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현장] “창틀에서 4시간 버텨” 생사 갈림길에서 가까스로 탈출

16일 저녁~17일 오전, 당진시 최고 강수량 기록 용연동 일대 주민 50여 가구 당진초 대피소로 이동

2025-07-17     김다소미 기자
충남 당진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대피소에는 용연동 이재민 70여 명이 머무르고 있다. 대한적십자회는 이들에게 식사를 제공한다. 김다소미 기자. 

16일 저녁부터 17일 오전까지 퍼부은 비로 인해 충남의 피해가 막심하다. 서산에서 1명이 사망하고 청양에서는 2명이 산사태에 매몰됐다가 구조됐다.

이외에도 각종 농경지와 시설물 등에 대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11시 기준 충남에서는 평균 258.6mm의 비가 내렸고 당진에서는 375.5mm의 비가 쏟아져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금산은 35.6mm가 내리는 데 그쳤다.

모레까지 충남은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전망되며 돌풍, 천둥, 번개가 동반하고 서해안 일대를 중심으로 강풍이 몰아칠 예정이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소방서도 호우피해 신고가 총 948건이 접수됐으나 동시간대 신고 밀집으로 처리가 다소 지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천안을 제외한 도내 313세대, 1086명이 대피했고 일부 귀가 조치됐지만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당진시에서는 용연동 일대 주민 50여 가구가 임시대피소로 지정된 당진초등학교 구호쉘터에서 머무르고 있다.

특히 용연동 일대는 용연천과 역천이 흐르고 있는데 각각 이 지역의 대표적인 지방하천이다. 폭우시에는 범람 위험이 높아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쏟아질 경우 급격하게 수위가 상승하는 곳이다.

이재민들에게 지급되는 구호물품들. 김다소미 기자. 
당진초 임시대피소에는 50여개의 구호 쉘터가 마련돼 있다. 김다소미 기자. 

당진초 구호쉘터로 대피한 용연동 주민 A씨는 “집이 완전히 침수돼 4시간 동안 창틀에서 담벼락 넘듯히 배와 허리를 걸쳐 앉고 혼자 버텼다”며 기진맥진한 모습이었다.

A씨의 아들 B씨는 “이웃 주민이 어머니를 발견해 구조 요청을 했다고 한다. 살아계시다는 말을 듣고 인근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로프(밧줄)를 준비해서 동네 철조망과 담벼락 등을 넘어 헤엄쳐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며 “처음에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지붕위에도 올라가서 고래고래 소리도 질렀다. 가까스로 어머니도 제 목소리를 듣고 힘들게 어머니를 모셔왔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17일 오전 당진초등학교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이재민들을 위로하며 진속한 복구와 조치를 약속했다. 김다소미 기자. 

B씨는 “어머니를 모시고 옥상으로 올라가려고 하는데 마침 119구조대가 도착했다. 구조대도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때가 아침 7시 30분이다. 어머니는 새벽 2시부터 창틀에 혼자 버티고 계셨던 것”이라며 “다행히 어머니가 냉철하신 분이라 저체온증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정신을 잃지 않으셨다”고 전했다.

A씨 집 앞에 거주했던 C씨 부부는 2년 연속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겪었다.

C씨는 “역천이 범람하면 용연천 물이 빠지지 못하고 역류하니까 인근 집들이 싹 다 물에 잠긴거다. 새벽 2시쯤 1.5m 정도 찼다. 핸드폰도 못 챙기고 옷 입을 새도 없이 집사람과 가까스로 빠져나왔다”며 “D씨도 내가 업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충남에서는 당진시가 최고 강수량을 기록했다. 역천과 용연천이 범람해 인근 용연동 주민 대부분이 집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김다소미 기자. 

D씨는 “집에 혼자 있었는데 밖에 물이 차서 문이 안열리더라. 얼마나 손을 벌벌 떨었는지 말도 못한다. 물은 차오르지 혼자있지 겁이났는데 다행히 C아저씨가 창틀을 열어주고 날 업어서 데리고 나왔다”고 고마워했다.

김태흠 도지사와 오성환 당진시장도 이날 대피소를 찾아 이재민들을 만나 신속한 복구와 편의 제공을 약속했다.

김 지사는 C씨 부부와 만나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나. 아무래도 하루이틀 정도는 이곳에서 더 머무셔야 할지도 모른다. 내일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당진시 공무원, 자원봉사자들과 하루빨리 집을 정리해서 들어가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며 “마음 편히 가지시고 너무 걱정하지마시라”고 위로했다.

현재 당진초등학교 대피소에는 대한적십자사가 이재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