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 수준 꼴찌 대전, 트램 만능주의 벗어나야"
[대전난맥] 금홍섭 대전시민사회연구소 부소장
대전지역 시민사회가 민선 8기 후반기를 맞아 <대전난맥>이라는 이름으로 시정 평가 칼럼을 연재합니다. 연말까지 인권, 생태·환경, 기후·에너지, 자치·민주주의, 교육, 노동, 보건, 교통, 공동체, 여성, 성소수자·차별금지법, 극우·내란청산, 경제·재정, 행정 등 각 분야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시정 난맥상을 짚습니다. <편집자주>
'성심당의 도시' 대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파는 곳으로 유명하지만, 교통 분야에서는 '대중교통 꼴찌, 교통사고 1위 도시'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달고 있다. 2023년 기준, 대전의 자동차 1,000대당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8.9건으로 전국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히 차량이 많아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인구 대비 자동차 등록 대수가 제주도보다 적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율이 높다는 사실은 도시의 교통 환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승용차 중심 교통정책의 씁쓸한 결과
1995년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대전시는 도시교통 문제 해결을 목표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승용차 중심의 공급위주의 교통정책을 고수해왔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도로 확장, 고가도로, 지하차도 등 대규모 토목사업을 추진했지만, 이는 오히려 교통 혼잡 비용을 급증시키고 대중교통의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2021년 대전의 도시교통 혼잡 비용은 1조 7,941억 원에 달했다. 이는 승용차 이용률 증가와 대중교통 외면으로 인한 직접적인 결과다.
대전은 전국 특·광역시에 비해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20년 기준 대전의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18.8%로, 서울(56.6%), 부산(36.1%), 인천(31.2%) 등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대전의 낮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은 결국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과 도시 교통정책의 실패를 증명한다.
시민들은 구불구불한 긴 노선과 들쭉날쭉한 배차 시간, 그리고 오랜 주행시간 때문에 대중교통을 외면하고 있다. 대전시는 2030년까지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지만, 2025년 현재도 이 목표는 요원해 보인다.
트램만이 답이 아니다
현재 대전시는 트램 건설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며 이를 도시교통 문제의 해답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철도 2호선 역할을 하는 트램이 건설되더라도,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기보단 시내버스 이용객 일부를 흡수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서울, 부산, 대구 등 도시철도 노선이 많은 도시들도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정체되거나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도시철도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교통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승용차 중심의 공급위주 교통정책에서 대중교통 중심의 수요관리위주 교통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트램과 더불어 대중교통의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시내버스를 혁신적으로 개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낡은 갓길 전용차로제를 버리고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해 시내버스의 정시성을 확보하고, 냉난방 시설이 갖춰진 승강장을 확충하는 등 이용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또한, 도시철도와 시내버스, 트램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노선 개편을 통해 대중교통 전체의 수송 효율을 높여야 한다.
대전형 정액요금제 도입 등 새로운 시도 필요
대중교통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단순히 요금 인상만을 고려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독일의 '9유로 티켓' 사례처럼, 대전형 정액 요금제인 '꿈돌이 대중교통 패스' 등을 도입해 시민의 교통비 부담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9유로 티켓은 대중교통 이용률을 25% 증가시키고,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효과를 입증했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필수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대전이 진정한 '교통 혁신도시'로 거듭나려면 과거의 승용차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대중교통과 보행자 중심의 교통정책으로 대전환해야 한다. 트램 건설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시내버스 운송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시민들이 안심하고 걸을 수 있는 보행 환경을 조성하는 등 도시교통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고 혁신해야 한다.
이는 대전이 교통사고 1위라는 오명을 벗고 보행자의 안전을 지키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는 지속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