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특별시' 행정통합 특별법 초안 공개

민관협의체, 권한·특례 담은 법안 초안 작성 주민 의견수렴·지역 정치권 협력 ‘관건’

2025-03-10     한지혜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 3차 회의 모습. 대전시 제공.

'대전충남특별시행정통합특별법' 초안이 공개됐다. 법안명은 ‘(가칭)대전충남특별시 설치및경제과학수도조성을위한특별법’으로 총 7편 17장, 18절 294개 조문·부칙이 담겼다. 법 제정에 앞서 주민 의견수렴, 정치권 협력 등이 관건으로 꼽힌다.

이창기·정재근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 공동위원장은 10일 오후 협의체 3차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충남특별시는 대전의 첨단 과학기술 역량과 충남의 산업 인프라를 결합해 대한민국 경제·과학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자치단체, 통합특별시의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협의체는 대구경북통합법률안과 특별자치시·도 입법사례, 국회 계류 중인 법률안 등을 검토해 법률안 초안을 마련했다. 통합 기본 방향은 각 시·도를 폐지한 후 기초자치단체인 시·군·구는 모두 존치하는 방식이다. 통합 후 청사는 기존 각 청사를 그대로 활용한다.

시·도민 의견수렴은 내달부터 권역별로 이뤄진다. 전문가 포럼, 기업인과 농업인 등 관련 단체와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5월 여론조사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특별법 발의·통과 등 핵심 절차를 위해 지역 정치권과의 협조도 필수적이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지역 국회의원과 협의 없이 행정통합을 발표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협의체는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국회의원들의 의견을 접수했다”며 “국회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 긴밀히 소통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한이양, 재정확보 특례 포함

행정통합 3대 목표 12대 전략. 대전시 제공.

법률안에는 행정통합 비전인 대한민국 경제과학수도 대전충남특별시 조성, 미래 전략산업 구축, 특별시민 행복 실현을 위한 12개 과제 등 총 255개의 권한이양, 특례가 포함됐다. 분야로 보면 경제·산업 62건, 도시개발 37건, 농림·해양 40건, 조직·재정 30건, 교육·문화 24건, 교통·환경 37건, 균형·민생 25건 등이다.

특별시가 되면, 국무총리실 소속 지원위원회 설치를 통해 중앙행정기관의 권한을 단계적으로 이양받게 된다. 협의체는 중심도시와 인근 시·군 경제권, 생활권을 일치시키기 위해 광역생활권을 지정·운영하고, 도로망 구축과 병원 등 공공시설 설치를 위한 행정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 확보 특례도 법안에 담았다. 법안에 따르면, 특별시가 징수하는 부동산 양도소득세의 일부는 지방으로 귀속된다. 법인세의 일부와 부가가치세 일부도 이양받을 수 있고, 통합보통교부세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연간 추가 확보 재정 추계액은 3조 3693억 원이다.

특별시 조직은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수준으로 격상해 직급 상향이 가능해진다. 협의체는 경찰청장을 임용할 때 특별시장의 동의를 받도록 해 자치경찰 사무의 지역 밀접성도 강화하도록 했다. 일반행정과 교육자치행정 연계 강화를 위해 특별시장과 특별시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 도입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법안에 담았다.

일반·교육·소방 공무원 인사 운영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통합 전 임용자는 현재 근무하는 대전시와 충남도 관할 내에서 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투자유치 활성화, 기후위기 선도

법안에 따르면, 특별시장이 기본계획을 승인한 개발사업은 건축법 등 총 44건의 인허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도록 했다. 첨단과학기술단지와 개발사업지구 등에 투자하거나 입주하는 기업은 법인세, 소득세 등의 조세를 감면받을 수 있고, 투자진흥지구는 기업이 국·공유 재산을 최대 30년간 임대할 수 있다.

특별시로 이전하는 매출액 5000억 원 이상의 기업은 가업상속공제 특례를 제공받는다. 지방투자촉진보조금과 국내복귀투자보조금 지원 비율은 기존 대비 5%p 더 높다.

또 연구개발 촉진을 위한 과학기술발전기금을 신설하고, 특별시가 실증을 추진할 경우 국가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연구개발특구 내 용적율·건폐율·건물 높이 설정에도 특별시 의견을 반영하도록 해 연구와 산업이 연계된 고밀도 도심형 과학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하다.

​특별시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을 정의로운 전환 특별지구로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정부 지원을 통한 기금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특별시장에게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방안 마련 등 에너지 전환 정책 수립 시행의 의무를 부여하고,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밖에 정부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 종합계획에 우주항공, 바이오헬스, 나노·반도체, 국방, 양자, 로봇, 에너지 산업 등 첨단 신산업 육성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이를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국가 재정 지원 근거 등도 마련했다.

신규 산단 내에는 공항과 항만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등 기반 시설을 전액 국비로 설치될 수 있게 하고, 노후거점산단의 진입도로 개설, 주차장 조성 등 기반 시설 개선에도 국비를 우선 지원받게 했다.

미래 첨단전략산업 거점 구축을 위한 특례에는 현재 충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아산만 일대의 베이밸리 구축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담았다. 첨단산업 및 물류 거점 형성을 위한 국가 지원을 제도화하고, 미래 산업과 기존 산단과의 연계로 대전, 충남을 대한민국의 핵심 성장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농업 구조개혁, 해양 중심지 조성

협의체는 농업인 기준을 특별시 조례에 위임해 기술력과 전문성을 가진 전업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집중될 수 있도록 고려했다. 청년 농업인 대상 최장 10년 장기임대경영이 가능한 스마트농업육성시구 지정 권한을 특별시장에게 이양하고, 농업진흥지역 지정·해제 협의권도 특별시장에게 부여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농림수산물 생산·공급부터 제도·유통 등 밸류체인 전 분야에 ICT 혁신 기술을 접목하는 미래 먹거리 산업에 관한 특례도 있다. 특별시가 푸드테크 혁신 클러스터로 우선 지정될 수 있게 하고, 관련 산업 규제 완화를 위해 기존 중앙행정기관장의 의견 제출 권한도 특별시장에게 부여했다.

특별시장이 해양레저관광산업, 수상레저 활동 진흥을 위한 시책을 추진하는 경우, 국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규정도 담았다. 충남 마리나항만 개발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조항이다.

법안에 따르면, 100만㎡ 이상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도 특별시장에게 이양된다. 개발제한구역 계획 수립과 변경 심의는 지방도시계획위원회로 위임된다. 특별시장이 결정하는 공간 재구조화 계획의 심의 권한도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지방도시계획위원회로 이양한다.

광역도로, 혼잡도로, 광역철도의 건설과 개량에 필요한 국고보조 비율도 확대했다. 광역도로의 국고지원 비율을 50%에서 70%로 높이고, 혼잡도로는 총사업비의 70%, 광역철도 사업비의 전액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담았다.

시내버스, 도시철도, 광역철도 등 대중교통 운영에서 발생하는 손실에 대한 국비 지원도 규정했다.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트램 노선에 버스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무궤도 트램의 차량 길이 규제 완화 등도 담았다.

이밖에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생략하고 특별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법안에 따르면, 특별시장은 영·유아, 아동, 장애인, 노인 등 전 세대 돌봄을 위한 미래돌봄특구를 지정 운영하고, 기존 돌봄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창기 공동위원장은 “지방은 저출생 고령화로 이미 소멸단계에 접어들었다. 각자도생해선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받감으로 통합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분리에 따른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통합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