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태흠이 ‘충청 보수’ 자존심 살렸다

2025-04-10     디트뉴스

충청 보수의 맏형격인 김태흠 충남지사가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회동을 통해 사실상 김 지사를 대표선수로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항간의 추측이 있었지만, 회동 취소와 함께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지사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자기고백과 함께 “대선 출마가 정치적 경력이나 차기 선거 준비를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론까지 폈다. 충청 보수의 맏형다운 모습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 헌법재판소 파면 결정에 이르는 과정 속에 충청의 보수 역시 ‘여의도 보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왔다. 일부 단체장은 비상계엄을 옹호하거나 극우집회 연단에 오르는 것도 모자라 부정선거음모론에 가세하는 태도까지 보였다. 민심과 완전히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물론 김 지사 역시 충청권 4개 시·도지사와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다는 정치적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처음부터 비상계엄이 잘못됐다는 인식을 드러냈고 탄핵 반대진영의 전면에 서지 않고 몸을 낮추는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적어도 김태흠 지사를 ‘극우’로 비판하는 목소리는 없다.

김 지사의 불출마 결심보다 그가 친정인 국민의힘에 보내는 쓴소리가 더 주목받았다. 그는 “촉박한 일정을 이해하지만 단순히 반(反) 이재명 정서에 기대어 대선을 치르면 필패한다”고 경고했다. 이재명에 반대하는 것 외에 그 어떤 수권 전략도 제시하지 못하는 당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특히 김 지사는 “당 소속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성찰과 자성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조차 광장의 지지층 눈치를 살피며 ‘우향우’만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용기 있는 목소리를 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불출마’보다 더 의미 있는 결심이다.

충청의 보수는 전통적으로 중도를 포용하는 무게감으로 힘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윤석열 집권기 충청의 보수가 영남 보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소리를 들은 이유는 오로지 ‘친윤’을 표방하며 충성 경쟁만 펼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는 정치적 경쟁자를 대하는 자세부터 언론을 핍박하는 태도까지 윤석열을 모방하는 데 여념 없었다.

김태흠 지사가 ‘여의도 보수’에 보내는 쓴소리는 충청 보수가 영남 보수와 다르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긴 안목으로 보면, 김태흠이 충청 보수의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를 받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