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태흠·이장우의 ‘종편·보수언론 예산 몰아주기’
‘보수가 유능하다’는 속설은 거짓...합리적 리더가 유능

이장우 대전시장(왼쪽)과 김태흠 충남지사. 자료사진.
이장우 대전시장(왼쪽)과 김태흠 충남지사. 자료사진.

대전시나 충남도와 같은 자치단체가 ‘지역업체 우대 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다. 지역 언론은 입버릇처럼 ‘지역업체 우대제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치단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 있는 제조업체의 물품을 우선 구매하거나 공공건설 사업에 지역 건설업체 참여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여야 불문, 지역 불문 정치권의 오랜 주장이다.

이 주장은 진보·보수와 같은 가치체계에 따라 엇갈리지도 않는다. 가끔 기관 이전이나 고위직 인사 지역 홀대론을 두고 진보와 보수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기초단위인 자치단체 내 공통의 이익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릴 이유가 없다.

물론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경향은 진보보다 보수의 가치에 더 가깝긴 하다. 때문에 대전과 충남에서 보수 지방정권이 탄생하면 공동체의 정신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에 치중하는 정책이 더 힘을 얻기도 한다.

민선 7기 대전시와 충남도가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 ‘더 행복한 충남 대한민국의 중심’과 같이 정신적 가치를 추구했다면 민선 8기 두 자치단체는 ‘일류경제도시 대전’, ‘힘쎈 충남’과 같이 물질 가치를 연상시키는 구호를 내세우고 있다. 물론 어느 쪽이 더 옳다고 판단하긴 어렵다. 주권자인 시민과 도민이 특정 시기에 어떤 가치를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

대전시민과 충남도민이 모두 알고 있듯,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자칭타칭 ‘보수 정치인’이다. 친박 친윤 행보도 같았다. 혹자는 헌정질서 파괴범 윤석열을 옹호하는 ‘극우’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비상계엄과 탄핵 과정에서 그들이 보였던 언행을 떠올리면 ‘극우’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렵다.

다만 보수이든 극우이든 이들이 정신 가치보다 물질 가치를 우선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지역민도 이 점에 대해 크게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이 시정과 도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이 시점, 우리는 근본적 의문에 부딪히고 있다. 보수는 과연 ‘경제 정책에 유능한가’, 또 보수 지역 정치인은 ‘지역 공동체의 물질 가치를 추구하나’라는 현실적 질문이 맴돈다.

단적으로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주식시장의 호황은 우리 경제 시스템이 진보·보수의 가치가 아닌 ‘합리와 비합리’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 준다. 진보가 집권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속설은 이미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을 거쳐 이재명의 집권을 통해 ‘거짓’이란 게 입증됐다. 물론 각종 경제 관련 그래프를 통해 '진보가 경제에 유능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없다. 합리적 리더가 가장 유능한 리더일 뿐이다.

지역 공동체의 물질가치 추구도 마찬가지다. <디트뉴스24>는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가 그 동안 어떤 언론에 세금인 홍보비를 몰아줬는지 분석해 봤다. 전국 자치단체 예산집행 자료를 모두 비교하기도 했다. 결과는 매우 충격적이다.

TV조선과 같은 종합편성 채널에 10억원대 광고비를 몰아주고, 조중동과 중앙경제지 등 서울 소재, 보수성향 매체에 민선 7기보다 수 배에서 수십 배 많이 지역의 혈세를 몰아줬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수의 심장, 영남권 자치단체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물론 호남에서 진보언론에 예산을 몰아줬다는 흔적도 찾지 못했다. 

진보와 보수라는 가치체계를 불문하고, 지역 언론사는 본질적으로는 지역 공동체 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지역 업체’다. 공동체 내 의제를 발굴하거나 권력을 비판하는 등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지만, 민간 영역의 ‘기업’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논리적으로만 보면,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지역 공동체의 물질가치를 추구’하는 보수는 아니다. 지역 업체를 외면하고 서울 소재 대기업 눈치만 살피는 정치인이다. 만약 언론에 대한 예산 집행이 아니라 지역의 공공건설, 물품구매에 대한 영역이었다면 ‘지역 업체 홀대하고 대기업만 선호하는, 선거에 전혀 관심 없는 정치인’이라고 비판 받았을 것이다.

언론이 ‘홍보 예산의 배분’ 문제를 비판하기는 정말 어렵다. 자칫 더 큰 밥그릇을 차지하기 위한 이익추구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트뉴스24>에 그런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장우 시장과 김태흠 지사가 쓴소리 하는 언론을 어떻게 대하는지, 너무나 잘 알려져 있지 않나. 밥그릇 내던지고 하는 쓴소리다.  

보수가 경제정책에 유능하다는 착각, 보수가 지역 공동체의 물질가치를 추구한다는 착시는 오히려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고 있다. 주권자 시민과 도민이 이런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게 더 큰 문제다. 지역언론도 홀대론을 내세우기에 앞서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쓴소리 하지 않는 언론이야말로 착시현상의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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