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이 키운 상생의 불씨, 최재구 군수 “꺼뜨리지 않도록”
각종 구설에 휘말린 백종원 대표, 연이은 논란 예산군 "관련 법령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처리" 최재구 군수 "앞으로 할일 많아..협력은 변함없어" 상인들, 안타까운 마음.."시장 활성화, 백 대표 도움 덕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최근 농지법 위반 등 연이은 구설에 휘말리면서 그가 고향 충남 예산군에서 상인과 이룬 전통시장 활성화 성공신화를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원산지 표시 위반 혐의로 예산경찰서에 형사 입건된 상황으로, 백석공장 농지에 설치한 회사 비닐하우스 2개 동도 농업용 고정식 온실로 신고한 채 창고로 사용해 군으로부터 철거를 명령받기도 했다.
논란이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지자 더본코리아 주가는 지난해 상장 이후 최저가를 갱신 중이다.
그를 둘러싼 악화된 여론에 예산시장 상인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백 대표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 중인 최재구 예산군수도 답답한 심정은 마찬가지.
급기야 최 군수는 17일 예산시장을 직접 찾아 상인을 다독이며 현장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평일이지만, 점심에도 한산한 예산시장
18일 점심, 봄이지만 난데 없는 강풍과 눈이 내렸던 예산시장은 한산했다. 평일이고 날씨가 안 좋은 탓도 있겠지만. 상인들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시장에서 식혜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보통 금요일부터 월요일까지 손님이 붐비는 시기다. 백 대표의 논란 이후 가장 바쁠 이 시점에도 손님이 줄어 어제는 두 시간 일찍 퇴근했다”며 “백 대표가 실수한 것은 맞지만, 덕분에 우리 상인이 받은 도움이 어마어마 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상인은 이어 “어제 군수님도 다녀가셨다. 걱정이 한가득이더라. 다 같이 힘을 내보자고 말했다. 우리 가게는 전국 각지에서 손님이 찾아오지만, 이들이 한 두번 오고 마는 게 아니다. 서울 단골도 있다”며 “외지 단골이 생긴 것은 모두 백 대표와 우리가 일궈낸 시장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에서 국수를 파는 한 상인은 “원래 3월은 비수기다. 예산시장을 찾는 방문객은 거의 가족단위 인데 새학기가 시작되는 시기다 보니 손님이 준 것”이라며 “백 대표 논란도 영향이 있겠지만 시기적으로 장사가 잘 되지는 않는 때”라고 말했다.
이 상인은 또 “그렇지만 아무래도 우리 시장의 대표 마스코트인 백 대표에 대해 여러 잡음이 나오니 우리도 뒤숭숭하기는 마찬가지다. 군도 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그래도 이곳의 분위기와 맛, 합리적 가격 때문에 찾아와주시는 분이 아직 많이 계신다”고 강조했다.
지방소멸 역주행 신화, 2년간 780만 명 방문
예산군과 더본코리아는 예산상설시장을 중심으로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결과는 대성공 이었다. 이곳에서 백 대표와 함께 개최한 맥주페스티벌에는 수도권에서 예산으로 오는 열차표와 인근 숙박업소가 모두 매진됐을 정도로 엄청난 흥행을 보여줬다.
전국 방문객의 발길을 멈추게 한 데에는 ‘전통시장’을 핵심 아이템으로 잡은 것도 한 몫했다. 전국적으로 지방소멸 위기감이 현실이 되는 지금 쇠퇴하는 시장 살리기에 많은 이가 동참해줬기 때문이다.
특히 예산시장은 쇠락한 과거를 뒤로 한 채 2년 간 780만 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되며 저력을 확인했다.
경북 의성에서 방문했다는 한 가족은 “백 대표 논란 이후 시장에 방문객이 많이 줄었는데 예산시장을 찾아오신 이유가 무엇인가”를 묻는 기자 질문에 “한번 쯤 와보고 싶었다. 백 대표 개인의 논란과 시장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곳을 오기로 했을 때 백 대표 논란은 신경쓰지 않았다. 와보니 듣던대로 레트로한 분위기가 매우 재밌다”고 평가했다.
최재구 군수 "모든 행정처리는 투명하게"
백 대표의 논란에 예산군도 공식 입장을 내고 변함없는 협력을 재차 강조했다.
군은 “노후화된 옥상 전체에 대한 새단장도 진행한다. 공사가 완료되면 시장을 찾는 관광객에게 젊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선사할 것”이라며 “예산시장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지방소멸 역주행의 대표적 사례로 떠오르며 전국 지자체의 선진지 견학이 이어지는 등 선도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군은 이어 “지난 23년간 방치되 군민 숙원사업이었던 예산읍 창소리 충남방적은 (백 대표와) ‘K-773 문화복합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더본코리아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행정 사업 구체화를 통해 중앙부처 공모에도 선정돼 사업 추진에 날개를 달았다”고 강조했다.
충남방적은 최근 ENA가 제작해 인기리에 방영됐던 ‘백종원의 레미제라블’이 촬영된 곳이다.
군은 또 “앞으로도 더본코리아와 적극적인 협력에 나서 다양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노력하고 방문객 편의 증진과 더 쾌적한 시설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군수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백종원 대표와 예산군이 함께 살린 상생의 불씨가 꺼지지 않길 바란다. 무엇보다 상인의 마음이 다칠까 걱정되지만 앞으로 백 대표와 추진할 많은 사업이 있기 때문에 모두 힘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군수는 이어 “백 대표의 잘못은 각종 언론 보도에서 제기된 행정 관련 사안에 대해선 관계 법령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할 것”이라며 “예산군이 전성기를 맞은 데는 상당한 노력이 있었다. 백 대표의 잘못은 그것대로 처리를 하면서 앞으로 적극적인 협력 사업도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