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행정통합, 시·도민 압도적 지지 관건
특별법 제정 속도 '상향식 논의' 의문 5월 여론조사 시행, 관심도 제고 필요
대전충남특별시 출범을 위해 행정통합 밑그림을 그려온 민관협의체가 내달부터 본격적인 시·도민 의견수렴에 나선다. 주민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 상향식 통합에 걸맞는 의견수렴 방식과 더불어 압도적 주민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전충남행정통합민관협의체는 최근 ‘(가칭)대전충남특별시설치및경제과학수도조성을위한특별법’ 초안을 공개하고, 향후 활동 계획을 밝혔다.
특별법 초안에는 대한민국 경제과학수도 대전충남특별시 조성, 미래 전략산업 구축, 특별시민 행복 실현을 위한 12개 과제 등 총 255개의 권한이양, 특례가 담겼다. 분야별로는 경제·산업 62건, 도시개발 37건, 농림·해양 40건, 조직·재정 30건, 교육·문화 24건, 교통·환경 37건, 균형·민생 25건 등이다.
다만, 하향식 통합을 추진하다 실패한 타 지자체 사례를 고려하면, 시·도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한 상향식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년 6월 지방선거 전까지 통합지자체를 출범하겠다는 촉박한 일정인 만큼, 행정통합 사안과 관련한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노력을 우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협의체는 내달부터 권역별 설명회, 전문가 포럼, 기업인과 농업인 등 관련단체 대상 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민 여론조사는 오는 5월 시행한다. 두 지자체장의 행정통합 추진 선언 이후 단 6개월 만에 이뤄지는 조사다.
지난해 12월 같은 시기 활동을 시작한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는 이달 말부터 시·도민토론회 방식의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신중 기류가 상대적으로 큰 경남지역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행정통합 로드맵 설명, 통합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 등을 적극 홍보하는 방식으로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일찍부터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한 부산·경남 사례를 봐도 시·도민 지지를 이끌어내는 전략 마련이 절실한 상황으로 예측된다. 주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해 추진 동력을 잃을 경우, 목표한 시일 내 특별법 제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23년 두 지자체에 거주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통합 여론조사 결과, 경남은 찬성 33.4%, 반대 48.5%, 부산은 찬성 37.7%, 반대 42.8%로 집계됐다. 두 지역 모두 반대가 찬성보다 높았다. 특히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 중인 것을 아느냐’라는 질문에 ‘들어본 적이 없다’는 응답은 69.4%에 달해 인지도 자체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속도전 돌입, 투표보단 의회 승인 무게
행정통합을 이끌어야 할 핵심 주체인 지방의회 역할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의회는 행정통합에 나선 각 시·도의 행정력과 협의체 운영 등을 철저하게 점검·견제해 시·도민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경남도의회의 경우 이미 경남·부산 행정통합 특별위원회(위원장 허용복)를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주민 의견을 반영한 행정통합안 도출을 위해 권역별로 나눠 분과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부산시의회도 이달 임시회 기간 중 부산·경남 행정통합 특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달 ‘충남대전 행정통합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을 채택했다. 김태흠 지사가 행정통합을 의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석상에서 내놓은 뒤 이뤄진 움직임이다. 대전시의회는 아직 특위를 구성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법상 지자체를 폐지·설치·분리·통합 등을 추진할 때는 해당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만 주민투표를 거친 경우는 예외다.
대전·충남 행정통합도 향후 주민투표와 의회승인 방식을 두고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지방선거 전으로 출범 시기를 못박은 만큼,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주민투표 대신 비교적 간소한 지방의회 승인 절차를 택할 여지가 크다.
대전충남 행정통합 협의체 공동위원장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별법 제정 추진에 앞서 주민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주민 의견수렴부터 진행하는 것이 좋겠지만, 갈등이 생길 경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이들은 “우선 법안 초안을 만들어놓고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설명회, 포럼 등 의견수렴을 이후 최종적으로 지방의회 승인이나 주민투표 등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