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이냐 블루냐’ 수소경제 전환 시도 충남, 갈 길 멀다
보령 블루수소 플랜트 '철회' 촉구 전문가 "그린수소 생산 집중해야"
충남이 ‘탄소중립’이라는 대형 아젠다를 통한 ‘수소경제’ 전환에 시동을 걸었지만, 장기적인 친환경 에너지 생태계 구축을 놓고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성 없이 ‘일단은 모두’ 수용하는 어정쩡한 모양새다.
보령에 추진하는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 건립과 당진에 국내 최초로 조성되는 ‘그린수소 수전해 센터’가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도기적 수단으로 블루수소를 활용’하는 이 같은 정책은 오히려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로막는 ‘잠금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블루수소’ 힘빼고 ‘그린수소’ 힘 실어야
수소의 종류는 만들어지는 방법과 환경 친화성에 따라 기본적으로 그레이·블루·그린 등 세가지로 나뉜다.
그레이수소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수소의 대부분이며, 생산 과정에서 천연가스, 이산화탄소가 만들어진다는 단점이 있어 ‘탄소중립’의 정반대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생산되며 전 세계가 궁극적으로 이루려고 하는 친환경 에너지다. 다만 현실적으로 기온 변화 의존도가 높고 기술력 등 많은 한계 때문에 국내에선 완벽한 생산은 물론, 보편화도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여겨진다.
그레이수소와 그린수소의 중간 개념인 블루수소는 그레이수소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지지만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지하에 영구 격리시키거나 화학반응을 통해 다른 물질로 전환하는 탄소 포집 및 활용저장(CCUS) 기술이 활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그레이수소는 탄소중립이라는 대전환 앞에 지속될 수 없는 에너지고, 그린수소는 변동성이 커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다 보니 완충 지점인 ‘블루수소’ 육성에 열심히 인 이유다.
빗발치는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 철회 촉구
기후위기충남행동과 기후위기보령행동, 기후솔루션은 26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령 블루수소 생산 플랜트 건설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플랜트가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해 생산 목표량이 절반으로 준 사실이 이번 국정감사장에서 드러났다. 공장 생산 목표가 기존 연간 25만 톤에서 절반 수준인 12만 5000 톤으로 축소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국감 자료를 인용하며 “당초 계획에서 연료전지 발전, 운송 등의 계획은 사라지고 기존 가스복합발전기 3기의 혼소 계획도 철회됐다. 중부발전과 SK E&S는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자 광양 LNG복합발전소를 보령으로 이전해 7만 5000톤의 수소 혼소를 추진한다는 계획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석연료로 생산한 블루수소를 가지고 LNG와 섞어 혼소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것은 LNG 발전소의 수명연장 수단에 불과”하다며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로 막대한 재원만 낭비할 뿐이다. 당장 플랜트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재생에너지에 투자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린수소 집중해야" vs "현재로선 최선"
이번 기자회견에 동참한 민간 기업 기후솔루션은 ‘보령 블루수소 프로젝트의 세 가지 그림자’라는 보고서에서 “보령에서 생산한 블루수소를 가스복합발전기에 혼소하는 용도로 활용하려는 한국중부발전의 계획도 탄소중립과는 거리가 멀다. 가스복합발전기에 수소를 30~50% 혼소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11~2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은 이어 “정부는 청정수소 인증제와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을 통해 블루수소 산업을 고착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해 블루수소 생산이 아닌 재생에너지의 확대에 기반한 그린수소 생산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천연가스의 지속적인 사용은 화석연료 기반의 시스템과 제도가 상호작용해 단계적 퇴출을 어렵게 하고 과도기적 수단으로 블루수소를 활용한다는 취지가 잠금효과를 불러올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린포트폴리오’ 실현을 제시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해 잉여전력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에 집중하고 생산된 수소는 기존의 화석연료 대체 수단이 없는 난감축 분야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블루수소의 과소평가된 지구온난화 효과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해 정부의 ‘청정수소 인증제’ 대상에서 블루수소를 원척적으로 제외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블루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발생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보령 공장의 계획은 발생되는 이산화탄소를 영구 격리 시킨다는 것”이라며 “총량적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린수소는 전 세계적으로 현행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