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더 큰 세상 상상한다”..마지막 연설 속 기본사회 구상

내년도 부여군 예산안 전년 대비 3.47% 증액 글로벌 K-농업·K-문화 흐름 맞춘 관점 제시

2025-11-24     김다소미 기자
박정현 부여군수가 24일 마지막 시정연설하는 모습. 부여군 제공. 

박정현 부여군수가 민선 8기 마지막군정연설에서 “더 큰 세상을 상상한다”고 발언하며 군정 철학의 핵심이었던 ‘기본사회’를 다시 꺼내 들었다.

그는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전환, 양극화 심화로 압축되는 시대 조건을 언급하며 지역 행정의 역할을 “생활·복지·산업·문화가 맞물린 하나의 구조”로 재정리했다.

부여군의회를 상대로 2026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는 공식 석상이었지만, 박 군수가 제시한 구상은 단순한 내년도 계획을 넘어 부여군이 향후 어떤 질서를 선택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 제시에 가깝다는 평가다.

그는 24일 열린 제297회 부여군의회 정례회에서 “희망은 커지고 위협은 더욱 작아지는 더 큰 세상을 상상하고 있다”며 “세계적 시각과 수평적 사고를 견지하며 군민 여러분을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도 부여군의 예산 규모는 7,974억 원으로 전년 대비 3.47% 증액된 규모다.

대전환기 진단에서 출발한 정책 구조화

그는 먼저 오늘의 국내외 환경을 “인류문명이 재편되는 대전환기”로 정의하며 “기후변화, AI 혁신, 고금리·고물가, 불평등·양극화가 맞물린 복합 위기와 더불어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지역에도 직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국정 혼란을 완곡하게 언급하며 “나라 곳곳에 피멍이 들고 국민이 불안에 떨었다”고 말했다. 재난사고와 자연재해, 기후위기까지 이어진 일련의 위기가 “지역경제의 숨을 더욱 거칠게 했다”는 현실 판단도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새로운 정부와 함께 회복의 방향키를 잡아가고 있다. 시대의 행간을 읽어내고 실용의 관점에서 미래의 좌표를 그려가고 있다”며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박 군수의 연설에서 핵심적으로 드러난 개념은 ‘기본사회’다. 그는 지역화폐 굿뜨래페이를 “사람과 정책이 연대하는 장치”라고 정의하고 골목상권 회복이 단순 경제정책이 아닌 공동체 기반 강화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전국 최초로 시행한 장기보편형 출산육아지원금도 “서로를 배려하는 기본사회의 실천”이라고 규정하고 군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우리아이 동행마루’ 사업에 대해선 “아이와 가족이 함께 호흡하는 미래형 돌봄 마당”이라며 생애주기 전반의 복지를 단일한 인권의 토대로 바라보는 관점을 강조했다.

그는 “동굴의 우화가 아닌 군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스며드는 정책을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디지털·글로벌 기반의 농업
정체가 아닌 ‘작동하는 역사’

농업 분야에서는 디지털 기반 전환과 국제화를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ASTIS의 전국 5대 거점기관 선정, 스마트팜 단지 확대, 지방정부 최초 해외농업기지 구축, 국내 첫 국제농업기술교육원 설립 등을 거론하며 “농업은 스마트해지고 농민은 편안하며 소득은 오르고 농촌은 활력을 되찾게 될 것”이라며 기술·교육·국제화를 하나의 구조로 묶어 제시했다.

문화와 관광 분야에서 박 군수는 “박제된 부여가 아니라 과거와 오늘이 함께 호흡하는 역동적 도시를 향해 갈 것”이라며 “K-문화 세계화와 맞물린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 조성이 기본방향이다. 근본에 충실하되 새로운 현실의 변화에 적합하게 구현하는 법고창신의 세계관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제 한옥단지 조성, 백마강 국제무역항 재현, 군립미술관 건립 등 1,600억 원 규모의 문화 인프라와 함께 부소산성·정림사지·궁남지를 잇는 관광 벨트 구축은 “K-문화 세계화 흐름에 맞춘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국가유산 규제를 제약이 아닌 “이 시대의 밥그릇이자 미래 먹거리로 전환하겠다”며 문화유산을 산업 구조로 재해석하는 관점을 내세웠다.

탄소중립과 정원도시 구상
복지·의료·생활인프라, 전 계층 구조의 재정비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 정책도 비중 있게 다뤘다. 백마강 지방정원 조성, 금강누정선유길, 친환경에너지타운, 유기성 폐자원 통합 바이오가스화시설, 마을연금형 태양광 등은 기후·정원·관광·에너지를 결합하는 구조로 배치됐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소득으로 전환하겠다”고 강조하며 하구복원 특별법 논의를 “중앙정책과의 제도적 연계”로 설명했다.

복지 인프라 확충 계획으로는 공립치매전담형 요양시설, 장애인복합 보호시설, 청소년 문화활동 플랫폼 조성 등 980억 원 규모 사업을 제시했다. 지방의료원 건립 논의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생활 인프라에서는 궁남지 진입도로 확포장,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정비, 상하수도 정비 등 4,400억 원 규모 사업과 함께 신금강대교를 “문화·산업·관광·물류를 잇는 새로운 동맥”으로 정의하고 동부생활권 재구조화도 본격화한다.

박 군수는 분야별 사업 방향성 설명을 마친 뒤 “예산은 누군가에게 한 끼 식사이고 비료대이며 학자금이고 진료비이자 분윳값”이라며 “민생 치료제이자 민생 백신”이라며 “세계적 시각과 수평적 사고를 견지하겠다. 길에는 주인이 없고 그 위를 걷는 자가 주인”이라는 고사를 인용했다.

특정 정치적 의도를 강조하지 않은 담담한 언급이지만, 지역의 역할과 행정의 확장 가능성을 고민하는 메시지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