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영화감독 말고, 지치지 않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세종 지역 예술인 이주아 영화 감독 인터뷰 "봐야할 것들, 던져야 하는 메시지 아는 감독 되고파"

2025-04-18     권예진 기자

23살. 어떤 기성세대는 ‘사회를 잘 모르는 나이’, ‘철 없어도 되는 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 나이에 이혼 가정의 면접교섭권을 다루는 첫 장편 영화를 만들어 영화감독으로 우뚝 선 청년이 세종에 있다. 바로 ‘이주아 감독’이다. 청년, 여성, 지역예술인. 이 감독 앞에 붙는 수식어는 그가 가진 작품세계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다음 작품에선 좀 더 개인적이고 진솔한 ‘나의 얘기’를 담고 싶다고. 그를 만나 준비 중인 다음 작품과 그가 꿈꾸는 영화 감독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이주아 감독. 세종에서 청년 여성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권예진 기자

영화 감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람은 직업을 택할 때 ‘내가 가야할 길이다’라고 생각해서 직업을 택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이 일은 나의 소명과 사명이다'라는 느낌을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서 느꼈어요. 제가 느끼는 사회적 문제를 영화를 통해 풀고 싶다는 생각은 중학교 때부터 해왔죠. 그리고 고등학생이 돼서 단편영화를 찍게 됐어요.

그럼에도 제가 영화를 만드는 나이가 있다면, 그 땐 나이가 든 이후일 거라 생각했어요. 40대, 50대가 되면 제가 생각을 알게 돼서 어리숙한 모습들은 벗고 성숙한 모습인 상태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데, 갑작스럽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찾왔어요. 그 때가 23살 영상대학교에 재학 중이었을 때였죠.

첫 작품이 미혼부의 얘기를 담은 ‘면접교섭’인데, 이 주제를 택한 이유가 있는지.

22살 대학교 시절 미혼부 기사를 보게 됐어요. 미혼부는 홀로 출생 신고하지 못해서 유령으로 사는 아이가 많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이런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의 얘기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보면서 문제의식을 느꼈어요. 그 다음 해 '어떤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좋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그 기사가 떠오르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이혼 가정’이라는 주제를 가볍게 쓰는데, 그런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그 집에 살고 있는 모자이크 된 아이들이 보였어요. 많은 사람이 부모의 갈등이나 싸움을 통해서 트라우마가 생기기도 하고, 상처를 받잖아요. 그런 사람의 얘기를 담고 싶었어요. 이혼가정의 면접 교섭권이 어떤 드라마나 예능, 영화에 잠깐 지나가는 소재로 쓰였지만, 한번쯤 이야기할 사람이 필요하겠다라고 생각했죠.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떻게 첫 영화를 완성하게 됐는지.

학교의 도움이 많이 컸죠. 많은 대학교에 영상 관련 과가 있지만, 한 학생이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줄 수 있는 학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학과 교수도 감독 인재 양성에 대한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계시다 보니 운 좋게 기회를 얻었어요.

몰론 노력도 있었고, 그 시간이 쌓여서 연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있지만 학교의 도움이라는 타이밍이 잘 맞아서 첫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어요.

다음 작품은 지역 예술인을 주제로 정했는데, 그 주제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지도교수와 얘기 하면서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느꼈어요. 첫 장편 영화는 제3자, 타인,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면 이제는 나의 고민, 우리의 고민을 다루고 싶었어요.

예술인이라는 게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니지만, 뭔가 그 일을 하고자하는 이끌림이 있었을 거고, 그 일을 소명과 사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은 너무 고된 거죠.

'연극과 영화와 방송과 연기와 문학 등 등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건 어떤 걸까' 그리고 '지금 이 세대, 이 시대에 20대 청년이 예술인으로 살아가는 건 어떤 걸까', 그들은 왜 그렇게 힘들고 고된 작업인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고 있는걸까. 사실 저도 아직까지 답을 찾고 있고, 이 영화의 등장하는 사람들을 통해서 제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거 같아요.(웃음)

지역 예술인으로 고충이 많을 것 같다. 어떤 게 가장 힘든지.

아무래도 예산이 가장 큰 고민이죠.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지원금이 부족한 수준이 아니라 불가능한 수준이에요. 그래서 첫 작품은 거의 100% 사비로 만들었어요. 총제작비가 6000만 원 정도 들었는데, 대부분의 제작비는 학교 지원이 있어서 영화제작이 가능했어요.

세종문화재단이 하는 지원 사업 설명회를 들었어요. 문학, 연극, 미술, 전시 미술 등 세분화가 돼있는데 영화는 없더라고요. 영화 분야는 없냐고 물었더니 ‘다원 예술’로 지원하라고 하더라고요. 영화 예술은 세분화도 되어 있지 않은거죠. 이번 영화도 최소 금액으로 8000만 원의 예산을 잡았는데, 문화재단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예산은 10분의 1도 안돼요. 영화 예술에 대한 지자체의 이해도나 지원사업이 적다보니 이런 지원사업을 알아볼 때 상처만 받게 되더라고요.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지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70년대나 80년대 영화 산업과 비교하면, 카메라나 영상 기술에 대한 발전은 선명하게 이뤄졌지만, 예술 환경의 변화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요. 예술이라는 건 우리 사회에 분명히 필요하고, 예술을 통해 사회에 던져지는 매시지는 계속해서 늘어날텐데 예술인이 작업을 이어나가기 위한 환경의 변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거죠.

그래서 예술 활동을 할 때 제가 봐야 될 것을 더 잘 보고, 제가 얘기해야 될 것을 더 잘 이야기하는 영화인이 되고 싶어요. ‘영화 감독’ 자체보다는 제가 봐야 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눈 가리고 게을러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뭔가 얘기를 하고 메시지를 던지는 그럼 사람이 되는게 목표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