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잇단 대권 행보..보수 단일화 '첩첩산중'
공직자 사퇴기한 2주일 앞..서울 대형교회서 예배 외신 인터뷰 대권 출마 질문에 “결정 내리지 않았다. 노코멘트” 4.19기념일, 장애인의 날 축사 메시지 ‘대권 행보’ 분석 대통령 국민후보 추대위 출범 예고..출마 명분쌓기 본격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서울 한 대형교회에서 예배한 것으로 알려지며 대선 출마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선 최근 한 대행의 메시지와 행보를 두고 대선 출마를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한 대행은 지난 20일 수행원 없이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이 교회는 대권 주자들이 출마에 앞서 방문하는 곳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와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참석한 곳이며, 최근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와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역시 이곳을 찾았다.
외신과 인터뷰에선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대행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질문에 “아직 결정 내리지 않았다” “노코멘트”라고 답변했다. 대권 도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처음 밝힌 것이다.
한 대행은 또 4.19혁명 기념식에서 ‘국민통합’, ‘상생’, ‘협치’를 강조했고, 지난 18일 45회 장애인의 날 기념식 축사에선 ‘우리가 이룩하고자 하는 대한민국’이라며 국가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한 대행 대선 출마를 촉구하는 ‘대통령 국민후보 추대위원회’가 오는 22일 서울프레스센터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추대위에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고건 전 총리, 김만복 전 국정원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진보·보수 원로 요구를 대선 출마 명분쌓기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지지율 부침, 국민 대선 출마 '부정적 시각' 부담
한 대행이 최종 대선 출마를 결심하기 까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산중이다.
보수진영에서 한덕수 차출론이 필요하다는 데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무소속 한 대행의 단일화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유력 주자와 한 대행이 같은 지지율을 보였다는 점은 단일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때문에 한 대행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국민의힘 경선 후보를 압도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권 출마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시선도 극복해야 한다. 권한대행 직무 평가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웃돌고, 대선 출마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60% 중반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16일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명 효력 정지 결정을 내린 점도 한 대행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치권에선 한 대행의 헌재재판관 임명을 '정치적 결단'으로 평가했지만, 헌재 결정에 타격을 입었단 분석을 내놓고 있다.
民, 한 대행 행보 맹비판 "국민 농락"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행보를 맹비판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재판관 지명도 모자라 호남과 영남을 오가며 기업 탐방까지, 대통령 선거 준비에 한창인 것처럼 보인다”며 “외신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두고 권한대행과 대통령 간 업무에 차이가 없다는 망발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해야 할 일은 국정 안정적 유지와 공정한 대선 관리에 전념하는 것”이라며 “자격 없는 총리가 모호하게 출마설에 연기를 피우며 미국과 관세 협상 전면에 나선다는 것 자체가 국민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자기 장사에 정신 팔린 노욕의 대통령병자가 선거 관리와 대미 협상을 단 한시라도 제대로 하겠느냐”고 비판했다.
한민수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대행은 국민께서 국정을 안정시키라고 부여한 권한을 대선 출마 디딤돌로 전락시키고 있다”며 “43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선거 관리 자체가 의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공직선거법(53조)에 따르면, 조기 대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5월 4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사퇴기한 2주일 가량을 앞둔 시점에서 한 대행의 대권 행보가 조기 대선의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