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실패한 비상계엄, 성공했더라면...

[데스크칼럼] 2024년에 만난 친위쿠데타

2024-12-04     김재중 기자
4일 오전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에서 윤석열 대통령 불법 계엄을 규탄하는 대전시민항쟁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솔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밤 전격 선언한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 해제요구안 가결로 실패했다. 당연한 귀결이다. 윤 대통령이 밝힌 계엄선포 사유가 헌법상 요건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실상의 친위쿠데타에 실패했기에 망정이지 성공했더라면 우리 주변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고 공포스럽다. 

친위쿠데타 세력은 비상계엄 선포 후 가장 먼저 경찰과 군을 동원해 국회를 가로막았다. 국회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을 물리력으로 가로막겠다는 계획이었음은 수천명 시민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사실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해야 겠지만, 계엄군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에 나섰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회권이 있는 국회의장과 거대 양당 지도부를 구금할 경우, 국회는 헌법적 권한인 비상계엄 해제에 나설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수방사 특임대가 이재명 대표실에 난입해 체포 구금하려고 시도했고, CCTV 화면까지 확보했다"며  "이재명, 한동훈, 우원식 체포조가 움직였음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끔찍한 상상은 이뿐 아니다. 계엄사령관이 발표한 포고령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주권자인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해 공포를 확산시키겠다는 의도가 명백하게 담겼다.

포고령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은 물론이고 주권자 국민의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정치활동까지 금지했다. 언론과 출판 등도 계엄사 통제를 받는다고 명시했다. 전공의 등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에게 48시간 내 복귀를 명하며, 포고령 위반시 처단한다는 표현까지 감행했다. 

국회에 의해 비상계엄이 즉시 해제되지 않았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포고령에 따르면, 야당 정치인, 진보성향 시민사회 활동가와 언론인, 의료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등 의료인, 시국선언에 동참한 대학교수,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에 반대해 온 양심적 지식인 등 모두는 도망자 신세가 되거나, 최소한 숨 죽이며 계엄군 눈치를 살폈을 것이다. 

계엄이 장기화되면 계엄에 찬성하는 극우세력이 예비검속자 명단을 작성하고 색출하는데 앞장서고, 군이 예비검속을 통해 친위쿠데타 반대세력을 구금하고 탄압하는 일이 전국에서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과장이나 기우가 아니다. 실제 우리 현대사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비상계엄 해제 이후 참모들에게 "수고했다. 중과부적이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과부적'은 무리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번 친위쿠데타를 자신이 기획하고 주도했음을 시인하는 뜻으로도 들린다. 

과거 전두환과 신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사법부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를 들이댔지만, 이번엔 그럴 상황도 아니다. 실패한 친위쿠데타에 대해 사법적, 정치적 처벌을 요구하는 시민요구가 빗발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