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尹 스스로 탄핵 선택하는 게 최선”
“내란 무죄 주장하려면 탄핵 선택하고 헌재 심판 받아야” “법 전문가 아니지만, 명백한 위헌·내란행위 규정 무리 없어” “청년에 부끄럽고 미안..정부·정치권, 청년 반응 살펴야”
'충청권 원로'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전 대전시장)이 위헌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불안한 현 정국을 수습할 최선의 선택은 ‘탄핵’이라고 진단했다. 탄핵과 하야 두 가지 방법이 있지만, 윤 대통령 스스로 하야를 선택하기 어렵다면 법대로 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염 총장은 11일 <디트뉴스24>와 전화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 입장에서 봐도)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헌법재판소 판결이 남아 자신의 무죄를 소명할 기회가 있다”며 “(윤 대통령이) 무죄를 주장하고 싶다면 스스로 탄핵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수 언론보도에 따르면 실제로 윤 대통령은 하야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대신 탄핵소추안 가결을 전제로 헌법재판소 심판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내란죄 성립 여부를 다퉈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염 총장은 오는 14일 국회의 두 번째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경우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행 체제를 맡는 것이 적절하냐는 의문이 남는다. 한 총리 역시 내란 혐의로 고발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
염 총장은 “이번엔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본다”며 “가결시 한 총리가 권한을 대행해야 하지만 그 역시 내란혐의를 받고 있는 만큼 야당에서 용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정부조직법상 한 총리 다음인 경제부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세대에 부끄럽고 미안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명백한 위헌, 위법행위라는 국민적 인식과 다르지 않다”고 답했다.
염 총장은 “내가 법 전문가가 아니기에 법률적으로 권위있는 해석을 내리기에 부족하다”며 “다만 상식적으로 볼 때, 헌법과 계엄법 위반이 자명하다. 다수 국민이 현 사태를 내란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현상 또한 무리 없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현재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수사처가 비상계엄 관련자에 대한 내란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전날 국회가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법을 통과시키면서 수사 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내란죄를 두고 어느 선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내란죄가 성립된다면 (처벌) 범위가 넓어질 것이지만, 법은 항상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엄격하게 조사해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며 “총리나 법무부 차원에서 수사기능을 조정, 통합한 합동수사본부를 발족하는 등 수사 효율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염홍철 총장은 특히 이번 사태 이후 시민 움직임과 관련해 특히 ‘청년’ 세대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중·장년층 전유물로 여겨지던 집회와 시위가 K팝과 응원봉으로 물드는 놀라운 광경이 연출되고 있기 때문. “기성세대로서 뿌듯하면서 미안함을 느낀다”고 표현했다.
염 총장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자체로 젊은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집회에 20~30대, 여성이 많아졌다는 것은 이전과 다른 양상이다. 특히 청년은 공정의 가치를 추구한다. 정부와 여야는 이들이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로정치인으로서 보수에게 ‘원칙’을 당부하기도 했다. 윤석열 탄핵이 곧 보수 궤멸로 직결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적극 반박했다.
염 총장은 “현재 여당의 정국 안정화 해법은 원칙에 입각한 것이 아니다. 다수 국민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며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운영 체제 대신 총리가 정국을 안정화시켜나가도록 당정 협조를 원활히 하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몇몇 보수인사는 윤석열이 탄핵되면 보수가 궤멸한다고 주장하지만, 보수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달려있다”며 “탄핵 돼도 도리어 혁신을 통해 강화될 수 있고, 탄핵이 안 돼도 보수는 궤멸할 수 있다. 보수는 비상한 각오로 원칙과 전통을 재건하는 혁신적인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며 독일의 첫 여성총리인 메르켈 전 총리가 언급한 ‘겸손’과 ‘품격’을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비상계엄으로 내란수괴 혐의를 받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가장 부족한 덕목이라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