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의 밤, 이장우 시장은 뭐하고 있었나

[서희철의 좋은 정치]

2024-12-26     서희철 전 법무부장관 비서관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청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대전MBC 보도 화면 갈무리.

12월 3일 내란의 밤. 무명의 국민이 목숨을 걸고 국회로 내달리고 있을 때, 국회의원들이 위헌적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의사당 담벼락을 넘고 있었을 때, 이장우 대전시장은 집에 있었다.

이 시장은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이하게 그날 밤, 시청사에 나오지 않았다. 다만 부시장과 실국장이 4일 밤 1시에 시청에 모였다고 한다. 누가 모였는지, 무슨 일을 한 것인지, 무슨 말이 오간 것인지 대전시민은 전혀 알지 못한다.

이 시장이 나오지 않는 회의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저 부시장 등 실국장 간부들이 물리적으로 모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이 회의에서 무엇을 결정했고 어떤 조치를 했는지 대전시민은 모른다.

천인공노할 내란이 일어나 시민 재산과 생명, 기본권이 위협받고 있을 때, 대전시는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런 대응을 논의하지 않은 것이다.

사문화된 법이라고 생각했던 계엄법을 통해 이 시장이 시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계엄법 7조는 계엄사령관의 관장사항을 규율하고 있다. 제7조 1항은 이렇다. ‘비상계엄의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모든 행정사무과 사법사무를 관장한다’

이번 계엄의 위헌성을 논외로 내란수괴 윤석열 계엄 선포 이후 대전의 행정사무 권한은 계엄사령관에서 넘어갔다. 실제 계엄군은 내란 당일 새벽 강원도 양구군청에 무장한 채 진입했다.

계엄이 지속됐다면 대전시청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대전시장은 이러한 엄정한 상황에서 청사에 나오지 않고 자기 집만 지켰을 뿐이다. 전화로 무슨 지시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도 그는 대전시장으로서 자격이 없다.

계엄법 제8조 1항은 ‘계엄지역의 행정기관 및 사법기관은 지체 없이 계엄사령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제9조는 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을 보장하고 있다.

‘비상계엄지역에서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할 때에는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라고 설명돼 있다. 기겁할 내용이다.

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 22시 25분부터 해제된 다음 날 01시까지 약 155분 동안 대전시민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은 청사에 나오지 않았고 집에 있었다. 이 상황을 대전시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가는 것이 맞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12월 3일 당일 행적만으로도 시장 자격을 의심하게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이 시장 언행을 보면 그 긴박한 시점에 시청에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는지 일견 알 수 있다.

이 시장은 이번 내란사태와 관련해 대전시민은 물론 국민과 매우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내란이 해제된 당일 4일 이 시장이 이름을 올린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 성명서 일부이다.

“윤석열 대통령께서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민들께 사과하고 향후 국정안정과 쇄신을 위한 조치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합니다”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헌법파괴적 내란행위에 대해서 이 시장이 가지는 처참한 인식 수준이다. 그저 대통령이 사과하면 될 일이고 향후 국정안정과 쇄신을 위한 조치에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면 될 일인 것이다.

이런 인식으로 이 시장이 어찌 대전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지가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같은 날 올린 페이스북 담화문에서도 그는 위헌적 계엄에 대해서 그저 선포됐고, 해제됐다는 기계적 인식만 드러냈다.

지난 11일 대전도시철도 2호선 착공식에서 이장우 시장은 “내란사태 당일 밤, 왜 시청사에 나오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장은 대전시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고 시 발전을 위해서 오로지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지 그것은 정치권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고 봅니다”라고 답했다.

서희철 전 법무부장관 비서관

전단은 3일 행적을 통해 그럴 용기와 능력이 없음이 이미 확인됐다. 후단은 내란을 그저 ‘남 일’처럼 치부하는 시장의 부족하고 국민과 동떨어진 허약한 현실 인식을 보여준다.

덧붙여 내란을 주도한 세력이 북한을 자극해 남북간 국지전을 유도하는 외환의 죄까지 시도하는 정황이 보도되고 있는데 여전히 이러한 인식인지 묻고 싶다.

이런 사람에게 어찌 147만 대전시민의 생명과 재산, 기본권 수호의 막중한 역할을 맡길 수 있는 것인가.

이 글을 쓰기 위해 대전시청 홈페이지를 들락거렸다. 일류 행정, 일류 경제, 일류 문화, 일류 복지 등 곳곳에 ‘일류’를 접두사로 시정을 홍보하고 있다. 일류라고 이름 붙이는 것은 이 시장과 그 감독하 대전시 판단이다.

그러나 내란의 밤, 이 시장 행적과 그 이후 보여준 언행을 보고 대전시민 어느 누가 대전시정을 일류라고 평가할 것인지 거듭 묻고 싶다.

본래 실력은 평시보다 비상시 발휘되고, 입증되는 법이다. 12월 3일 위헌적 내란은 대한민국 국민이 비상시에도 나라를 지키고 이어갈 용기와 실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동시에 이 시장과 그를 정점으로 한 대전시정은 대전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의지와 역량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 시장이 억울하다면 언제든지 말과 글을 통해 반박해주길 바란다.

아니면 최소한 시민께 사과하는 용기라도 가지라고 충고하고 싶다. 주시하다시피 국민의힘은 내란의 원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지금까지 국민께 제대로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