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달랐던 이재명식 ‘돋보기 공약’
[디트의눈] 지역현안 꿰뚫은 충청 공약 ‘눈길’..feat. 강훈식·박수현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충청권 공약을 발표했다. 세종은 행정수도, 대전은 과학수도, 충남은 환황해권 거점, 충북은 미래산업으로 나눠 발전상을 제시했다. 여기에 미래산업과 SOC사업, 관광 분야 등 광역별 연계전략까지 언급하며 구체화했다. <관련기사 4월 17일자: 이재명 충청 공약 “균형발전 심장, 행정·과학 수도로”>
그동안 중앙 정치인은 대전·세종·충남·충북을 하나의 ‘충청’으로만 취급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때문에 지역별 현안에 이해도가 낮고, 지역 공약을 뭉뚱그리거나 구체화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이 대표의 충청권 공약을 보면 지역 숙원·현안사업을 꿰뚫어보고 있단 느낌이다. 지난 대선 공약을 가다듬고 보강한 ‘충청의 청사진’을 200자 기준 원고지 18장, 글자 수로는 2000자에 축약시켰다. 핵심을 짚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이 전 대표가 두 번째 대권에 도전하는 점과 경선 캠프에 합류한 충청권 인사 강훈식 총괄본부장과 박수현 공보단장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값으로 보인다. 이들은 공약을 취합해 최종적으로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이해도가 높은 공약은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시켜 지역민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 반면, 지역 현안 이해도가 부족하다면 외면의 대상, 설익은 포퓰리즘 공약으로 치부될 수 있다.
한 예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들 수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 시절 충남 일정에서 지역 현안 관련 질문에 세종과 충북 공약만을 늘어놓았다. 지역민의 기대와 염원이 무엇인지 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표를 달라고 호소한 것이다. 부친 고향이 충남이라는 이유로 ‘충청의 아들’을 자처해온 터라 실망감은 더했다.
반대로 이 전 대표의 충청권 표심 공략은 눈에 띈다. 캠프 합류 인사를 소개할 때 “제 처가 동네인 충청의 인물”이라고 언급하며 애정을 표현했고, 이날 대전 국방과학연구소(ADD) 현장 간담회에 앞서 지역 공약을 발표하는 등 잘 짜여진 각본을 보는 듯 했다. 게다가 민주당 첫 경선지도 충청으로 정한 상태다.
각종 선거에서 ‘민심 풍향계’ 역할을 해온 충청에 그만큼 공을 들이고 있단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 선거판에선 “충청이 선택하면 당선된다”는 게 정설로 통하고 있다. 중도층이 두텁고, 영·호남과 달리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캐스트보팅 역할을 해왔기 때문.
대선 주자의 맞춤형 공약은 지역민의 희망회로를 다시 돌릴 엔진이 될 수 있다. 이날 발표된 공약을 보다 구체화·세분화해 최종 대선 공약에 반영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