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완의 포토詩세이]

벗고나온 껍질을 보며
매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서
바랜 배냇저고리 보여주며 
막둥이에게 물었더니
아빠, 왜 과거를 들추어요?
아차, 그렇지
날개 펼쳐 날아다닐 몸
답답함에 가두지 말아야지 

죽음이 가까워져야 추억도 소중해지는 것일까? 막 날개 펴는 매미에게는 껍질이 아니라 하늘이 관심사일 것이다. 
죽음이 가까워져야 추억도 소중해지는 것일까? 막 날개 펴는 매미에게는 껍질이 아니라 하늘이 관심사일 것이다. 

매미가 껍질을 벗는 계절이다. 몇 년을 땅속 굼벵이로 살다가 한달 남짓의 짧은 성충 생활을 하기 위해서다. 벗고 나간 매미 껍질들이 발에 치이고 눈에 밟힌다. 이 안에서 매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껍질을 벗는 순간 매미는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날아다니는 녀석을 잡아 물어볼 수도 없어 (언어가 달라서) 마침 얼마 전 생일을 맞은 막둥이에게 묻는다. 소재는 껍질 대신 배냇저고리다. 태어날 때 기분이 어떻더냐? 그걸 내가 어떻게 기억해요?라고 반문할 줄 알았는데 "왜 과거를 들추어요?" 라는 질책이 돌아온다. 아차 싶었다. 

매미는 자기가 벗은 껍질을 돌아볼 겨를이 없을 것이다. 하늘과 나뭇가지를 올려다 볼 테지. 그러기에도 시간이 아까울 터. 껍질의 회한에 젖는다면 아마 죽음이 가까운 늦여름 쯤일 것이다. 이제 막 날개를 펴는 존재에게 (매미든 아이든) 앞으로가 중요한 것이다. 내 궁금증이 틀렸다. 내 생각이 짧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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