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중이 삼킨 대한민국, 어디로 나아가야 합니까

실익 없는 '한국형 극우' 혐중의 행동화 보수의 위기가 촉발한 '혐중 정서' 언론·시민사회·지식인이 나서야

2025-02-12     김다소미 기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김희교 교수. 10일 디트뉴스와 만나 혐중 정서로 물든 대한민국을 진단하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김다소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대한민국 정치권을 관통하는 대표 키워드는 ‘혐중·반중’이다. 탄핵 정국으로 들어서며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지지층은 중국 혐오 정서를 기반으로 결집하고 있다.

특히 보수를 자칭하는 일부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지지층의 혐중 정서가 맞아떨어지면서 점점 극단화로 치닫고 있는데, 소위 ‘맹윤’으로 분류되는 강성 보수 정치인이 앞다퉈 마이크를 잡으며 대중의 이 같은 감정과 상호작용하고 있다. 

현재 ‘혐중·반중’을 토대로 한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 등은 윤 대통령이 취임 하기 전에는 기껏해야 아스팔트 보수 사이에서나 언급됐던 일종의 ‘근거 없는 주장’으로 치부돼왔다. 그러나 현역 정치인이 너도나도 같은 주장을 내뱉기 시작하자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힘이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도대체 이 혐중 정서가 국익에 어떤 도움이 되는가 이다. 반중을 외치는 정치인들은 중국과의 손절이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만들어준다고 말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절대적 동맹만이 대한민국을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주장은 ‘망상’에 가까워 보인다.

‘짱깨주의의 탄생’이라는 책을 펴내며 반향을 일으켰던 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김희교 교수는 10일 디트뉴스와 만나 "이 같은 혐중의 배경에는 언론에 큰 책임 있다"고 지적하며 "대한민국이 ‘인종주의 국가’로 가는 전형적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중→혐오→행동화 ‘인종주의 국가’ 진입 단계


김 교수는 "윤 대통령을 향한 지지가 왜 혐중으로 이어지나"를 묻는 질문에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반중 감정으로 불리는 이 단계는 사실 어느 시대, 국가나 존재한다. 일종의 민족주의적이기도 하고 국민의 감정이기 때문에 유동적이고 휘발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감정의 온도는 노무현 정부까지만 해도 미국에 대한 감정보다 더 좋았다. 이후 급속도로 바뀌었는데, 이명박 정부부터 반중에서 두 번째 단계인 혐오의 단계로 진입해 하나의 이념과 세계관 속에 고착화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를 표방했기 때문에 국가 정책과 방향이 (혐중으로) 나아가진 않았다”면서도 “다만 뉴라이트를 적극적으로 키우기 시작한 세력이 핵심으로 혐중을 하나의 이데올로기화 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마지막 세 번째 단계에 왔다. (감정으로만 머물렀던) 혐중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혐오가 인종주의화 되는 거다. 그런 단계에 있기 때문에 혐중을 빌미로 급속하게 인종주의적 국가로 전환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보수 진영이 왜 혐중을 그들의 전략 도구로 삼기 시작했냐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 김 교수는 “그동안 반중 정서는 중국이 사드나 동북공정 등 그럴만한 이유를 제공하는 단계에서 생겼다가 없어졌다. 지금 현상에는 굉장히 전략적인 이데올로기적 목표가 존재하는데 ‘미국의 세계 전략’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미국의 전략이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2기 때부터 시작한 ‘아시아 회귀 정책’을 말한다. 중국을 향한 제재와 봉쇄가 미국의 세계 전략이 됐다는 뜻이다. 이후 한국의 보수는 그 영향을 직접 받고 수용해왔다.

“중국을 적대화 하는 정책에 적극 가담해 왔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 아주 노골화됐다"는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위기의 보수가 찾은 또 다른 ‘적’은 中國


그는 “기존 보수 진영이 중국을 대하는 신뢰는 굉장히 양가적이다. 경제적으로 중국이 도움이 되면 관계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또 한편으로는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불편한 감정이 생겨 그들의 이데올로기인 반공주의와 친미주의와 반대될 수 있어 싫어하는 논리”라고 말했다.

보수와 극우의 차이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대표적으로 ‘중국을 보는 시각’에 큰 차이가 있고, 이중 보수는 국익에 따라 앞 뒤가 다른 감정을 가지면서도 실익을 취한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극우는 완전히 다르다. 국익을 손상해서라도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가져야 된다는 식이다. 그런 대외적 요인이 있고, 대내적 요인은 소위 말하는 ‘보수의 위기’가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만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인식은 보수주의적이었다. 경제적 이익이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보수진영이 장악하고 있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보수의 위기의식이 고조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주도해 북미회담을 이끌면서 (보수의) 적이던 북한이 이제 더 이상 적이 될 수 없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보수의 다른 적이 필요해졌고 그 적은 미국이 이미 만들어 놓은 극도의 혐오주의 전략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은 정부 차원에서 극우를 준용하고 뉴라이트를 핵심 요직으로 보내면서 극우가 전면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행동화는 탄핵 정국 들어서 본격화됐다”고 덧붙였다.

중도·일부 진보..‘혐중’ 침묵하거나 동조했거나


그는 “한국의 정치 진영을 나누면 진보 30, 보수 30, 중도가 40정도다. 그러나 반중 정서를 놓고 보면 지나치게 비정상적으로 80이 나온다. 이 수치의 의미는 상당 정도의 중도와 일부 진보 진영도 적어도 반중 정서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극우가 중국 혐오를 몰고 나가도 (중도와 일부 진보 진영이) 침묵하거나 동조했다는 얘기”라며 “거꾸로 혐오와 인종주의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세력 또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펴낸 ‘짱깨주의의 탄생’은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을 하며 주목을 받았는데, 김 교수는 해당 저서를 통해 "‘짱깨주의자’의 등장이라는 것은 우리 사회에 굉장히 위험 시그널이고 단순히 이례적으로 볼 게 아니다"라고 명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소위 극우의 혐중과 싸울 진영 또는 사람이 없었다. 반중 정서는 굉장히 순조롭게 혐중으로 커지고 주류가 되는 토대가 마련됐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무이념이었던 尹, 극단 세력과 손잡아


그는 이 같은 ‘혐중 정서’가 윤석열 정부 들어서 더 큰 파급력을 갖게 된 원인에 대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 실패 후 중과부적이라고 말했다. 모든 힘을 쥐어짜서 마지막에 내란을 선동했는데 당사자가 중과부적이라고 할만큼 보수가 기본적으로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들이 추구해왔던 반공주의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 시대 변화가 생겼고, 대체할 방법으로 기존보다 극단화 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그 자체가 사실 대통령이 되기 전에는 무이념적이었다고 보여진다. 급격히 극단화되는 세력과 손을 잡고 그들이 원하는 새로운 세계로 회귀하려고 하는 정책에 가담하게 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는 사실 국가 전체의 위기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수의 위기에서 출발했고, 보수의 극단화 정책조차도 위험한 상태인 것”이라며 “그들의 전략이 지속되고 성공할 가능성은 결국 중과부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극우’ 실용도, 국익도, 민족도 없다


그는 "일반적으로 극우주의자의 전략 기반은 민족주의인 것과 달리 한국 극우는 ‘민족주의’가 결여 돼 있다"고도 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도 극단주의다. 그러나 곰곰이 보면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라는 미국 제일주의가 깔려있다. 근데 국내 극우들은 굉장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국익을 위해 이런 행동과 주장을 펼치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 극우를 표방하는 한국 극우의 차이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한국 극우 핵심 세력은 기독교 보수 세력이 중심인데 기독교 보수가 국가를 위해 움직이는 세력은 아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국기와 성조기를 들고 거리로 나오는 게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극우를 주도하는 세력이 국익을 위한 단체가 아니라 특정 종교에서 파생되다 보니, 실질적으로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기존 극우와 다른 양상을 보이는 ‘한국형 극우’가 탄생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또 “미국과 한국 극우가 다른 이유는 친일적 뉴라이트도 영향이 있다. 이들의 친일은 국가의 이익을 초월해서 존재한다. 역시나 민족주의적이지 않은 개념”이라며 “이들이 그리는 세계는 육체적 지정학이 없는 굉장히 관념적 세계”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이례적 입장 표명..“곧 정권 바뀔 것이라고 보는 것”


그는 최근 중국대사관이 이례적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국 간첩 99명 체포’라는 가짜뉴스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해 “상식적으로 중국은 엄청 불쾌한 거다. 국가 간 결코 해서는 안되는 짓을 지금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이 구체적으로 한국에 대해 별다른 행위가 없고 오히려 자국민을 단속하는 방향으로 가는 이유는 지금 혐중을 주도하는 세력이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기본 전체가 깔려 있는 거다. 정권이 곧 바뀔 것으로 보고 지금 강경 대응하는게 별로 실효가 없다는 상황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근 중국은 민간 외교와 공공외교를 적극적으로 시작했다. 무비자 혜택도 그런 차원”이라며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정부의 외교 전략과 동시에 민간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다. 장기적 관점에서 지금 중국이 나서는 게 민간 외교 측면에서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혐중 정서, 결국 대한민국에 부메랑으로 오나


김 교수는 특히 ‘혐중 정서’가 결국 우리나라에 더 큰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는 “중국도 정부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중국 국민의 정서가 있다. 한국에서 중국을 혐오하는 사람이 100명이라면 중국에서 한국을 혐오하는 사람은 1000명, 1만 명이 생긴다. 그건 중국 정부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지금의 혐중이 국익을 해칠 뿐 아니라 오히려 우리 국민이 더 큰 혐오를 받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혐중이 우리의 권리라고 주장한다면 혐한도 중국인의 권리가 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그는 “결코 우리에게 유리한 싸움이 아니다. 혐오의 방식으로 중국을 상대하는 것은 어떤 면으로 봐도 바보같은 싸움”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인을 위한다는 정책, 정말 그들만을 위한 것인가


김 교수는 일부 반중을 주장하는 국민이 중국인이 국내에서 받는 의료혜택과 부동산 매매 등을 언급하며 ‘박탈감’을 호소하는 것과 관련해선 ‘가짜뉴스’라며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단언했다.

그는 “언론이 끊임없이 체크 없이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선관위 문제도 그랬지만 조선족이 대한민국 선거를 결정짓는다던가, 한국 의료혜택을 착취한다던가 하는 주장은 그들이 중국인이기 때문에 혜택을 주는 게 아니다”라고 확언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외국인을 위한 정책 중 하나일 뿐인데 단지 국내 거주 중국인 비율이 높기 때문에 나오는 수치를 전후 사정을 보지 않고 (언론이) 해석했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혜택 정책을 펼치는 우리나라의 이유가 있는 거다. 대학의 외국인 전형도 재정 문제 탓에 생긴 것이지 화교와 조선족 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국내 중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이유에는 “우리 노동력의 문제다. 조선족을 고용하는게 훨씬 싸니까 수요가 많아졌고 이들의 노동시장이 커진 것이고 우리가 불러들인 것”이라며 “우리의 필요에 의해 오라고 해놓고 이들을 비난하는 것은 인종주의다. 미국도 필요할 때는 멕시코인들 불러놓고 정치적으로 쫓아내고, 인종주의 국가가 되어가는 전형적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혐중 사태 키운 언론, 해결에도 적극 나서야


혐중으로 물든 국내 사회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냐는 묻는 질문에는 “언론이 나서야 한다. 정부의 정책으로 바꿀 수 있는 일이 전혀 아니다. 이런 상황으로 커진 데는 특정 정당의 책임도 아니고 오히려 언론과 시민사회, 지식인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경각심을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싸워야 한다. 이 문제가 발전됐을 때 어떻게 되는지 보여줘야 하고 문제의 실체가 뭔지를 보도해 국민이 더 이상 반중이 혐오로 넘어가지 않게 차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다수가 특정 감정에 머물러 있는 것은 국가에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중국이 반도체 경쟁력이 급속도로 상승해 대한민국 대부분이 중국 기기로 장악당했다면, 단순히 욕하며 공포감을 조장할게 아니라 중국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대안을 모색해 던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서나 감정에 머물러 있는 것들을 줄이고 혐오의 토양을 줄여줘야 한다는 얘기다.

신냉전 시각 버린, 문제 중심 외교 사고 ‘강조’


김 교수는 혐중 정서를 완화할 첫 번째 단추로 올해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개최될 예정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가 중요하다고 꼽았다.

그는 “회담을 제대로 하려면 지금 대치적이고 디커플링적 한중 관계에 대해 기본적인 수정안이 나와야 한다. 기본적으로 감정의 대척 지점을 녹이는 출발점이 될 테고, 외형적 소통 협의를 일단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정부 간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는 세계 간의 싸움인데 한쪽에는 신냉전의 시각으로 중국, 북한, 러시아를 한편으로 보고 무너뜨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다른 한쪽을 추구한다는 우리나라는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나. 현재로선 불명확한 위치”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 시각과 방향을 먼저 세워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세계를 국가 단위로 인식해 왔다. 친중, 친미 등으로 접근했던 것”이라며 “지금 그런 시대가 아니다. 반도체, 배터리, 기후 정책을 두고 어느 나라와 협력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문제 중심으로 사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어떤 국가가 될 것인지 모델을 세우고 어떤 정책이 실용적인지 플랜을 세워야 한다. 우리의 힘이 길러질때까지는 합종연횡하는 외교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지금 세계 어느 곳도 우리는 완전히 특정 국가(미국) 편이라는 곳은 없다. 정확히 대한민국만 (미국편이라고) 그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건 국익이다. 국익 중심의 외교전술이 필요하다. 아직도 미국이 이기느니, 중국이 이기느니 하는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냉전적 사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