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충남공항 무용론’에 지역사회 ‘부글부글’

정치권·시민사회단체 홍 후보 발언 '비판' 洪 “서산공항 필요성 재검토” 입장 선회

2021-10-20     황재돈 기자
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9일 충남방문 일정서 밝힌 ‘지방공항 무용론’ 주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황재돈 기자.

[황재돈 기자]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충남 방문에서 밝힌 ‘지방공항 무용론’ 주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

홍 후보는 지역사회 반발을 고려해 '충남(서산)공항 재검토'로 입장을 바꿨지만, 지역 숙원 사업에 사실상 찬물을 끼얹는 발언에 지역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단체까지 반발하고 있다.  [본보 19일자 홍준표 “충남공항 의미 없다” 발언 논란 예상]

앞서 홍 후보는 지난 19일 충남 천안시 소재 국민의힘 충남도당사에서 ‘jp희망캠프 충남선대위 임명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충남에만 없는 공항 신설 추진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지방 국내선 공항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향후 10년 내 플라잉카(flying car) 시대가 오기 때문에 국내선 공항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홍 후보는 또 충남공항 신설 계획의 부정적 입장은 물론, 충청권과 대구·경북이 함께 이용하는 ‘중부권 통합공항’을 언급했다. 

홍 후보의 이 같은 발언에 맹정호 서산시장은 즉각 반발했다. 맹 시장은 해당 언론보도를 본 뒤 SNS에 “홍준표 의원님 이 무슨 망발입니까. 비행기를 타러 서산에서 대구까지 가라고요”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충남이, 서산이 대구의 핫바지입니까. 충남의 민심은 서산공항입니다. 서산공항에 대해 차라리 침묵하세요”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홍 후보는 이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지방공항 무용론을 말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많은 항의를 받았다”며 “참모들과 의논해 재검토하기로 했다. 충남발전을 위해 반드시 서산공항이 필요한지 여부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지방공항 무용론을 주장한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9일 지역사회의 반발이 일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충남공항 재검토 의사를 밝혔다. 

양승조 “야권 대권후보 최소한 예의 못 갖춰 ” 
"충남, 전국 도(道) 가운데 유일하게 공항 없어"

홍 후보의 재검토 입장에도 지역사회 여파는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부 내년도 예산안에 충남공항 기본계획 수립비(15억원)가 반영되면서 사업 추진에 물꼬를 튼 상황에서 야권 유력 대선주자의 발언이 미칠 파장에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충남민항유치추진위원회 상임위원장인 양승조 충남지사는 20일 페이스북에 “야권 대권후보란 분의 말씀이 참 그렇습니다”라며 “제가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후보라는 분이 지녀냐 할 최소한의 예의도 자세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일갈했다.

양 지사는 “통상 후보의 위치, 그것도 대선 후보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이 어느 지역을 방문하게 되면 그 지역의 여건과 실상은 어떤지, 그 지역 현안은 무엇이며 지역민의 기대는 무엇인지 정도를 파악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하지만 그 분은 그냥 왔다”고 지적했다.

양승조 충남지사(오른쪽)와 맹정호 서산시장 페이스북 갈무리.

계속해서 “더욱 화가 나는 것은 우리 지역을 무시하고 하찮게 보는 속내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는 것”이라며 “‘대구·경북 신공항을 이용할지 집권 후 시뮬레이션을 한 뒤 검토해보겠다’는 이야기는 충남사람은 비행기를 타러 대구까지 가도 된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가 충남공항을 주장하는 것은 다른 지역은 다 있는데 우리 충남만 없으니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높은 항공 수요를 보유하고 있어 지역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민간공항 구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신설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지사는 끝으로 “최소한의 자세와 예의를 갖춘 후 지역을 방문해 달라. 차후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그때는 지역민의 분노를 감당하실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태식 충남사회단체대표자회의 공동대표는 “가덕도 신공항은 국토부 추산 28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투입된다. 이에 비해 충남공항은 기존 공군 활주로를 활용하기에 500억 원이면 가능하다”며 “충남은 전국 도(道)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공항이 없다. 충남도민도 항공서비스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공항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명수 국민의힘 충남도당위원장(충남 아산갑)은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도당위원장으로서 지역민의 충분한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홍 후보에게)전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