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영명고, 시험문제 넘어 ‘정답’까지 새나갔다
소망반 대상 수업에서 나온 문제·답안 이후 열린 시험에서 그대로 출제
성적우수반 학생들에게만 기출문제를 제공해 충남교육청 감사에서 무더기 징계를 받았던 공주 영명고등학교에서, 이번에는 시험 문제를 넘어 정답(답안)까지 유출된 정황이 확인됐다.
충남교육청 감사에서 이미 문제 유출로 징계를 받은 교사가 소망반(성적우수자 전용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 전 수업에서 정답을 직접 알려준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
특히 징계 이후에도 해당 교사가 학교 홍보 및 진학 업무를 맡고 있어 징계 실효성과 시스템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교육청 감사 “문제 사전 제공 확인”
12일 <디트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교사 A씨는 충남교육청 감사에서 2024학년도 2학년 2학기 1회고사 직전, 2021학년도 수학Ⅱ 기출문제 원안과 정답지 복사본을 소망반 학생들에게 사전 배부한 사실이 드러났다.
학생들은 실제 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문제를 풀었으며, 2021학년도 기출문제 복사본에 있는 문제 중 ‘1회고사 20문항 중 7문항(35%), 2회고사 20문항 중 8문항(40%)’을 동일(유사)하게 출제했다.
도교육청은 감사결과서에 “기출문제를 사전에 풀게 한 뒤 동일·유사 문항을 출제한 행위는 시험문제 유출로 간주된다”고 명시하고, A교사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렸다.
또한 A씨는 학교생활기록부 입력 권한이 없음에도 항목별 내용을 부당하게 수정·입력하도록 요청한 사실이 확인돼, 교육청은 이를 중대한 비위로 판단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
‘답안 유출’ 정황 추가 확인
<디트뉴스>가 확보한 내부 증언과 증거자료에 따르면, A교사는 단순히 기출문제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시험 전 소망반 학생 대상 수업에서 실제 출제될 문제의 답을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재학생에 따르면 지난해 6월 11일 저녁 8시께 소망반 수업 중, A교사는 특정 손동작으로 칠판의 판서를 가리키며 문제와 정답을 암시했다.
당시 일부 학생은 사진을 찍어 기록으로 남겨뒀고, 판서 내용에는 수열 단원의 풀이 과정과 정답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이 문제는 실제로 7월 3일 실시된 고2 수학Ⅰ 시험에 선택형 문항으로 출제됐으며, 풀이법과 정답이 수업 당시 판서 내용과 일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A교사가 수업 중 해당 문제의 풀이와 정답을 사전에 노출한 셈이다.
재학생 B군은 “일부 학생들이 장난으로 시험 문제 알려달라고 하기도 하지만 당시에는 선생님께서 손으로 특정 부분을 가르켰기 때문에 눈치껏 이게 시험에 나오겠구나 생각했다”며 “실제로 시험에 출제됐고 답안도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카카오톡으로 모의고사 문제를 받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그 문제가 학교 시험에 그대로 출제된걸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국공립 수학교사 C씨는 “변형을 조금이라도 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으로 출제했다”며 “고등학교 수준에서 수학적 귀납법으로 증명할 수 있는 수많은 명제 중에서 저 문제가 꼭 집어 나왔다는 것은 분명한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사안 외에도 답안이 사전에 반복적으로 공유된 사례가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감사 후속 대응은? 학교 정상화 '요원'
이처럼 중대한 비위가 적발됐지만, A교사는 징계 이후에도 학교 홍보 담당으로 재배치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공주 지역 중학교 2곳을 방문해 영명고 입학 홍보 활동을 진행했다. 공주 영명고 사안은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학교 내부 평가 관리체계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사안으로 평가된다.
충남교육청은 지난 9월 감사에서 ▲시험문제 및 답안 유출 ▲생활기록부 조작 ▲특혜반(소망반) 운영 ▲금품 요구 등 총체적 비리를 확인하고, 교장 파면을 포함한 중징계 6명·경징계 9명을 결정했다.
그러나 해당 사안에 대한 학교 재단 이사회의 징계위원회 결과는 아직 도교육청에 보고되지 않은 상태로, 구체적인 징계 수위나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결국 감사에서 명확히 지적된 사안임에도, 학교의 반성과 제도 개선 의지는 요원한 상황이다.
<디트뉴스>는 A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영명고 교감 D씨는 “관련 소명은 학생들에게 직접 진행할 계획”이라며 “감사 결과에 따라 충분히 지적을 받았고, 징계도 내려진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