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이 하나 되는 길’ 언급한 김태흠의 속내

발언 대상·내용 변화 준 삼일점 기념사 언론, 사실상 '대권 도전' 시사로 해석 '충청권' 기반 삼은 '당권' 잡기로 이익 극대화

2025-03-03     김다소미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 자료사진. 

3월 1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삼일절 기념식에서 김태흠 지사의 인사말 시작은 ‘도민 여러분’이 아닌 ‘국민 여러분’ 이었다. 제왕적 대통령제 폐기를 담은 개헌에 대한 생각을 밝히며 “새로운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모든 것을 건다는 각오로 충청이 하나 되는 길에 제 몸을 던지겠다. (중략) 더 강한 대한민국을 향해 힘차게 걸어나가자”고 마무리됐다. 충청권 여당의 맏형으로서 역할과 무게감을 한껏 드러낸 거다.

이후 김 지사의 발언을 다룬 언론은 앞다퉈 사실상 ‘조기대선 도전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동안 대선 출마에는 조심스럽거나 ‘도정 우선’ 입장을 보였던 것과 달리 메시지의 대상과 내용에 확연한 차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원내대표 노렸던 김 지사, 결국은 ‘당권 장악’ 목표


다만 실제 대선 완주보다는 차기 여당 권력 개편에서 ‘당권 장악’을 목표에 둔 사전 전략으로 읽힌다. 2021년 당내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 지도부의 뜻에 따라 출마를 철회한 이력과 모두 대선 주자에만 관심을 쏟는 사이 선거를 치를 당내 지도부가 온전치 못해 보이기 때문이다.

도지사 취임 직후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하거나 차기 출마를 고심했던 이철규 의원에 대한 쓴소리를 숨기지 않아 왔다는 점도 상기해 볼 필요가 았다.

당시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과 2파전을 예고했지만, 당 지도부는 대통령 선거 직후 치르는 지방선거 승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김 지사에게 충남지사 출마를 권유한 바 있다. 충청의 아들이라는 점을 내세운 대통령을 배출하고 충청 지선에서 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내년 6월 열리는 지방선거 재도전이 확실시 돼 왔던 상황에서 대선 완주보다는 정치적 체급을 키워 도지사 재선 성공을 노리는 전략일 수 있다는 시각도 분명 존재한다. 이에 당내 경선 전 도지사직 사퇴 여부가 그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누구든 해야할 ‘충청권 이익 극대화’ 적임자는..


김 지사가 대권 도전을 시사한 삼일절 기념사는 발언 하나하나에 의미가 부여됐다. 가장 크게 주목받은 대목은 ‘국가 대전환’의 방안으로 ‘행정통합’을 제시한 점이다.

김 지사는 현재 17개 시도 행정체제 한계를 지적하며 이장우 대전시장과 추진 중인 ‘대전충남행정통합’이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띄웠다. “유럽 신흥 국가와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고 이것이 우리가 가야할 미래”라고 확언하며 충청권 몸집 키우기에 진심을 드러냈다.

지역 정치권에서 숱하게 제기된 ‘충청홀대론’을 ‘충청대망론’으로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대체적으로 큰 이견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충남 현안 해결에 있어서 상당 부분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 공약과 궤를 같이 해오면서 지지부진한 대형 공약이 산적해 있다는 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공약이다. 윤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비상계엄 이전부터 동력을 잃더니 이후에는 완전히 언급조차 하기 버거운 상황에 직면했다.

김 지사가 약속했던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특별법’이나 ‘동서횡단철도’ 등 정책들은 대부분 장기 사업으로, 지역 최대 현안으로 꼽히지만, 비상정국에서 어떻게 해결하고 대응할지에 대한 ‘안’을 제시해 매듭을 짓는 후속이 필요하다.

與 대선주자 리스크, 드러났거나 드러날 예정이거나


김 지사의 이번 발언의 의미를 파악하려면 우선 소속 정당의 ‘혼란’이 불러온 ‘대선’ 그리고 정치권에서의 ‘충청’의 역할을 봐야한다.

조기대선의 원인은 누가 뭐래도 국민의힘이 만들어 낸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 취임 전후부터 불거졌던 다수의 상당한 리스크가 우선 폭발한 시점이 비상계엄이고, 명태균 씨를 둘러싼 김건희 씨의 공천개입 의혹의 진실은 당의 존폐를 가를 핵폭탄급 여파로 예고되고 있다.

여당 대선주자로 꼽히는 인물들 모두 리스트의 한 가운데 서 있다는 점이 오히려 김 지사의 향후 행보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사실이다.

중도층 흡수 확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명태균 게이트 핵심 당사자인 홍준표 대구시장·오세훈 서울시장,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스탠스를 취하며 차별과 심판을 내세우지만 이번 정권의 황태자로서, 검찰 정권의 무도함을 겪은 국민들의 반감을 살릴 한동훈 전 대표 등이다.

거론되는 여당 대선주자들의 상황이 녹록치 않은 탓에 김 지사의 이번 발언과 나름의 결심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충청권 與·野 막론한 구심점 찾기


충청권을 최대 기반으로 둔 김 지사의 대권 도전 행보가 탄력을 받으려면 여야를 막론한 지역 정치권이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전충남행정통합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권오철 중부대학교 교수는 3일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정치인이 큰 꿈을 갖고 대권을 도전한다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김 지사의 의중은) 현안이 많은 충청의 맹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미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권 교수는 “그러려면 충청도 현안부터 잘 챙겨야 된다. 이것은 기본이다. 행정수도 이전부터 공공기관 혁신 등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대선 국면에 충청권에서 본인이 뭘 이뤄왔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추후를 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여당이 비대위 체제인데, 우선 대선을 치르고 나면, 이후 당권을 누가 잡을 것인지에 대한 염두는 분명히 둘 것”이라며 “충청권의 여당과 야당 모두 대권 도전에 가까운 (인물이) 없다. 지역 정치권은 (이번 김 지사의 행보를) 환영해야 되는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김 지사는 충청을 기반으로 다음 레벨을 밟겠다면, 그 기반을 이루는 공약, 정책 등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행정통합도 김 지사의 대권 가도에 탄력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충청의 정치적 위상은 인구,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전국적으로 뒤지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모든 선거판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굳혀온 ‘충청권’을 지렛대 삼아 지역 이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행정통합이 특정 정치인의 ‘리그’로만 보여지는 비판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선거는 구도가 중요하다. 여당을 잠식한 명태균 리스크로 인해 (현재 의지를 밝힌 여당 대권주자들 외에) 김 지사가 어부지리로 될 수 있는 상황의 구도가 존재한다. 어쨌거나 제일 중요한 것은 충청권의 압도적 지지인데 행정통합의 경우도 여야를 막론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