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농업재해보험' 필요성 공감 속 "문제 많다"

2024-12-23     김다소미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23일 오전 열린 송년기자회견에서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재해보험법에 대해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김다소미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23일 이른바 ‘농업4법’의 농업재해보험 개정안과 관련해 “보험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법의 (구체적인) 내용에는 문제가 있다”고 짧은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 19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농업4법’에 대해 전날(18일) 개인 페이스북에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바 있다.

농업4법은 구체적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을 말한다.

특히 ‘농어업재해대책법’과 ‘농어업 재해보험법’은 농작물, 시설물 피해 복구비 단가 현실화와 농어업재해보험 품목·지역 확대를 골자로 한다. 국가가 재해 피해를 지원하면 농업인의 생산비와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복구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과 집중호우로 농작물 피해가 속출했다. 농민의 피해 보상을 위한 농작물재해보험이 운영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약관과 한계 때문에 농민들은 실질적 도움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충남의 농업인구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 지난 몇년 간 수해와 이상기후로 피해를 본 농가가 지속적인 보험 적용 범위의 확대를 호소해왔다는 점에서 김 지사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농업계가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구조와 시스템 '개혁' 띄운 김태흠


김 지사는 이날 오전 도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송년기자회견에서 ‘(충남 농민들의 피해에도 불구하고) 농업재해보험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던 이유가 무엇이냐’는 <디트뉴스> 질문에 “재해보험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본 내용적인 측면에서는 보험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농업4법의 큰 주축인 ‘양곡관리법’과 관련해 “농업, 농촌을 오히려 더 죽이는 일이라고 본다. 지금 농업에 대해서 정부가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는 부분에는 100% 동의한다”면서도 “농업정책 발전을 위해서는 구조와 시스템을 바꾸는 중장기적 계획에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곡관리법’ 비판에 비중을 두며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왔던 ‘농업·농촌 구조개혁’을 띄운 셈.

김 지사는 “잉여쌀을 국가가 매입하는 형태의 양곡관리법은 매년 적어도 1조 원 이상의 수매 비용이 필요하다. 보관 창고 관리 비용은 7000억 원 가까이 들어갈 것”이라며 “수요와 공급을 낮추는 형태로 시장 가격을 형성하고 결정하게 해야지 국가에서 다 사들이는 (방식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부분에(농업4법) 대해 우리 지역에 농업인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농업에 종사한다면 최소 연봉 5000만 원 이상은 나올 수 있는 구조와 시스템을 바꿔주는데 국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는 게 나의 소신이자 철학”이라고 덧붙였다.

천안의 한 농가에서 벼멸구로 인해 벼가 고사한 모습.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벼멸구가 번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충남도농기센터 제공. 

농작물재해보험 ‘대개혁‘이 먼저


반면 현장의 농민은 김 지사가 언급한 농업농촌구조 대개혁에 대해 ‘큰 틀의 이야기’라며 ‘재해보험 개정’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선택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사무국장은 "언제 재해가 일어날지 예상할 수 없다. 이상고온으로 인해 처음 겪는 현상들이 지속되고 있다. 보상이 어디까지 얼마나 이뤄질지 가늠이 되는 상황에서 대처하는 것과 적용 여부조차 불투명한 상태에서 대응하는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임 사무국장은 "보장 품목 범위 확대 등 (현행 보험은) 여러 군데를 손봐야 하는데 (김 지사의 발언은) 그것을 정립할 기준을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보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 문제가 많다는 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지방의회에서 처음으로 보험 개정 필요성을 띄운 노승호 부여군의원은 “농업의 현실과 현행 보험법의 괴리가 커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가가 권유하는 보험이 민간 보험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게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일종의 금융감독원 역할을 하는데, 농협 조직의 일부일 뿐이다. 견제, 감시도 못하고, 약관은 현실과 안맞고, (대처가 불가능한 이상고온으로) 재해가 날수록 농업인들에게는 보상이 적어지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재해를 대비하는 게 재해보험인데 재해가 닥치면 일종의 할증제처럼 농민이 보상을 더 못 받는다면 그게 실질적으로 재해보험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가 있나. 피해 종류는 계속 늘어나는데 실제 보상받는 품목도 한정돼 있다”고 강조했다.

노 의원은 “충남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반적인 농업의 현실과 현행 보험이 안 맞는다는 사실은 전국 농업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라며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