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반(反)이재명 빅텐트론’ 현실성 있나
찬탄·반탄 자중지란에 중도층 흡수 어려워 '비현실적'
국민의힘 대권 주자 사이에서 ‘반(反) 이재명 빅텐트(big tent)론’이 부각되고 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척점에 선 세력이 연대해야 본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논리다. 이런 움직임은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 전 대표 여론조사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빅텐트’ 범위는 국민의힘 대권 주자뿐만 아니라 제3지대 후보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한덕수 국무총리, 민주당 내 반명 세력, 이낙연 전 총리까지 아우른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은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고, 유력 대권 주자인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한치의 양보 없는 싸움이 벌어질 것이 자명하단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간 극명하게 갈리는 메시지도 빅텐트론에 걸림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탄핵에 찬성파(찬탄파)와 반대파(반탄파)로 나뉘어 서로를 향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어서다.
게다가 내란수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손절하지 않는 국민의힘과 진보진영 내 반 이재명 세력이 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는 등 ‘반명 빅텐트’ 구성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빅텐트론 올라탄 반탄 주자들
‘반명 빅텐트’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꺼내들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CBS라디오에 출연해 “경선에서 승리한 분이 보수와 중도를 아우르는 빅 텐트를 만들어야 이재명 정권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2년 대선 후보 경선을 벤치마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는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단일화하면서 대선 직전까지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꺽은 사례를 언급한 것. 반명 빅텐트를 구성하면 남은 선거기간 50일 내 이 전 대표를 넘을 수 있단 계산이다.
김문수 전 장관 역시 빅텐트론에 동참했다. 그는 이날 서울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서 ‘반 이재명 빅텐트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 조금씩 나눠 먹으면 이재명 후보가 쉽게 당선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나경원 의원은 민주당 내 비명계와 연대 가능성에 “정치는 여러 가지를 상상할 수 있다. 변해가는 정치 상황에 따라 늘 상상하고 준비해야 된다”고 말했다.
‘찬탄’과 ‘반탄’으로 나뉜 국힘 주자
존재감 키우는 이준석..3자 가상대결서 10%대
국민의힘 대권 주자는 탄핵에 찬성한 부류와 반대한 부류로 나뉜다. 앞서 언급한 빅텐트론에 찬성한 이들은 모두 ‘반탄파’세력이며, 한동훈 전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찬탄파’ 세력으로 나뉜다.
안 의원은 “우리당 상위권 후보들은 내란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며, 지난 선거를 망쳐 보수를 궤멸시킨 장본인들”이라고 직격했다.
반면, 반탄파 나 의원은 한 전 대표를 겨냥해 “이번 조기 대선을 가져온 여러 원인을 생각하다 보면 한 전 대표만큼은 반드시 이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지적했다. 12.3 비상계엄 후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를 비판한 것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지지율이 오르는 흐름이 빅텐트 연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최근 한국갤럽 3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45%, 김문수 29%, 이준석 14%를 보였다.
이 의원은 “많은 사람이 단일화니 뭐 연대니 이런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치 공학이 아니라 정면돌파해서 대한민국 정치를 한번 새롭게 만들어 보겠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개혁신당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는 이미 독자 노선을 선언했다. 가장 먼저 대통령 후보 등록을 마쳤고, 완주 의사를 수차례 밝혔다"며 "그럼에도 자꾸 빅텐트, 단일화 운운하는 것은 정치적 스토킹 질이나 다름없다"고 빅텐트론에 선을 그었다.
빅텐트, 중도표심 얻을까..중도 70%는 '탄핵 찬성'
빅텐트가 성사되더라도 탄핵정국 여파를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 비상계엄과 탄핵에 사과와 반성 없는 대선 후보 면면, 중도층 70%가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여론을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등록을 마친 뒤 ‘빅텐트론 구상’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내란 세력과 결별하는 게 지지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선거 때마다 빅텐트론이 나오지만 실체가 없고, 대선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큰 바람이 불지 않을 것”이라며 “제3지대에서 빅텐트가 쳐진다고 하면 국민의힘이 더 손해가 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어 “다크호스가 될 만한 사람이 한덕수 권한대행인데,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며 “김문수·홍준표는 굉장한 싸움쟁이다. 결코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