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다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인터뷰] 어울림 합창단원 해금연주자 '김슬기' "장애인도 연주할 수 있다는 것 알려주고 싶어"

2025-11-14     권예진 기자

세종시에는 특별한 합창단이 있다. 바로 어울림 합창단이다. 세종시교육청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어울림 합창단은 단원 모두가 중증 장애인으로 구성됐다. 드럼, 오카리나, 해금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악기 같아도 함께 소리를 내면 그 자체가 아름다움 선율이 된다.

이 중 해금을 맡고 있는 김슬기 씨는 세종호수공원에서 펼쳐진 해금 공연에 푹 빠져 해금 연주자가 됐다. 지적 장애와 신체 장애를 모두 가진 그의 꿈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도 해금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해금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다. 슬기씨를 만나 그가 ‘어울림 합창단’의 단원을 시작으로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 얘기를 나눠봤다.

어울림 합창단의 해금 연주자 김슬기. /사진=권예진 기자

해금은 어떻게 접하게 됐는지.

해금을 접하게 된 건 세종호수공원에서 펼쳐진 ‘해바라기 합창단’의 공연이었어요. 그때 처음 해금 연주를 들었는데 소리가 너무 예뻤어요. 좀 슬픈 느낌도 있고, 앵앵하는 소리가 꼭 아기 울음소리 같기도 했어요. 그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그리고 다른 어떤 악기보다도 해금이 저랑 잘 맞더라고요.

어울림 합창단은 어떻게 입단하게 됐는지.

원래는 CCTV 부품을 조립하는 회사에 다녔었어요. 그런데 회사 사정이 어렵다고 3일, 4일씩 월급이 밀렸어요. 그리고 사장님이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게 어떠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어울림 합창단’을 추천해주셨어요. 세종 누리학교에서 면접을 봤는데 며칠 후에 합격 전화를 받았어요. 그 전화를 받고 무척 기뻤어요.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인 김슬기씨. /사진=권예진 기자

합창단원으로 함께하며 어려운 점은 없는지.

하루에 3시간 씩 연습을 하는데 제가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악보를 보는데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서 공연에서 연주하는 노래는 웬만하면 다 외워요. 처음에는 한 곡 외우는 것도 힘들었는데 계속 연습하다보니 외워졌어요. 이제는 10곡 정도는 악보를 보지 않고도 연주할 수 있어요.

합창단원 활동하면서 어려울 때가 있을 것 같다. 이겨내는 방법이 있는지.

최근에 조카가 생겼어요. 힘들면 조카 사진 보면서 힘을 내요. 이제 돌 지났는데 너무 귀여워요. 그래서 조카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어서 열심히 연습하고, 공연하고 있어요.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유치원 공연을 간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양말목으로 팔찌를 만들어서 선물을 준 적이 있어요. “해금 소리가 너무 예뻐요”라고 말하며 선물을 줬는데 그 선물이 너무 귀엽고 좋았어요. 이런 선물을 받고, 칭찬을 받을 때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저희 합창단이 연습을 많이해서 해외도 나가고 싶고, 저희를 많이 알리고 싶어요. 연예인도 만나고 싶고요. 이건 저 말고도 합창단 단원들 모두 원하는 거에요.

개인적으로는 한국에 해금 연주자가 별로 없어요. 장애인 해금 연주자는 제가 최초에요. 그래서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해금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제가 보여줬으니, 똑같이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해금을 알려드릴 수 있는 해금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지난달 열린 어울림 합창단의 공연. 가장 오른쪽이 김슬기씨. /사진=권예진 기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가 관객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똑같이 비장애인처럼 노래를 좋아하고 음악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주신다면 가장 기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