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깃발, 저항의 상징이 되기까지"

[인터뷰]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본부장 "탄핵정국, 민주노총에 대한 지지와 사랑 느낀다" "사회대개혁 위해 정치권과 완강히 싸울 것"

2025-02-05     유솔아 기자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이 5일 자신의 집무실에서 디트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유솔아 기자.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광장은 이제 미래를 향해 있다. 광장에 모인 시민은 여성·퀴어·농민·장애인 등 윤 정부가 앗아간 인간 존엄과 다양성을 외치고 있다. 

대전시민 역시 매주 토요일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 모여 윤석열 파면 이후 사회대개혁 의제를 논하고 있다. 시민주권 확장, 기후위기와 정의로운 전환, 노동권 보장, 성평등, 표현의 자유, 식량 주권 등이 그것이다. 윤 정권을 빼닮은 이장우 대전시정을 향한 비판도 거침없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수차례 재발견됐다. 김율현 민주노총 대전본부장은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를 꾸리고, ‘투쟁’이라는 단어가 응원봉 물결을 타고 광장에 다시 도착하기 까지 수많은 변화를 체감했다. 

<디트뉴스>는 5일 대화동 민주노총 대전본부 사무실에서 김 본부장을 만나 12·3 내란 이전과 이후 민주노총에 대해 물었다. 김 본부장은 조기 대선 이후 어떤 세력의 집권에도 사회대개혁 의제를 실현시키는 '완강한 싸움'을 다짐했다. 

다음은 김 본부장과 일문일답. 

- 현재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가 주축이 돼 시민대회를 열고 있다. 운동본부를 꾸린 계기는. 

"2023년 5월 양회동 열사가 ‘너무 억울하다. 불의한 정권을 끌어내 달라’고 유언하며 분신했다. 이대로 가서는 노동조합도 파괴되고 노동자 기본권과 생존권이 완전히 무력화되겠다고 생각했다. 이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윤석열 퇴진이라는 절실함에 같은 해 12월 대전운동본부를 결성했다. 당초 19개 단체가 함께했다.

원래 지역에 더 많은 단체에 제안했지만 검찰독재 2년 6개월을 겪으며 많은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 또 8년 전 박근혜 정권을 촛불로 끌어내렸는데 우리 삶이 바뀐 게 있느냐는 회의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12.3 내란 이후 참여단체가 늘어 현재 49개로 확대됐다."

- 12·3 계엄 당시 민주노총 대전본부 상황은 어땠나. 

"다들 현실감이 없었다. 일단 간부들에게 전화를 돌려 사무실로 모이자고 했다. 30여 명이 모여 상황을 확인하며 다음 날(4일) 아침 선전전을 준비했다. 내란이 현실화되면 더 이상 민주적 권리들이 지켜지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가장 앞장서서 싸워야 한다는 얘기에 다들 공감했다."

- 국회에 의해 계엄이 해제되지 않았을 당시에는 조심스러웠을 텐데.

"두려운 마음은 누구나에게 있었을 것이다. 다만 다른 길은 없었다. 우리가 연행되거나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누군가는 이 자리에서 그런 역할을 했어야 했다. 나름 비장했던거 같다. 간부로서 해야 할 몫이고, 부당하다고 이야기 하면서 싸워 나가야 할 위치가 여기다라는 공감대가 있었다."

- 이번 탄핵 정국이 2016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박근혜 윤석열 모두 주권자인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남용했다. 다만 박근혜는 권력을 사유화해 개인 이익을 취한 국정농단이지만, 윤석열은 명태균 게이트가 커지며 정권 지지율이나 보수세력 내부에서 반발이 나오는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고 그런 것이 아니냐. 정권을 견제하는 국회를 비롯해 언론, 노조, 대중단체를 무력화시키려고 시도했기 때문에 그때(2016년)보다 더 심각하고 위험한 사안이다."

지난해 12월 14일 대전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16차 대전시민대회 모습. 유솔아 기자. 

-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가 있나. 

"8년 전은 촛불을 마을로 확대하는 형태의 저항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응원봉 항쟁을 벌이고 있다. 차별과 불평등, 혐오에 맞선 시민 연대가 더 실천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했다. 남태령 연대, 2박3일 관저 농성,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보면 어떻게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의 절실함이 느껴진다. 또 시위에 참여하지 못한 시민이 부채 의식을 느끼고 컵라면, 핫팩, 충전기 등을 보내는 또 다른 양상의 연대가 나타났다."

- 민주노총을 바라보는 인식에 대한 변화도 느끼는지. 

"민주노총에 대한 지지와 사랑이 생긴 것 같다. 8년 전에는 노조 깃발을 들거나, 조끼를 입고 나오면 시민들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으니 최대한 자제했다. 지금은 민주노총 깃발을 저항의 상징처럼 여긴다. 시민 역시 개별 깃발을 가지고 나온다. 또 ‘투쟁’ 구호와 민중의례가 시민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민이 연단에 서 '투쟁'을 외친다. '투쟁'이라는 단어가 차별과 혐오로부터 저항하는 구호가 됐다."

- 시민대회에서 이장우 대전시정에 대한 비판도 들린다. 

'"이 시장의 계엄 당일 행각이나 충청권 시도지사 입장문 등을 보면 내란에 동조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이 윤석열과 이장우를 일치하게 보고 있는 듯 하다. 두 사람 모두 주권자 국민(시민)이 위임한 권한을 가지고 기본권, 공공성, 행복추구권 등 헌법 가치를 실현하는 대신 자신의 입장에 반대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차별하는 정치를 하고 있다. 

이 시장은 5.18 기념 사업, 세월호 다짐 사업비를 전액 삭감했다. 지역 어린이집 대체교사 노동자 고용불안 해소, 콜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등 노동계 요구도 응하지 않았다. 최근 대전MBC 질문을 거부하는 것 역시 언론의 견제 기능이라는 사회가 존중해 온 가치를 짓밟은 것이다. 윤석열도 처음에 그렇게 시작했다."

- 왜 그렇다고 생각하는가. 

"의도적인 생존 전략이다.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이고 개혁적인 보수 정치인 목소리가 눌리고 있다. 극우, 전광훈과 같은 세력들, 태극기 부대에 의존하는 것이 권력을 지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윤석열 면회를 추진하고 있고, (극우 성향) 김소연 변호사를 법률특보로 내세운 것 역시 그런 이유인 것 같다."

- 민주노총은 윤석열 파면 이후를 논의 중인가. 

"몇 주 전만 해도 파면을 기정사실화 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의힘이나 보수 세력들이 헌재 정당성마저도 공격하고 있다. 지난 주 부산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에 1만 명 정도가 모였다.

보수세력이 거리로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생겼다는 의미다. 마지막까지 긴장을 하고 반헌법적이고 민주적 가치를 부정한 세력에 대한 견제와 파면 이후 논의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 민주노총은 11대 사회대개혁 의제를 정했다. 

"전국적으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을 통해 사회대개혁 11대 의제를 확정했다. 현재 세부 의제를 논의 중이다. 대전운동본부는 오는 15일에는 시민대회에서 의제를 두고 시민과 토론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예정이다. 

내부 한축에선 이같은 논의를 하고 있고, 광장이 정리되면 그것(사회대개혁)으로 전환이 될 것이다. 다만 현재 헌재 파면 판결까지는 광장을 열어놔야 해 두가지를 동시에 처리한다는 부담이 있다."

-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민주노총 역할은 무엇인가.

"(파면부터 대선까지) 약 두달이라는 기간이 물리적으로 짧고 내란 세력이 끝까지 저항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을 조직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측면은 일부 인정을 해야 한다.

대신 사회대개혁 의제 실현은 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먼저 대선 공약에 의제들을 담고 대선 이후에도 적극적인 투쟁을 하려고 한다. 8년 전처럼 광장에 나왔던 시민의 요구가 뒤로 밀리고 후퇴하는 정치를 하지 않도록 정치권과 초기부터 더 치열하고 완강한 싸움을 할 것이다. 민주당이 우리가 얘기한다고 변할 것도 아니고 진보정당이 대안 세력으로 빠르게 형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