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이글스 대형FA 최악 부진, 2026시즌 중요한 이유

[여정권의 야구에 산다!] 부담? 실력? 첫 시즌 최악 부진, 5선발과 불펜 사이, 엄상백 수비는 기대대로, 하지만 타격은?, 살아나야 하는 심우준

2025-11-24     여정권
출처 : 한화이글스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제로 세팅’. 한화이글스는 2025시즌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한화이글스는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바로 2026시즌을 위한 마무리 캠프를 차렸다.

일본 미야자키 소켄 구장에서 11월 5일부터 11월 22일까지 마무리 캠프가 진행됐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9명과 트레이닝 코치 4명, 그리고 선수 39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캠프였다.

특히, 내년 시즌 즉시 활용자원으로 기대가 되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되어 이미 2026시즌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캠프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수 파트에서는 2025시즌 군에서 복귀해 시즌 말미, 1군 마운드에 올랐던 강재민이 눈에 띈다. 강재민의 복귀는 불펜진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강재민이 예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주현상, 박상원, 한승혁, 김서현에 또 하나의 불펜 카드가 추가되는 전력 보강이 이루어질 수 있다.

필자가 주목하는 또 하나의 유망주가 있다. 바로 ‘박준영’이다. 지난 2022시즌 1차 지명 문동주에 이어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입단한 우완 정통파 투수이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 시즌 첫 등판을 했고 역투를 하면서 승리에 대한 기대를 높였으나, 아쉽게 불펜이 무너지면서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내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확실히 보여준 박준영이었다.

1군에서 꾸준히 활약한 좌완 불펜 조동욱과 선발과 불펜에서 기복이 있었던 황준서, 2년 차 듀오도 마무리 캠프에서 내년 시즌 준비를 시작했다. 고졸 신인으로 정우주와 2025시즌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좌완 유망주 권민규도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야수진에는 1군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내야에는 이도윤, 황영묵의 이글스 ‘소금’ 듀오가 이름을 올렸고 신인 최유빈과 권현규도 캠프에서 첫선을 보이며 자신의 존재를 알릴 준비에 들어갔다.

외야에는 시즌 내내 외야 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김태연, 이진영, 이원석, 최인호가 모두 포함됐고 2026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 오재원도 이름을 올리면서 선배들과의 경쟁을 시작했다.

이번 캠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바로 심우준이다. 붙박이 주전으로 이례적인 캠프 참가이다. 올 시즌 큰 기대를 안고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부상도 있었고 타격에서의 부진을 마지막까지 떨쳐내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비에서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지만, 타격 부진으로 주루에서의 장점도 발휘하지 못했다. 반등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심우준의 겨울이다.

한편, 한화이글스는 지난 19일(수)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4명의 선수를 떠나보냈다. FA로 영입했던 베테랑 안치홍과 이태양 그리고 투수 배동현과 상무 입대를 앞둔 외야수 이상혁이 다른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 반면, 한화이글스의 영입 선수는 ‘제로’였다.

특히, 내년 시즌 반등을 노렸던 안치홍과 올 시즌 퓨처스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1군에서 기회를 거의 받지 못했던 이태양이 팀을 떠났다. 이는, 현장에서 내년 시즌 두 베테랑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였다. 아쉬움만 남은 두 선수의 행보였다.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멋지게 마무리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건승을 빈다.

한화이글스는 내년 시즌 다시 한번 우승 도전에 나선다. 외국인 선수 3인방의 거취와 함께 외부 FA 영입 등, 전력 보강을 위해 다양한 계획이 있을 것이다. 그 첫 단추로 올 시즌 FA 자격 선수 중 최대어로 평가받은 KT의 ‘야구 천재’ 강백호를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강백호는 미국 진출을 우선순위에 두고 메이저리그 팀들과의 협상을 위해 현지로 출국 예정이었지만, 한화이글스가 4년 100억 원의 계약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고 국내 잔류로 방향을 선회하며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한화이글스는 공격력 강화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강백호의 영입으로 한결 수월한 공격 라인업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강백호는 A등급의 선수이기에, 보상 선수를 내줘야 한다. 보호 선수는 20인이다. 유망주가 많은 한화이글스의 선수 구성상 어떤 선수가 지명되더라도 아쉬움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현명한 작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필자는 올 시즌을 앞두고 영입했지만, 나란히 부진했던 FA 듀오 엄상백과 심우준의 반등이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내년 시즌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이번 시즌 부진했던 두 명의 외부 FA의 내년 시즌 반등을 기원하며 이번 시즌의 상황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부담? 실력? 첫 시즌 최악 부진

5선발과 불펜 사이, 엄상백

한화이글스는 2025시즌 도약을 위해 다시 지갑을 열었다. 2023시즌 채은성과 이태양을, 2024시즌에는 류현진과 안치홍을 차례로 영입하면서 투, 타의 전력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경문 감독을 2024시즌 중 영입한 한화이글스는 마지막까지 가을야구 경쟁을 한 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서슴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의미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한화이글스는 KT의 투수 엄상백과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한다. 빠른 영입을 위해서 ‘오버 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한 베팅을 했고 두 선수에게 이글스의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사이드암 유형의 엄상백은 2024시즌 KT에서 붙박이 선발 투수로 29경기,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을 기록했다. 데뷔 두 번째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었고 156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내구성도 증명했다. 탈삼진은 159개로 1이닝당 1개가 넘을 정도의 위력이었다.

류현진을 제외하고 마땅한 토종 선발이 없었던 한화이글스에 엄상백은 꽤 필요한 선발 자원이었다. 문동주의 내구성과 성장에 의문이 붙었기에 준수한 4선발, 어쩌면 류현진을 넘어 최대 3선발의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했을지도 모른다.

2024시즌 아쉬움이 남았던 문동주, 베테랑 이태양, 고졸 2년 차에 접어든 황준서와 조동욱 등이 5선발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변수’라 생각했던 문동주가 빠르게 선발진에 안착하고 기대했던 엄상백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2025년 시즌을 위해 한화이글스가 영입한 엄상백, 심우준 선수(왼쪽부터). 출처 : 한화이글스 페이스북 페이지.

류현진은 지난 시즌보다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여전한 경쟁력을 보였고 걱정했던 문동주가 빠르게 4선발로 자리를 잡으면서 엄상백은 5선발로 밀려나는 신세가 되었다. 여기에 코디 폰세와 라이언 와이스, 두 외국인 투수가 역대급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엄상백의 부진은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선발 한 자리의 구멍은 결국 정규시즌 1위를 노리던 한화이글스의 발목을 잡았다. 엄상백은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대체 선발로 투입된 황준서도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은 엄상백의 경험과 능력을 어떻게든 살리고자 노력했다. 휴식을 주기도 보직을 변경하면서 여유를 찾기도 했다. 결국, 시즌 막판에 불펜으로 투입하면서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간 엄상백은 가을야구에서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하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엄상백은 불펜으로 등판한 플레이오프에서 다시 불안감을 드러냈고 결국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되는 ‘쓴맛’을 맛봐야 했다.

그렇게 엄상백의 한화이글스 첫 시즌은 마무리가 되었다. 28경기에 출장했지만, 2승 7패 1홀드에 그쳤고 평균자책점은 무려 6.58에 달했다. 8월 9일 마지막 선발 등판 후, 엄상백의 평균자책점은 7.42까지 치솟았다. 그나마 9월 복귀 후, 불펜에서 안정감을 보이며 내린 평균자책점이 6.58이었으니 얼마나 부진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엄상백은 80⅔이닝을 소화하면서 74개의 탈삼진을 솎아냈지만, 38개의 볼넷을 허용했고(9이닝 환산, 4개가 넘는 수치) 피안타율은 0.324에 달했다. 106개의 안타를 허용했는데 홈런이 13개, 2루타가 18개, 3루타가 3개로 장타 허용이 많았다. WHIP는 1.79.

엄상백의 2025시즌은 어두웠다. 거액의 FA로 영입되면서 큰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변명은 이제 없다. 2026시즌에는 선발이든 불펜이든 반드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 스스로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재 엄상백 앞에 놓인 상황이 그리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건재하고 문동주가 성장했으며, 고졸 신인 정우주가 가을야구와 국가대표팀을 거치면서 빠르게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선발 진입이 코앞으로 다가올 정도로 성장한 것이다. 여기에 부상에서 돌아오는 토종 에이스 출신의 김민우도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쟁자는 또 있다. 아시아쿼터제로 뽑은 대만 출신의 좌완 왕옌청까지 선발 경쟁에 뛰어든다면 엄상백에게 기회는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엄상백이 스스로 극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보여줘야 하는 2026시즌이어야 한다. 엄상백은 선발과 불펜에서 모두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고 경험이 풍부하다. 엄상백의 반등은 한화이글스 투수진의 강력함을 한층 돋보이게 해줄 것이다.

수비는 기대대로, 하지만 타격은 과연?

살아나야 하는 심우준

항상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던 한화이글스는 2024시즌을 끝낸 후, 큰 결단을 내린다. FA를 선언한 하주석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이도윤, 산전수전 다 겪으며 가까스로 프로에 입성해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 신인 황영묵까지 있는데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그것도 4년 무려 50억 원의 거액을 투자하면서 말이다.

심우준이 수비에는 일가견이 있다. 아니, 아주 잘한다. 여기에 주력도 좋아 주루 플레이도 능하다. 도루 타이틀을 따낸 바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타격이 아쉽다. 평균 이하이다. 그럼에도 한화이글스는 장점이 확실한 심우준을 선택했다.

심우준은 개막전부터 내야를 지휘하며 한화이글스의 수비 안정에 큰 보탬이 됐다. 하지만, 팀 전체가 집단 타격 부진에 빠졌고 심우준도 예외는 아니었다. 투수진의 힘으로 버티던 한화이글스의 타격이 점차 살아나면서 팀 성적도 상향등을 켰다.

하지만, 심우준의 타격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5월에는 몸에 맞는 공에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전력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그사이, FA 계약을 헐값에 겨우 체결했던 하주석이 퓨처스에서 고군분투하며 김경문 감독의 눈에 들었고 1군에서도 공, 수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했다. 하주석의 활약은 심우준이 잊혀질 정도로 좋았다.

심우준은 6월 20일에 1군에 복귀한 후, 한국시리즈까지 시즌을 완주했다. 하지만, 타격 부진을 끝내 털어내지 못했고 수비로만 주전 유격수 자리를 지키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가을야구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13타수 1안타, 타율 0.077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는 6타수만 소화하면서 1안타, 0.167에 그쳤다. 타격 부진이 끝까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여정권 대전MBC 프로야구 해설위원(이학박사)

정규시즌에서는 94경기에 출장해, 0.231의 타율과 기대했던 도루는 11개에 불과했다. 볼넷이 17개, 삼진은 49개를 당했다. 거의 세 배에 가까운 볼넷/삼진 비율이었다. 출루율은 0.287로 3할이 되지 않았고 장타율은 3할에 턱걸이했다.

8월까지 심우준의 타율은 0.210에 불과했다. 그나마 9월에 0.359로 반등하면서 시즌 0.231의 타율을 기록한 것이다. 시즌 막바지 좋은 타격감을 보였기에 가을야구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심우준의 이글스 첫 시즌은 아쉽게 마무리가 됐다.

부상은 있었지만, 분명 심우준은 수비에서 나름의 역할을 했다. 아니 좋았다. 하지만, 타격에서의 부진은 하위타선에서 상위타선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사라지는 계기가 되었고 기대했던 기민한 주루 플레이도 보여줄 기회가 현저히 떨어지면서 기동력도 살리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심우준은 내년 시즌을 위해 마무리 캠프에서 후배들과 힘을 쏟을 결정을 내렸다. 본인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특히, 내년 시즌 도약을 위해 올 시즌 두드러지게 부진했던 타격 쪽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이번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선보였던 유격수 하주석, 2루수 이도윤, 황영묵 등의 다양한 카드가 만들어질 수도 있음을 심우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위기의 심우준이지만, 2026시즌에도 여전히 내야의 중심으로 활약을 할 것이다. 심우준이 2025시즌의 부진을 씻고 수비에서는 기대대로, 타격에서는 평균만 해줘도 한화이글스 내야는 더 탄탄해질 것이다.

특히, 타격에서는 하위타선에서 활발한 공격의 첨병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특유의 기동력도 살아나면서 활발하게 활용이 가능해진다. 한화이글스 공격의 다양성이 좋아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심우준의 부활이 필요한 이유이다. 심우준의 반등은 한화이글스가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도 공, 수에서 큰 전력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음이 자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