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태안화력 사망사고’ 협의체 구성..대책위 “기재부 왜 빠지나”
정부, 故김충현 영결식 날 협의체 구성 밝혀 '하청구조' 바꾸려면 '기재부' 참여 필수적
정부가 18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사망한 故김충현 씨 사고 관련, 고인의 동료들로 구성된 ‘태안화력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가 포함된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정부와 현장 사정을 잘 아는 대책위가 함께 참여해 이번 사고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규명하고 생전 고인과 동료들이 겪었던 불합리한 ‘죽음의 외주화’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대책위는 협의체에 기획재정부가 포함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강하게 요구했던 기재부는 참여하지 않는다. 발전소 비정규직의 안전을 위협하는 하청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재부 참여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협의체 구성을 밝힌 같은 시각 故김충현 씨의 영결식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열렸다. 유족과 동료는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며 재발 사고 방지를 위해 투쟁할 것을 다짐했다.
고용노동부는 국무조정실 사회조정실장 주재로 노동부 산재예방감독정책관,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정책관이 참석하는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했다. 정부는 “빠른 시일 내 대책위와 구체적인 협의체 구성 방안과 논의 의제, 운영 방식 등에 있어 모든 것을 열어 놓고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 정비동에서 혼자 선반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옷이 끼이면서 숨졌다. 그는 발전소 설비를 정비하는 한전KPS의 하청업체인 한국파워오엔엠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대책위도 고인의 영결식이 끝나고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이번 결정은 대책위뿐만 아니라 수 많은 시민들의 분노와 지지가 만든 결과”라며 “대책위는 정부 협의체에 참여해 투쟁으로 고 김충현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앞서 ▲故김충현 사망사고 진상규명 ▲故김용균 특조위 권고사항 이행점검 ▲발전소 폐쇄 총고용보장을 대정부 협의체 의제로 요구했다.
대책위는 “발전소비정규직의 삶과 일터의 과거·현재·미래를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번 정부 발표는 모든 것을 열어놨다고 하지만 ‘유사사례 재발방지 방안’ 중심으로 짜였다. 반면 발전소 폐쇄로 인한 정의로운 전환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전소 폐쇄에 따라 전망을 찾지 못해 기존 노동자들이 빠져나가지만, 회사는 폐쇄를 이유로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지 않는다. 2인 1조는커녕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인력조차 없어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며 “대책위가 강력히 요구했던 기획재정부 참여가 되지 않았다. 지금 발전소 비정규직의 안전을 위협하는 하청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재부가 빠진 협의체는 발전사들의 비웃음을 살 것이다. 지난 서부발전, 한전KPS와의 교섭에서 사측은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발전소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기재부 승인을 가져오라는 오만방자한 태도다. 그런데 이번 정부 협의체에서 보란 듯이 기재부가 빠졌다. 국민주권 정부의 주인이 기재부는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책위는 19일 오후 1시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고 김충현의 동료인 한전KPS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과 발전비정규직연대 노동자들은 대책위의 입장을 밝히고, 대정부 교섭과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