동장은 창문마다 다닥다닥 고개를 내민 학생들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 했다. 새로 오는 교생선생님을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지경이었지만 그만큼 '배우' 권상우의 인기가 '장난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아이들의 환호 속에 형 권상명 교사의 차를 함께 타고 학교에 도착한 권씨는 손정자 교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한달 간 생활할 2학년 2반 교실에 들어갔다. 1교시 수업은 학급활동(H.R)으로 간단한 인사로서 학생들을 만났다. 교실 복도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방송국 취재진과 소속사 매니저 등 관계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환호 속 첫 수업 "교생 권상우입니다"
깔끔한 남색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한남대학교 교육실습생 권상우'라는 파란색 명찰을 단 권씨는 HR시간 내내 교실 뒤편에서 담임 신승욱 교사(32.미술담당)로부터 여러 가지 사항을 전해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자료를 들춰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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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심고 보호하기'라는 주제로 열린 학급회의를 마치며 학생들이 '교생선생님 한마디'를 요청하자 권씨는 "교실에 화분이 무척 많은데 잘 가꾸고 아끼자"는 선생님(?)다운 말로 환호를 받았다. 신승욱 교사는 " 사인은 나중에 받아줄 테니 실습기간동안 교생선생님 쫓아다니며 귀찮게 하지 말라"며 아이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권씨는 눈병으로 한쪽 눈이 붉게 충혈된 데다 전날 밤 11시에 대전에 도착해 다소 피곤해 보였지만 아이들을 대할 때의 수줍은 미소와 예의바른 태도는 '교생 권상우'의 모습을 한껏 돋보이게 했다.
"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잘해주고 싶네요. 사인 해달라는데 지금은 '교생' 신분으로 왔으니까 교생활동 끝난 다음에 시간을 내서 해줄 생각이고요. 연예인이라는 선입견도 있는 만큼 그래서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권씨 스스로의 의지도 대단해서 4월 한달 간 교생실습을 위해 지난 16일 주인공으로 출연한 SBS드라마 종영 이후 모든 촬영 스케쥴을 5월 중순으로 미뤘을 정도.
" 미술교육학과생인 제게 교생실습은 당연한 과정이고 마침 시기도 적절했습니다. 작년에 신청하려고 했던 만큼 1년동안 준비한 것이고요. 처음이라 서툴지만 형이 같은 학교에 있다는 점이 많은 의지가 되죠. 교장선생님께서도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오히려 죄송하네요(웃음)"
모든 촬영 5월로‥ " 아이들 엄하게 다스릴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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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동안 교생 실습을 책임지게 된 동산중 손정자 교장(62)은 권씨를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전에 권상우씨와 함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리포터가 속 대사를 주문하자 권교생이 '그건 비교육적 언어라 좀 그렇다'며 양해를 구하더군요. 형인 권상명 교사도 그렇지만 말을 가려하고 조심하는 모습이 눈에 띄고요. 몸에 밴 예의범절과 겸손함이 두드러지지요"
손교장은 또 배우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교생으로서 현장 실습을 최대한 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학교 측 배려도 요청할 수 있었을 텐데 촬영일자를 5월로 미루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교생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물론 성적도 좋아야 했고요. 흔히 교생이전에 '정상에 오른 배우'라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지만 본인의 의지가 대단한 만큼 훗날 교단에 설 것을 염두에 두고 차분히 임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인터뷰 동안에도 옆에 앉은 형 권상명 교사에게 일정과 시간표 등을 물어 교무수첩에 일일이 적는 등 긴장한 모습도 살짝 비쳤다.
" 선생님이란 이름이 어렵고도 힘든 직업인데 제가 그렇게 불린다는 점이 사실 부담스럽지요. 물론 '연기자'라는 이름도 그렇고요. 그런만큼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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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씨는 4월 한 달간 형 집에 함께 머무르면서 아침 8시 20분에 출근, 오후 4시 30분에 퇴근하게 된다. 출퇴근시간 학생들이 몰리는 등 사고예방을 위해 오전 8시와 오후 4시에는 중부경찰서 교통과 경찰들이 학교 앞에 나와 출퇴근을 돕기로 했다.
" 엄하게 다스려야죠.(웃음) 저도 어엿한 선생님인데 학교에 놀러오는 건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잘못된 것을 접하거나 한다면 무엇보다 엄격하고 강하게 가르칠 생각입니다. 물론 학교에 조금 먼저 도착해서 아이들과 청소도 같이 하면서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앞으로의 '각오'를 이야기하면서 권씨와의 짧은 만남은 마무리됐다.
3교시 참관수업을 위해 서둘러 교무수첩을 챙겨 복도를 오르는 뒷모습에서는 이미 배우를 넘어 '교생 권상우'로서의 당찬 이미지가 스며나오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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