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데스크칼럼] 극우가 마음대로 흔들어 대는 나라
2025년. 대한민국은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됐다. 헌법과 법률, 법치를 인정하지 않는 세력이 헌법기관을 공격하고 질서를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루가 멀다 하고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온갖 망언과 선동이 쏟아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이토록 무력한 것인지, 많은 이들이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정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집권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 발탁에 대해 “두고두고 후회가 됐다”는 심경을 밝혔다. “윤석열 정부 탄생에 문재인 정부 사람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물론 그중 내가 제일 큰 책임이 있다”고도 고백했다.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를 쌓아 올렸던 윤석열이, 검찰총장 후보 중 유일하게 검찰개혁을 지지했던 그 윤석열이, 검찰통치를 넘어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극우를 선동하는 ‘내란 우두머리’가 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겠나.
진보진영이 힘을 얻고 있던 시절, 극우적 내면을 품은 이른바 한국의 엘리트들이 어떻게 세상을 속여왔는지 우리는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을 팔아 정치에 입문한 변호사, 역사강사, 학자, 언론인 등이 헌정질서를 부정하며 극우의 선봉에 서고 있는 이 마당에, 굳이 윤석열의 파괴적 내면을 간파하지 못했던 인사권자의 과오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잘못이 있다면 절대로 속지 말아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속았다는 사실이다. 법률적 도덕적 잘못은 아니겠지만, 역사적 평가는 엄중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과 진보를 입에 올렸던 야심가들이 ‘권력’을 탐했을 뿐, ‘가치’를 추구하지 않았음을 간파하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 돼 버렸다. 그들이 저지른 죄과가 너무 크고, 그것을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우리의 후회 또한 너무 깊다. 문재인도 그 중 한 사람일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더 큰 과오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너무 쉽게 공언했다는 점이다. 2019년 광복절,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도발에 맞서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약속했다. 평가가 엇갈리겠지만, 실제로 문 정부는 일본의 도발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었다. 집권 후반부인 2022년 3월 대통령의 주요 연설을 담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라는 책을 펴낸 것도 ‘약속을 지켰다’는 자부심의 표현으로 읽혔다.
물론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진영은 당시에도 조롱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일본에 대해서만 각을 세웠을 뿐, 북한과 중국에 5년 내내 휘둘리고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었다고 자화자찬한다며 공격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극우보수는 북한과 중국이 우리를 흔들어 주길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비상계엄 조건을 만들기 위해 북한 도발을 유도한 정황들, 중국이 한국의 부정선거에 개입했다는 확신. 광장에 펄럭이는 태극기와 성조기는 ‘반북 반중’에 머무르지 않고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법치주의를 부정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실체는 일본도, 중국도, 북한도 아닌 우리 내부 ‘극우세력’이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했다고 오판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