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로 초토화…충남 곳곳, 침수 복구 '총력전'

농경지 최대 피해 예산·부여, 농민들 폭염·폭우 이중고 농작물 뿐 아니라 가축 폐사도 심각..추후 방역 우려 정부 차원 복구·보상 계획 전달 체계 시급히 수립돼야

2025-07-19     김다소미 기자
예산군 고덕면의 한 축 사 앞 모습. 인근 도수로 물이 범람하면서 초토화되며 물에 쓸린 소가 죽은 채로 방치돼 있다. 김다소미 기자. 

19일 오후 충남 지역은 가끔 비가 내리고 대부분 소강상태에 접어 들고 있다. 다만 내일 북부 지역은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 사이 소나기가 내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모레와 글피도 곳곳에 소나기 예보가 잡혔다.

기상청의 비 예보가 종일 전망되고 있지만 역대급 극한 호우로 수마의 현장에 고립된 충남 도민들은 침수 복구에 고군분투 중이다.

충남 곳곳은 4년전부터 극한 호우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 특히 2022년에는 부여·청양, 2023년에는 논산·공주·청양·부여·보령, 2024년에는 논산·금산·부여·서천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올해도 서산·태안·예산·당진 등이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내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예산군 삽교읍의 경우 삽교천 제방둑이 무너지면서 용동3리 마을 전체가 물에 잠겼다. 마을회관 바로 앞에 있는 하천이 범람하면서 지대가 낮은 예당평야 등 다수의 농경지와 민가가 고립됐고 물이 차오르자 주민 50여 명은 신속하게 인근 용동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해 목숨을 구했다.

용동3리 마을회관에 국군 장병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있다. 용동3리는 삽교천 제방둑이 무너지며 인근 민가 50여 가구가 완전히 물에 잠겨 고립됐던 곳이다. 김다소미 기자. 

특히 충남은 전형적인 농업 도시이기 때문에 농경지와 축사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농식품부가 18일 지자체 초동조사 기준으로 잠정 집계한 피해는 비가 집중된 충남 지역이 가장 컸다.

시설하우스가 집적된 부여에서는 45ha의 농경지가 침수돼 전국 지자체 중에서 가장 큰 면적을 기록했다. 

충남의 벼·논콩·쪽파·수박 등 농작물 피해 규모는 1만 2463㏊로, 전국 최고 수치다. 지자체별로는 농작물의 경우 폭우가 집중된 서산(3165㏊)과 당진(1982㏊)의 피해가 컸다.

가축 피해도 심각하다. 당진에서는 닭 36만 9500수, 예산 한우 22두, 젖소 30두, 닭 17만 9200수가 폐사했고 공주에서는 닭 5만 500수가 물에 잠겼다.

현재 많은 단체와 도민, 군인들이 복구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용동3리도 인근 부대 장병 100여 명이 마을 복구를 돕고 있다.

용동3리 마을을 이루는 하천 모습. 지금은 물이 다 빠졌지만 수마가 햘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김다소미 기자. 

용1리 마을 이장 마은천 이장은 <디트뉴스>와 만나 “예당저수지 물을 너무 많이 방류해서 이곳이 다 잠겼다. 정미소, 회관 할 것 없이 싹다 침수됐다. 지금 다행이 물은 빠졌지만 저수지 물이 왜 무한천으로 빠지지 않고 이곳으로 빠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마을은 민가와 논 사이에 물이 급할 때 사용하는 급수로가 있다. 그곳으로 물이 넘쳐 인근 마을을 덮쳤다는 의미다.

마 이장은 “저수지 방류한다고 재난문자를 받긴 했는데 그 물이 이곳으로 넘칠 줄은 몰랐다. 지금 복구가 우선이니 원인 파악은 나중에 되겠지만 제발 농가들 좀 생각해달라”고 호소했다.

마을 주민 서만수 어르신은 “75년 이 마을에 살면서 급수로가 넘친 건 처음”이었다며 “예전에 비가 많이 와서 일시적으로 찼다가 금새 빠졌다. 삽교천이 터지기도 했지만 급수로 물이 넘치는 것은 분명한 추후 시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덕면의 한 축사에 폐사된 소. /강선구 의원 제공. 

축사 복구에 나선 강선구 예산군의원(더불어민주당·가선거구)은 “현재 몇 마리가 죽었는지도 제대로 파악이 안된다. 물에 떠내려가서 못 찾은 소도 상당”하다며 “지금 4일째 소들이 굶고 있다. 물도 못먹고 있다. 근데 지금 정부에서는 보상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나오지도 않았다 떠내려간 소는 사체를 찾아와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식”이라고 성토했다.

강 의원은 “지금 죽어있는 소는 부패가 이뤄져 내장에 가스가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방역은 또 어떻게 하겠다는 계획도 농민들에게 전달이 안되고 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이 하루 빨리 복구와 보상 기준을 정하고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정부 차원의 재난지역 선포도 문제지만 당장 소 먹일 사료도 없다 짚풀도 모두 떠내려갔다”고 강조했다.

충남 부여군의 수박 하우스 모습. 물에 잠겨 있다.시설하우스 작물은 물이 빠져도 상품으로 전혀 쓸 수 없다. 

그러면서 “충남도 광역 차원에서도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라고 본다. 충남도는 그나마 피해가 덜한 강원도 등에라도 요청해서 복구 지원 협업 체계를 꾸려야 한다. 현장 조사와 복구 기본 계획 전달 체계조차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됐던 강훈식 비서실장이던 누구든 현장 시찰 나와보라. 도시 피해도 막심하지만 농촌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해를 못할 수 있다. 지금 농촌은 무정부 상태라고 봐도 된다”며 “지방정부가 아니라 중앙정부 차원에서 긴급 복구에 대한 명확한 명령이 내려와 사전 복구 후 정산 체계 정립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