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시도지사, 대선 거론할 자격 있나?

[데스크 칼럼] 10일 조찬회동에 쏠린 눈

2025-04-08     김재중 기자
충청권 시도지사. 왼쪽부터 김태흠 충남지사, 김영환 충북지사, 최민호 세종시장, 이장우 대전시장. 자료사진.

충청권 4개 광역단체장이 오는 10일 조찬회동을 한다고 합니다. 눈 앞에 펼쳐진 조기 대선 국면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데요. 대통령 부재에 따른 지방행정 수장의 책임감, 대선 공간에 던질 지역 의제 등이 거론된다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혹시라도 ‘형님 먼저, 아우 먼저’와 같은 대선 출마를 거론할 생각이라면,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말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지지율 1%는커녕, 여론조사 후보군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면서 “권유받고 있네, 고심 중이네”하는 것은 낯간지러운 일 아닐까요. 무엇보다 버스 떠난 뒤에 손 흔드는 격이기도 합니다.

과거를 돌이켜보지요. 충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여럿 있지만, 김종필과 안희정은 자기 진영에서 중도를 지향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종필은 민주당과 연합전략을, 안희정도 연합전략의 일종인 대연정과 같은 그림을 그렸지요. 그들의 후과는 논하지 않겠습니다.

그들이 충청을 대표하는 인물이면서 최고 권력에 근접한 이유는 자기 진영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하는데 그치지 않고 중도 포섭을 통해 외연을 확장했기 때문입니다. 충청인이 똘똘 뭉쳐 충청의 대표선수로 내세운 것이 아니라, 국민 상당수에게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런데 대선출마를 거론하는 충청권 광역단체장은 어떻습니까? 충청을 벗어나 국가 지도자로 인정받고 있습니까? 거론되고 있습니까? 중도포용 전략이 있었습니까? 김태흠 충남지사가 이따금 쓴소리하는 것도 충청 안에서 울리는 메아리였을 따름이죠.

대통령 또는 중앙정부와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치단체장의 숙명이 있기에 지난해 12월 3일 이전의 ‘친윤 행보’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한 푼이라도 더 따오려고 읍소했다’고 변명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12월 3일 이후 그들이 취한 행보는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비상계엄은 잘못된 것이지만 탄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가진 단체장도 있었고,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하면서 극우집회 연단에 오른 열성파(?)도 있었지요. 정도는 각자 다르겠지만, 한 명 예외 없이 탄핵 반대 전선에 서면서 마치 충청을 대변하는 듯 정치 행보를 이어온 것을 부정하지는 못하겠지요.

그 기간 충청의 민심은 어땠습니까?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이철우 경북지사라면 자기 지역의 민심을 대변한다는 변명이라도 가능했겠지요. 탄핵심판 선고일조차 정해지지 않은 지난 3월 말 한국갤럽 여론조사(조사기간 3월 25~27일, 조사대상 전국 18세 이상 1000명,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충청의 민심은 ‘탄핵 찬성 58%, 반대 34%’로 나타났습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에 대한 그들의 해석과 입장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최고 법원인 헌법재판소가 이미 결론 내렸습니다. 탄핵에 찬성하는 충청권 민심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것을 알면서 그들은 이 민심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지금 해야 할 일은 사과와 반성이겠지요. 비상계엄 이후 탄핵반대 시도지사 입장문에 서명했던 것처럼, 이제는 사과 입장문에 서명부터 하는 게 도리일 것입니다.

현실정치 차원에서도 한 말씀 더 드리지요. 어차피 당선이 실제 목표가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눈치채고 있습니다. “대선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대선 후보군으로 거명해 달라는 강력한 요청으로 들립니다.

그래야 대선 공간을 통해 향후 국민의힘 당권 지분을 확보하거나 과거 자민련이나 선진당과 같은 지역정당 창당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포석부터 잘못됐고 지향점마저 안보입니다. 극우보수정당 간판을 내건 충청 지역정당이 가당키나 하겠습니까?

그들이 10일 조찬 회동에서 해야 할 일은 충청권 4개 시도가 대선 공간에서 힘을 모아 함께 풀어야 할 지역 숙원이 무엇인지, 공론화할 지역 의제가 무엇인지를 토론하고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거기에 비상계엄 옹호와 탄핵 반대에 대해 사과까지 한다면 모처럼 ‘잘 했다’ 소리 들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