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어반 아트리움서, 창문 전시 시도
세종·서울 작가 참여, 공공예술 프로젝트 기획

세종시 나성동 어반아트리움 3층 상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미디어 전시 모습.
세종시 나성동 어반아트리움 3층 상가 창문을 통해 보이는 미디어 전시 모습.

어둠이 내린 세종시 어반아트리움 상가 창문으로 빛이 새어나온다.

시가 백화점 부지 일부에 조성한 초화원 너머 건물 3층, 세종과 서울 예술 작가들이 참여한 뉴미디어아트 전시가 내달 15일까지 열린다.

관람은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가능하다. 나성동 버스정류장에서 상가쪽을 바라보고 중앙통로를 걸어오면 작품을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작가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실내 갤러리 전시가 무산되자 관점을 바꿨다. 빈 상가가 즐비한 어반아트리움 작업실 공간 창문에 뉴미디어아트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주제는 ‘어반 오디세우스’.

마음의 본향을 찾아 방랑하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오디세우스 이야기는 실향적 존재인 도시민들의 삶을 관통한다. 세종시가 이주민들이 모인 도시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제가 갖는 무게감이 가까이 와닿는다.

세종창조경제혁신센터 세종청년챌린지랩 입주 기업인 스튜디오구구 구소영 대표를 작업실에서 만났다. 이번 전시의 주제와 의미, 청년 예술인들을 위한 활동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실향적 존재들을 위한 새로운 위로

정은진 作
작품명 AURORA’S FOREST_2019. 정은진 作

도시인은 자신이 머무는 공간이 늘 낯설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 그렇고, 도시가 고향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엄마 품에서 떨어져 나온 인간은 탄생과 함께 평생 실향민일 수밖에 없는 존재로 인식된다.

작가들은 커다란 창문에 천을 덮었다. 밤이 되면 창문은 캔버스가 되고, 작품은 빛으로 빚어져 건물에 걸린다.

구 대표는 “코로나 사태 때문에 여러 전시가 미뤄졌고, 모든 예술 행사가 취소되다보니 이렇게 비대면 원거리 전시를 준비하게 됐다”며 “세종에서 어렵게 2명의 작가를 찾아 섭외했고, 서울에서 활동하는 지인까지 총 5점을 전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어반 오디세우스’ 전시는 2년 전 서울에서 한 차례 선보인 바 있지만, 세종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이주민들이 모인 도시. 원거리 전시는 도시가 내포한 거리감과도 연관된다. 동시에 어둠 속에서 각인되는 작품은 도시인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그는 “2년 전 세종에 이사오게 됐다”며 “여기서는 조금만 나가면 논밭이고, 면단위 동네를 볼 수 있다. 아마 이 도심도 원래는 그런 모습이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람들은 일하는 곳, 거주의 공간으로 도시를 인식한다. 늘 타향 생활을 하고 있는 존재다. 서울에서 이 전시를 기획한 첫 기획자분의 의도가 여기에 있다”고 했다.

전시 비용은 텀블벅 후원을 통해 모금했다. 전시 1주일 여 전, 101% 성공률을 달성했다.

근린예술조합 창립… 업사이클링 작업도

어반 오디세우스 전시 포스터.
어반 오디세우스 전시 포스터.

세종에서 몇 차례 문화예술기획 프로그램에 참여해본 구 대표는 우연히 만난 청년 예술가들과 ‘근린예술조합’이라는 이름의 비영리 단체 창립에 참여했다. 조합원은 현재 10여 명. 디자인, 음악, 미술, 출판 등 분야도 다양하다.

구 대표는 “한국예술문화위원회 공모 사업에 선정돼 올해 겨울 조합 이름으로 새 프로젝트를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서울 못지않은 문화예술 인프라를 만들어보자는 의미에서 모였다. 각자 사업도 하고, 강사일도 하지만 일상 밖에서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해보고자 하는 작가들”이라고 밝혔다.

그 역시 스튜디오구구 대표를 맡고 있다. 작가들과 함께 협업해 전시 등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고, 판매 수익을 창출하는 플랫폼이다.

구 대표는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월수입이 100만 원도 안 되는 작가가 80% 이상이고, 이는 주변을 봐도 사실”이라며 “예술로 당당하게 돈을 벌고, 이를 다시 창작에 쓸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환경과 관련된 작업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작업실에서 폐플라스틱을 압축해 만든 업사이클링 탁자를 쓰고 있다.

구 대표는 “예술적 시각으로 보면, 버려지는 쓰레기는 작품에 활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링 소재가 되기도 한다”며 “아트 상품 기획 등을 구상하면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관련 업체가 서울이나 경기도에 집중돼있고, 이마저도 적어 해외에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광명시에 가면 옛 소각장을 업사이클링을 주제로 재탄생시켜 전시와 교육, 아트상품 콘텐츠를 판매하는 공간이 조성돼있다”며 “세종도 아직 지어지고 있는 도시인만큼 재활용센터나 친환경종합타운 등을 건립할 시, 지속가능한 환경 콘텐츠를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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