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길..‘노란봉투법’은 시작에 불과
[관점] ‘노동조합 조직률 13%’가 말하는 것
노란봉투법이 오늘(24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20년 숙원을 풀었다”며 환영하고 있는데요. 심각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나마 바로잡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노동존중 사회’에 대한 기대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쌍용차 조합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 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을 감수해야 했던 현실을.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는지도 먹먹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쌍용차 이전에도, 또 그 이후에도 비슷한 일은 많았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은, 노동관계법의 모호함과 친기업적 조항 때문에 ‘그림의 떡’에 불과했지요. 정리해고 반대를 외치며 파업을 하면 불법파업이 되고 천문학적 손해배상까지 떠안아야 했습니다.
노동자는 헌법상 권리를 외쳤을 뿐인데, 국가는 불법이라며 경찰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고 기업은 엄청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노동자를 경제적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바로 이런 일을 막자는 것이 ‘노란봉투법’입니다.
또 대주주와 원청이 법의 사각지대에 숨어 ‘지배는 하되 책임은 지지 않았던 관행’도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됐습니다. 사용자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숨을 수 있는 사각지대가 현저히 좁아 질 테니까요.
‘노란봉투법’에 대해 일부 기업인과 경영자단체는 당장 여기저기 파업이 일어나 경제가 몰락할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요? 6개월 뒤부터 시행되는 법이 당장 노동현장에서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지는 미지수입니다. 대기업 노조에서부터 시작해 법원의 판례화가 이뤄져 그 효력이 구석구석에 미치려면 최소 수년은 걸리겠지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 노사관계 운동장은 여전히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단적으로 노동조합 조직률만 살펴볼까요? 2023년말 기준,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3%에 불과합니다. 임금노동자 100명 중 단 13명만 노동조합에 가입돼 있다는 뜻입니다.
이 통계가 무엇을 의미합니까? 한국의 노동자 100명 중 87명. 즉 대다수 노동자는 ‘노란봉투법’ 같은 노동 개혁법에 기대를 걸 수조차 없는 현실을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노동조합 조직률이 가장 낮은 부류에 속합니다.
지난 2019년 기준 통계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복지국가 모델로 선망하는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의 노동조합 조직률이 60% 이상을 기록하고 있더군요. 노사가 서로를 적대시하지 않고 상생하는 길로 가려면, 우선 노동조합에 대한 색안경부터 벗어 던져야 합니다. ‘노동존중 사회’로 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정말로 많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시작에 불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