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군, 인구소멸 벼랑 끝…농어촌 기본소득으로 반전 노린다

인구소멸 대응 실험, 재정·정치·정책 시험대

2025-09-19     김다소미 기자
청양군청 전경. 자료사진.

정부가 내년부터 추진할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전국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69개 군 중 인구소멸 위기가 심각하고 정책 추진 의지가 높은 6개 군을 선정해 주민들에게 월 15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계획이다. 내년 예산에는 이미 1703억 원이 반영됐다.

청양군은 이 사업의 ‘최적지’임을 자임한다. 지난해 인구 3만 명 선이 무너진 데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역소멸위험지수에서 최고위험등급으로 분류된 대표적 고위험 지역이기 때문이다.

위기 속에서도 쌓은 성과

청양군이 강조하는 것은 단순한 위기론이 아니다. 군은 민선 7·8기 동안 대규모의 재정을 확보했고, 충남도 단위 공공기관 4개를 유치하며 지역 일자리와 경제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푸드플랜 정책을 통한 농산물 선순환 구조, 노인 통합돌봄시스템, 청양보건의료원 서비스 개선 등은 이미 전국 지자체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다.

군은 이 같은 성과와 정책들을 기본소득과 연계할 경우 지속성과 확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기본소득이 단순 현금 지원을 넘어, 돌봄·의료·푸드플랜 등 기존 정책의 효과를 배가시키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재정 부담이라는 현실

시범사업 추진의 최대 걸림돌은 재정이다. 농림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청양군이 2년간 부담해야 할 금액은 162억 원 수준이다. 군 단위 지자체가 단일 사업에 이처럼 큰 금액을 투입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청양군은 재정안정화기금 활용, 보조금 체계 정비, 재정 구조 효율화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기존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필요한 사업을 재편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재정 다이어트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어떤 전략도 도와의 협력 없이는 현실화되기 어렵다. 문제는 청양군과 충남도 사이의 정치적 맥락이다. 최근 지천댐 건설 문제 등에서 양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도와 군의 신뢰 관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와의 협력이 불안정하다면, 아무리 청양군이 ‘최적지’라는 논리를 펴더라도 사업 추진 동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적 의미와 제도적 함의

이번 시범사업은 단순히 한 지자체의 성패를 넘어, 농어촌 기본소득이라는 제도의 정책적 실험이라는 의미가 크다. 만약 청양군이 재정 부담과 정치적 난관을 돌파해 사업을 유치한다면, 농어촌 기본소득은 ‘실현 가능한 제도’로서 전국 확산의 근거를 마련하게 된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기본소득 논의 자체가 재정 지속가능성과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는 현실적 벽을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청양군은 조건상 유리하다. 정부는 인구 4만 명 이하 지역을 우선 고려한다고 밝혔는데, 충남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지역은 사실상 청양군이 유일하다. 즉, 정책 필요성과 제도적 조건 모두에서 청양군이 ‘최적지’임을 강조하는 당위성은 충분하다.

군 관계자는 “도의 방침이 없으면 이 사업은 추진할 수 없다”며 “이미 참여 의지를 도에 충분히 전달했고, 현재는 도의 정책 방침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