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행정통합 동력 확보 관건은 ‘단체장의 기득권 내려놓기’
민관협 '대한민국 경제과학 수도' 비전 제시 행정통합 필수성..'다극 체제' 당위성 강조 세종시 언급 "하나의 행정도시로 전락" 행정통합 '경제'에 초점 맞춰 추진될 듯 박정현 군수 '신중론'..'주민통합' 대의제 띄워
대전·충남 행정통합 민관협의체(민관협)가 동력 확보를 위해선 “기초자치단체장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협의하는 과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제시하면서 이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진통은 필수불가결할 것으로 보인다.
민관협은 23일 충남도청 기자실에서 2차 회의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구 제도와 뗄 수 없는 구조 속에서 시·군 단체장도 한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어떻게 동력을 확보할 것인가’를 묻는 <디트뉴스> 질문에 이 같이 답하며 “자치단체장의 합의가 가장 어려운 단계”라고 꼽았다.
민관협은 이번 행정통합의 비전을 ‘대한민국 경제과학 수도’로 정하고 통합 명칭은 ‘대전충남특별시’로 정했다. ‘수도권 일극체제’ 타파와 더불어 ‘다극’ 체제를 위한 행정통합의 필수성을 강조했다.
특히 특별법 제정과 시·도민 공감대 확산을 통해 2026년 7월까지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키겠다는 구상이지만, 같은 해 6월 차기 지방선거가 열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치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만만치 않다.
“기초단체 통합 아닌, 광역 통합 관점으로 봐야”
다만 전 행정안전부 차관 출신인 정재근 공동위원장은 “단체장이 필요성은 인지하지만 여러 정치적 이유 때문에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선거구 문제는 복잡하지 않다.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기초단체 통합이 아니라는 것은 기초단체의 법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되 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만 없어지고 ‘특별자치시’가 생기는 것”이라며 “기존 선거구도 바뀌는 것이 없어 주민의 기본 생활에도 불편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남 15개 시·군과 대전 5개 자치구는 변화 없이 기본 큰 틀만 바뀐다는 의미다. 앞서 언급했던 기초단체장의 ‘기득권 내려놓기’는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의 광역 단체장 기득권과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정 위원장은 “자치단체의 동의를 얻는 방법은 의회와 주민을 통하는 방안이 있다. 통합 청주시로 개편되는 과정을 직접 관리하고 추진했다. 청원은 마지막 주민투표에서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도 (결과가 반전됐다)”며 “그래서 단체장의 합의 후 주민 공감이 두 번째 단계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통합을 위한 특별법에는 각 지역이 담고 싶은 것을 담게 된다. 도시 계획 특례 등과 재정도 기존 충남과 대전이 갖던 교부세, 양여금 등이 모두 인정되는 것”이라며 “큰 틀의 통합을 통해 일자리, 경제 등 정책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으로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앞으로 여러 목소리가 지역별로 표출될 것으로 본다. 각 지역별로 설명을 드리고 같이 갈수 있는 방향으로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분리의 이익’ 컸지만..‘통합의 이익’ 도모할 때
이창기 공동위원장은 “중앙 권한의 대폭 이양을 통해 대한민국의 첨단 산업을 이끌 글로벌 성장 거점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수도 서울에 버금가는 지위와 위상을 가지기 위해 특별시가 필요로 하는 권리를 중앙에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수도권 집중 이라는 극단적 일극 체제 속에서 대전과 충남이 뭉치면 어떤 효과 있겠냐’는 질문에는 “행정구역 개편은 분리와 통합의 이익이 있다. 이전의 통합은 분리의 이익이 컸기 때문에 국가 발전 방향이 그쪽으로 향했던 것인데 지금은 분리의 이익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진혁 교수는 “대전과 충남이 분리됐던 35년 전은 국가 정책의 방향이 도시화와 현대화였다. 농촌과 도시를 분리해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며 “시대적 흐름을 보면 지금은 광역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도출됐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 “앞으로의 문제를 봤을 때 통합의 발전을 모색할 때가 됐다고 본다. 또 한 차례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통합으로 수도권 집중을 견제할 수 있겠냐는 문제는 쉽지는 않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건설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진했지만, 하나의 ‘행정도시’로 전락했다”며 “통합의 효과는 가늠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 분리된 상태는 더 희망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정현 부여군수 '주민 통합' 대의제 강조
‘통합의 목적’을 단순 행정이 아닌, ‘경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세종시는 기관 이동과 함께 수도권 거주 공무원을 대거 내려보내면서 도시의 형태를 갖췄지만, 경제 효과와 더불어 ‘유령도시’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현재 대전·충남 행정통합과 관련해 충남은 최재구 예산군수, 최원철 공주시장, 박범인 금산군수가 민관협에 이름을 올려 놓은 상태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단체장 중 제일 먼저 우려의 시각을 전한 바 있다. 행정통합안이 수면 위로 올라왔던 초기, 충청권의 이익 도모 방안 보다 정치적 문제로 변질됐다는 이유다.
박 군수는 이날 회견 내용에 대해 본지와 통화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신중론이 자치단체장의 기득권 사수로 왜곡돼선 안 된다. 합당한 설명과 절차없이 정치권 소수에 의해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면 주민 지지를 얻기 쉽지 않을 것이다"라며 협의체가 여전히 '기관' 중심으로 쏠린 점을 지적했다.
박 군수는 그러면서 "진정한 충청권 통합은 정치적 해석보다 '주민통합'이라는 대의제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며 "행정 통합에 앞서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목표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먼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