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여행’의 시대…충남, 체류형 미식 관광 중심될까

이현숙 의원 '음식 관광' 활성화 조례 제정 예정

2025-11-26     김다소미 기자
‘음식 콘텐츠를 활용한 충남 관광 활성화 연구모임’ 최종 보고회 모습. 충남도의회 제공. 

급성장하는 ‘먹는 여행’ 트렌드에 발맞춰 지역 음식 자원과 관광 콘텐츠를 체류형으로 재편하는 전략이 여행 트렌드의 핵심 축으로 여겨지고 있다.

충남도의회 ‘음식 콘텐츠를 활용한 충남 관광 활성화 연구모임’이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25일 천안 행복나루에서 최종 보고회를 열고 병천순대·호두과자 등 천안을 중심으로 한 로컬 미식 자원을 관광 동선과 연계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충남형 미식관광 모델 구축’이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이번 보고회에는 연구모임을 이끌어 온 이현숙 의원(국민의힘·비례)을 비롯해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이광옥 백석대 교수, 김계영 백석문화대 교수, 김소영 나사렛대 교수, 조경찬 천안학화호두과자 대표, 황규향 천안시청 관광과 팀장, 충남도의회 박경미 전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연구모임은 코로나19 이후 로컬·미식 관광이 급성장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충남, 특히 천안의 음식 자원과 지역 공간을 체계적으로 재편하는 미식 관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천안, 관광자원 풍부..정체성·연계성은?

최종 보고는 천안 관광의 현황 진단에서 출발했다. 연구를 맡은 이광옥 백석대 교수는 한국관광데이터랩 자료 분석을 근거로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충남을 찾은 방문객 중 약 27%가 천안을 목적지로 삼았다는 사실을 제시하며 천안이 충남 관광의 중심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천안의 관광 자원이 매우 풍부하지만 음식 콘텐츠가 가진 정체성과 콘텐츠 간 연계성이 부족해 지속 가능한 미식 관광의 기반이 약하다”며 “방문객의 방문 시기가 봄과 가을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해외 여행에 제한을 받게 되면서 지역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당일치기 여행과 가족 중심의 여행 트렌드가 생겨났다. 특히 지역 문화를 체험하기에 가장 적합한 콘텐츠가 음식이다. 미식 관광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한 이유”라며 “천안의 관광자원은 매우 풍부하지만 음식 콘텐츠의 정체성과 연계성이 미흡하다는 자각에서 이번 연구가 출발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관광객들의 천안 방문 시기는 봄·가을에 집중돼 있다. 여름과 겨울은 상대적으로 비었는데 이는 볼거리는 많지만, 계절을 관통하는 체험거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를 맡은 이광옥 백석대 교수. 

특히 방문객 분포도는 ‘수도권 근접 도시’라는 천안의 위치를 재확인시킨다. 충남·경기·서울 순으로 거주지 비율이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20대는 액티비티와 야외 활동, 30대는 가족 단위 휴양, 40대는 독립기념관 등 역사 체험, 50~60대는 자연·힐링·전통 체험을 선호하는 패턴이 뚜렷했다.

이 교수는 “음식과 연관된 키워드를 조사해보니 ‘병천순대’와 ‘카페’, ‘호두과자’가 상위권에 올랐다. 텍스트 마이닝과 연관어 분석에서는 ‘천안–삼거리–흥타령–춤–축제’로 이어지는 문화·축제 서사가 하나의 덩어리로 묶였고, 독립기념관은 다른 키워드들과 다소 동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독립기념관이 충남·천안 관광의 대표 자원이지만, 음식·숙박·도심 체류와의 연결고리는 아직 약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독립기념관–병천시장–소노벨–도심 상권을 잇는 체류형 미식 코스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복합형·브랜드화·연계성 강화 제시

연구모임이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도출한 천안의 대표 음식 콘텐츠는 병천순대, 호두과자, 보리고추장, 유량미 등 네 가지다.

병천순대는 유관순 열사의 만세운동과 병천시장, 독립기념관 인근 상권이 겹쳐 있는 천안 관광의 핵심 축으로 평가됐으며, 순대 축제와 병천순대 거리 조성이 이미 진행된 만큼 표준 레시피를 만들고 위생과 품질을 인증하는 제도와 야간 경관 개선, 가정간편식(HMR) 개발 등을 통해 지역 브랜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호두과자는 천안을 전국적으로 각인시킨 대표 로컬 브랜드이자 스토리와 감성을 담아내기 좋은 콘텐츠로 분석됐지만 데이터 분석에서는 상대적으로 뒤편에 위치하고 독립기념관과의 연계성이 낮은 점이 과제로 지적됐다.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 충남도의회 제공. 

이 교수는 “천안 미식 관광의 전략적 방향으로 복합형 관광투어, 지역 미식 브랜드화, 연계형 야시장 등 세 가지 축을 중점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며 “복합형 관광투어는 천안의 역사와 자연, 미식을 하나의 코스로 엮는 방식으로, 기존 시티투어와 KTX 연계를 통해 이동 동선을 최적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독립기념관을 중심으로 유관순 사적지를 연계한 뒤 병천순대 체험으로 이어지는 ‘독립의 맛과 길’ 코스와 광덕산 트레킹 다음 호두 시배지를 방문해 공방 체험으로 마무리하는 ‘광덕산 호두 힐링 코스’”를 구체적인 예로 제시했다.

이러한 코스는 다국어 해설과 모바일 예약 시스템이 갖춰져야 실제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조됐다.

지역 미식 브랜드화의 경우 ‘맛의 도시 천안’이라는 인증제를 도입해 스토리 메뉴와 표준레시피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연계형 야시장은 미식 브랜드존, 체험, 공연을 결합해 지역 축제, 거리와 연계하는 방안이다.

로컬푸드의 가치를 향상하고 상생모델을 정착시켜 관광객의 체류시간과 재방문을 유도하는 방안으로서 핵심 브랜드 컨셉으로는 태조산, 광덕산, 아우내 스토리를 하나의 역사성으로 결합하고 유량미, 호두, 보리고추장을 정체성으로 둔 다는 계획이다.

연계형 야시장은 상설형 유량음식문화거리를 중심으로 모바일 푸드 트럭형의 축제를 연계해 야간경제를 활성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음식 콘텐츠 활성화 연구모임 최종 보고회 모습. 충남도의회 제공. 

최종 보고회에서 가장 많은 논의가 오간 부분은 ‘최적화된 이동 루트 설계’였다. 연구진과 참석자들은 독립기념관을 거점으로 병천순대, 소노벨(리조트), 호두과자를 한 코스로 엮는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독립기념관은 이미 충남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공간이다. 최근 단풍길·은행나무 숲길, 야간 개방 프로그램 ‘별빛 한 바퀴’ 등을 통해 ‘힐링·야간 관광투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역사 교육 콘텐츠에 독립운동가들이 먹었던 음식, 수형 생활과 관련된 식사 재현 등 스토리형 미식 콘텐츠를 중첩시키면 체류 시간과 경험의 밀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호두과자 체험관’과 ‘음식 관광 큐레이터’

이번 연구의 실질적 성과로 꼽히는 대목은,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첫 단계”에 대한 논의다. 그 중심에는 호두과자 체험관과 음식 관광 큐레이터 양성 프로그램이 있다.

관광객이 체험관에서 호두과자의 역사와 브랜드 스토리를 듣고, 유리창 너머로 제조 과정을 본 뒤, 직접 반죽을 붓고 굽고 포장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마지막에는 자신이 만든 제품을 시식하고 기념품으로 가져가는 형태다.

음식 관광 큐레이터 양성은 인력·교육 측면의 제안이다. 연구모임은 가이드형, 마케터형 두 트랙을 구상했다. 지역 음식과 관광 트렌드 교육, 스토리텔링, 체험 프로그램 설계, 디지털 마케팅, 현장 실습 등을 하나의 커리큘럼으로 묶는 방식이다. 지역 대학과 인턴십을 연계해 청년에게 실무 경험 제공에 목적을 둔다.

충남 관광 활성화 연구모임. 최종 보고회 모습. 충남도의회 제공. 

‘맛의 도시 천안’ 브랜드와 인증제

연구모임이 제안한 천안의 장기 방향은 ‘맛의 도시’ 브랜딩이다. 단순히 “맛집이 많다”는 수준이 아니라, 위생과 서비스 품질, 스토리, 체험 요소가 결합된 도시 이미지를 설계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천안형 ‘맛 인증제’와 음식 특화거리에 대한 조례 제정 필요성이 거론됐다. 전주 향토음식점 인증제와 강릉 커피거리 사례처럼, 공공이 일정 기준을 갖춘 업소에 명패와 홍보를 제공하고, 축제·마케팅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조병찬 천안학화호도과자 대표는 “이미 호두과자 품질 인증제가 존재하지만, 천안 농산물 사용과 위생 기준에 머무르는 수준”이라며 “전문기술·스토리를 가진 ‘천안 호두과자 장인’이라는 인식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비수기·야간 전략도 중요한 키워드로 등장했다. 빅데이터 분석에서 여름과 겨울의 방문 비중이 낮게 나타난 만큼, 겨울철 워터파크·썰매장, 힐링 스파, 야간 조명과 연계한 ‘나이트 푸드투어’와 야시장 등이 제안됐다.

이기진 충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천안 미식 야시장은 체류형 관광 유도, 상권 매출 증대, 지역 미식 생태계 구축에 동시에 기여할 수 있는 장치”라며 “관광지–축제–교통을 엮은 야간 코스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번 연구는 천안 한 도시만을 위한 계획이 아니다”라며 “천안은 충남 음식 관광 전략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실험대이다. 이곳에서 병천순대·호두과자·독립기념관·소노벨·도심 상권을 제대로 한 번 엮어낼 수 있다면, 보령·공주·서천·예산 등 충남 전역으로 확장 가능한 모델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음식 관광 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례’ 제정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