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함께” 단식투쟁 나선 박수현의 분노
[인터뷰]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공동대표 단식 4일차, 광화문 천막농성장서 생활
“윤석열 석방 이후 국민 불안과 공포를 누군가는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서 박수현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 공동대표(충남 공주·부여·청양)를 만났다. 정장과 넥타이 대신 셔츠에 점퍼를 입은 모습은 평상시와 사뭇 달랐다.
“힘들지 않습니까”라는 인사말에 그는 “첫 질문이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카메라와 노트북을 든 기자의 모습에 인터뷰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국민의 불안한 마음’은 박 의원을 단식 투쟁으로 이끈 배경이다. 국민에 대한 예의와 도리 차원에서, 국회의원 모두가 단식할 수 없으니 탄핵의원 연대가 대표로 나섰던 것이다.
“국민은 윤 대통령 석방 이후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있습니다. 12·3비상계엄 때보다 크게 느껴집니다. 시민사회가 이틀 먼저 단식 농성을 시작했어요. 국민이 단식을 하는데, 국민 대표인 국회가 동조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단식 농성은 이날로 나흘째다. 그는 윤 대통령 파면 촉구와 심우정 검찰총장 즉각 사퇴, 법원의 윤 대통령 직권 재구속, 국민의힘 정당 해산을 요구하며 지난 11일부터 천막에서 생활 중이다.
아침 8시면 농성장 텐트 장막을 걷고, 인근에서 농성하는 시민단체와 아침 인사를 나눈다. 비상행동의장단과 간담회도 갖는다. 탄핵 의지를 다지고, 희망을 나누고 있다는 설명이다.
농성장에는 응원하러 온 시민,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시민 등 하루 3000여 명이 방문한다. 이들은 때로 핫팩과 마스크, 꽃을 선물하기도 한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전했다.
“힘내라며 단식농성장을 찾는 분이 하루 3000여 명에 이릅니다. 그런데 단식농성장에 치킨 두 마리를 사 오신 분도 계셨어요. 단식 농성장이라고 설명드려도 ‘먹어야 힘을 내지’라며 응원해 주셨어요. 감사한 마음이지만 정중하게 돌려 보냈습니다.(웃음)”
尹 풀어준 법원·검찰 향한 비판
본격 인터뷰가 시작된 후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을 풀어준 법원과 검찰을 작심 비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지 못한 집단이라면, 이제는 국회의원을 제치고 검찰이 가장 신뢰받지 못하는 집단으로 전락했어요.”
그의 분노가 전달됐다.
실제 검찰의 신뢰도는 최저점을 찍었다. 최근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 탄핵 심판 관련 기관별 신뢰 여론조사에서 검찰 신뢰도는 26%로 가장 낮았다. ‘신뢰하지 않는다’는 비율은 무려 64%였다. 검찰이 법원의 윤 대통령 구속취소 청구 인용에 따른 ‘즉시항고’를 포기한 데 따른 국민 분노가 담긴 조사다.
“상상할 수 없어. 있어선 안 되는 일이지. 지귀연 판사는 지난 28년간 ‘날’로 계산한 구속기간 산정을 왜 윤석열에게만 ‘시간’을 적용하는 특혜를 주는 것이야. 심지어 시간 계산도 틀렸어요.”
“심우정 검찰총장은 특수본 ‘즉시항고’ 요구를 묵살하고 윤석열을 풀어줬어. 내란수괴를 ‘불법 탈옥’시키기 위한 동조범 역할 아니겠느냐”
그는 단호하게 따져물었다.
형사소송법 ‘제214조의2(체포와 구속의 적부심사)’, ‘제201조의2(구속영장 청구와 피의자 심문)’에는 체포적부심은 ‘시간’, 영장실질심사는 ‘날’로 계산토록 규정됐다. 또한 대검찰청 예규엔 검찰총장은 특별수사본부 수사지휘를 할 수 없도록 했고, 보고만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심 총장은 이를 어기고 윤 대통령 석방지휘를 했다는 지적이다.
내란 중심지 충청..“한없이 부끄럽고 자괴감”
이번 12·3내란 중심에는 유독 충청권 인사가 많다. 충청의 아들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 때문일까.
군 출신 중에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충남 서천·대전고)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대전·보문고),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충남 금산·충남고), 대통령실 경호처에 박종준 전 경호처장(충남 공주·공주사대부고), 김성훈 경호차장(연기군, 현 세종시·대전 동산고) 등이 대표 인물이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대전·대전고), 윤핵관 정진석 비서실장(충남 공주)에 윤갑근(충북 청주)· 김홍일(충남 예산) 대통령 변호인까지 충청권 인사로 꾸려졌다. 강승규(충남 홍성·예산)·장동혁(충남 보령·서천)·성일종(충남 서산·태안)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 내란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한 없이 부끄럽고, 자괴감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충청의 ‘충(忠)’자는 가운데 ‘중(中)’에 마음‘심(心)’으로 구성됐어요. 그렇게 마음의 중심을 잘 잡고, 어떤 선거에서도 중심을 잘 잡아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불법 비상계엄과 내란 수괴에 동조하거나 부역함으로써 충청의 민심을 날려버리고 있어요. 실제 많은 사람은 ‘충청도, 공주 왜 그러냐’는 질문을 해요. 그때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