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

[인터뷰] 대전충남생명의숲 안재준 사무처장

2025-02-05     손지민 인턴기자

한국은 국토 대부분이 산림으로 덮여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숲은 여전히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생활권에서 숲이 점차 사라져서다.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숲과 산림은 생활의 일부였다. 하지만 경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녹지는 줄어들고, 도시는 아파트와 도로로 뒤덮였다. 자연과 접점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은 숲을 ‘일상과 분리된 공간’으로 여기게 됐다.

교육과 문화도 숲과의 거리를 벌렸다. 우리나라의 환경 교육은 주로 숲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가르쳐 왔다. 생태 보존, 멸종 위기종 보호 같은 개념은 강조되지만, 정작 숲이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관한 교육은 부족하다. 학교에서 숲을 직접 경험할 기회는 많지 않다. 자연과 멀어진 채 성장한 세대는 숲을 단순한 휴식처나 관광지로만 인식하거나, 개발을 위해 희생될 수도 있는 공간으로 여기게 됐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숲은 줄곧 ‘개발을 위한 자원’으로 취급됐다. 도로나 공장을 짓기 위해 나무를 베고, 도시 확장을 위해 산을 깎는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1980~90년대에는 개발이 곧 경제 성장이라는 인식이 강했고, 환경 보호는 후 순위로 밀려났다. 이 같은 사고방식은 지금도 남아 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숲을 보호하는 것’보다 ‘활용하는 것’에 익숙하고, 도시계획 측면에서도 숲보다는 부동산 개발이 우선시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숲은 단순한 자연 공간이 아니다. 숲이 사라지면 기후가 변화하고, 대기질이 나빠지며, 생태계가 붕괴한다. 숲을 지키는 것은 곧 우리의 삶을 지키는 일이다. 대전충남생명의숲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전충남생명의숲은 ‘생명의 숲’ 전국 네트워크의 일원이다. 대전과 세종, 충남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환경 NGO다. 지역 내 숲을 보호하고 건강하게 가꾸는 게 목표다. 안재준 사무처장을 만나 ‘숲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답을 찾아봤다.

숲해설가 양성, 도시숲·학교숲 조성, 그린짐 등 운영
시민 체험프로그램 통해 숲의 가치 느끼도록 도와

대전충남생명의숲 안재준 사무처장

생명의 숲이 다른 환경단체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요?

“생명의 숲은 ‘숲과 나무’에 특화된 환경운동 단체에요. 다른 환경단체가 기후변화, 대기오염, 하천 보호 등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데요, 생명의 숲은 도시 숲, 마을 숲, 가로수, 학교 숲 등 ‘숲 보존’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숲을 보존하는 걸 넘어, 시민이 직접 숲을 가꾸고 관리하는 운동을 펼친다는 점이 차별화된 특징이죠. 예를 들면,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은 기후변화, 대기오염, 하천 보호, 에너지 전환 등 환경 전반을 다루는 단체에요. 반면, 생명의 숲은 ‘숲’이라는 특정 주제에 집중하며,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숲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대전충남생명의숲은 어떤 활동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나요?

“대전충남생명의숲은 숲 보호와 조성을 중심으로 다양한 환경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주요 활동은 숲해설가 양성, 도시 숲·학교 숲 조성, 그린짐(Green Gym) 체험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환경단체와 연대 활동이 있죠. 숲 보호뿐만 아니라 하천 보호, 대기오염 감시, 골프장 난개발 저지 등 폭넓은 환경 이슈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어요. 특히 장태산 보호 운동, 대전 남선공원 지키기 운동 등을 주도하며, 하천 보호 및 대기오염 감시 활동에도 연대해 힘을 보태고 있죠.”

숲 보존에 그치지 않고 참여형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는 이유가 있나요?

“숲과 사람의 공존을 위한 지속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예요. 이를 통해 시민이 숲을 더욱 가깝게 느끼고, 일상에서 숲을 보호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믿거든요. 지역마다 환경 보존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는 만큼, 이를 좁히기 위한 연대와 협력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전은 연대 활동이 잘 이뤄지는 지역으로,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과 함께 다양한 환경 문제에 공동 대응하고 있어요.”

숲해설가 전문과정.

숲해설가 양성이나 그린짐 같은 주요 프로그램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2003년부터 시작한 숲해설가 양성 과정은 2025년 현재까지 21기 교육생을 배출했어요. 숲의 생태적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시민에게 전달하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죠. 숲해설가는 단순히 숲을 안내하는 역할을 넘어, 생태 교육을 진행하고 지역사회에서 환경 보호 활동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해요. 과거에는 50대 이상 연령층이 주로 참여했지만, 최근에는 20~30대 참여자가 증가하면서 자원봉사뿐만 아니라 취업과 연계된 활동으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린짐 프로그램은 2018년부터 운영되고 있어요, 숲을 가꾸는 활동과 신체 활동을 결합한 체험형 프로그램이에요. 1998년 영국 환경단체 TCV(The Conservation Volunteers)에서 시작된 모델을 기반으로 도입됐죠. 주로 유성구 일대 녹지 공간, 충남대 체험의 숲, 대청호 인근 추동숲 등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참가자는 일정 기간 숲을 관리하며 잡초 제거, 나무 심기, 산책로 정비 등의 활동을 진행하는 동시에 자연 속에서 운동을 병행하죠. 이를 통해 숲 보호뿐만 아니라 시민의 신체 건강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숲해설가와 시민이 가장 시급하게 느끼는 환경 문제는 무엇인가요?

“가장 시급한 환경 문제로는 단연 산불이 꼽힙니다. 최근 몇 년간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그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어요, 특히 2023년 대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해 약 480㏊의 산림을 태우는 큰 피해를 겪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대다수 산불의 원인이 자연 발화가 아니라 사람의 부주의라는 게 문제에요. 실제 전국에서 발생하는 산불의 99%가 인재(人災)이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은 극히 드물죠. 주된 원인은 입산객의 부주의, 불법 취사, 담뱃불 투기, 논·밭두렁 태우기 등이에요. 특히 등산객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가 산 전체를 태우는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어요. 여기에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까지 더해지면 산불 진압은 더욱 어려워지죠. 한 번 불이 나면 최소 50~100년이 지나야 원래의 생태계를 회복할 수 있어 사전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산불 예방을 위한 활동도 펼치겠네요?

“2~5월 봄철은 산불 예방 기간인데요, 계룡산 국립공원 등 주요 등산로에서 시민 대상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자체 및 산림청과 협력해 산불 예방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고요. 캠페인을 통해 ‘담뱃불 하나가 한 세대의 숲을 앗아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는 데 주력하고 있죠.”

그린짐 체험프로그램

우리가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환경 문제로 무얼 꼽을 수 있을까요?

“도시 숲과 가로수 관리 문제도 중요한 환경 이슈로 떠오르고 있어요. 도시 내 가로수는 공기 정화, 온도 저감, 미관 개선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가지치기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체계적인 관리도 부족해 도시 숲이 점차 줄어드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죠. 이에 따라 도시 숲 확대 및 보호 활동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가로수 보호와 관리에 동참할 수 있도록 홍보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고요.”

최근 몇 년간 환경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고 보십니까? 

“확실히 과거와 비교해 보면 시민의 환경 의식이 크게 향상됐다고 느껴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환경 보호나 숲 보전은 일부 전문가나 환경단체가 주도하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했거든요. 2010년대를 지나면서 기후변화가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산불, 미세먼지, 폭염 등 다양한 환경 문제가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시민의 관심이 점점 커진 게 사실입니다. 특히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산불 예방, 도시 숲 확대, 숲 보존 캠페인 등을 꾸준히 홍보하면서 환경 보호에 대한 시민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숲이야 당연히 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이제는 ‘이 숲을 지키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는 분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예전과 비교했을 때 시민들의 참여도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참여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과거에는 주로 40~50대 이상이 환경 보호 활동에 관심을 가졌다면, 최근에는 20~30대 젊은 세대와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어요. 예를 들어, 숲해설가 프로그램에도 취업을 목적으로 지원하는 20~30대가 많아졌고, 청소년이나 대학생이 환경 봉사활동을 통해 자연과 숲에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많아졌죠.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3년 동안 환경단체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시민이 직접 참여할 기회가 줄었거든요. 예전에는 오프라인 숲 가꾸기 활동이나 환경 캠페인에 자원봉사자로 나서는 사람이 많았어요, 팬데믹으로 대면 활동이 제한되면서 참여율이 다소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요. 게다가 경제적 어려움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환경 보호보다는 생계와 직결된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도시숲 어린이 생태학교

대전충남생명의숲은 어떤 방식으로 재정을 운영하나요?

“정부나 기업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 시민 회원의 회비와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회원의 회비와 개별 후원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보니 재정적으로 더 어려운 상황이죠. 운영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의 직접적인 지원보다 프로젝트 단위의 협력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려 노력하고 있는데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새로운 사업을 확대하는 게 쉽지 않은 실정이에요. 하고 싶은 활동은 많지만, 인력과 예산이 한정적이어서 기존 사업을 유지만으로도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재정적 한계가 활동가의 처우에도 영향을 미치겠네요?

“환경 보호 활동은 장기적으로 지속돼야 하는데, 활동가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다 보니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인건비 부족으로 인해 적은 인원이 여러 업무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신규 인력 유입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생명의숲의 미래 비전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지역의 숲을 건강하게 가꾸고, 더 많은 시민이 숲의 가치를 이해하고 직접 참여하는 환경을 만드는 게 비전이에요. 이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는 안정적인 재정 확보, 활동가와 자원봉사자의 확대, 그리고 시민 인식 제고라고 생각해요. 현재 활동가의 수가 부족하고, 재정적으로도 기업 후원보다는 회원의 회비로 운영되다 보니 새로운 프로젝트를 확대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요. 따라서 보다 많은 시민이 생명의숲 활동에 관심을 두고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후원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필요하죠. 환경 교육과 연대 활동도 지속 확대해 숲 보전의 중요성을 사회적으로 더 널리 알리는 게 필수적이고요.”

주원천 수질개선 거버넌스 활동

생명의숲이 추구하는 가치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내길 바라나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는 단순한 환경 보호를 넘어, 숲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거예요. 숲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잖아요? 하지만 오랫동안 숲을 단순한 자연경관으로만 바라보고, 그 경제적·생태적 가치를 간과해 왔던 게 사실이죠. 대한민국 국토의 63%가 산림으로 이뤄져 있지만, 정작 우리가 사용하는 목재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이는 국내 숲의 활용과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죠. 숲은 단순한 녹지가 아니라 깨끗한 공기와 물을 공급하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며, 시민에게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삶을 제공하는 필수적인 자원이에요. 그러나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숲의 가치는 점점 저평가되었고, 보호보다는 개발의 대상으로 여겨졌어요."

손지민 인턴기자

"우리는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숲을 지키고, 함께 가꾸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목표죠. 이를 위해 시민이 직접 숲을 조성하고 가꾸며, 그 가치를 체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거예요. 도시 숲의 일환인 마을 숲, 학교 숲, 가로수 관리 등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추진하고, 숲이 생활 속에서 더 가까운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죠. 특히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는 지금, 숲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어요. 우리는 숲을 탄소흡수원으로 활용해 기후 위기 대응에 기여하고, 시민이 이를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합니다. 숲을 통해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물려주는 역할을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