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일상화 시대···충남, 新패러다임 농업정책 부재

일상화·대형화되는 '기후재난' 사후 대책 마련돼야 충남, 벌마늘·일소·열과 '재해인정' 농식품부에 건의

2024-11-08     김다소미 기자
천안의 한 농가에서 벼멸구로 인해 벼가 고사한 모습. 충남도농기센터 제공. 

최근 몇 년 사이 경험해 본 적 없고, 예측 불가능한 이상기후가 농·어업 전반에 걸쳐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지자체 차원의 제도적 뒷받침이 새롭게 정립돼야 하는 이유다.

이상기후로 인한 여러 병해충 증가와 농업재해는 이제 농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해를 넘길수록 대형화 양상으로 굳혀지는 재해에 대응하려면 농작물재해보험 제도를 폭 넓게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현재 농업 지원 시스템에선 ‘농작물재해보험’이 재해로 인한 농민의 피해 보전책의 전부지만, 현장 농민은 재해가 발생하면 손해평가사와 서로 재해의 규모와 보험 적용 범위의 이견차를 보이기 일쑤다. 이로 인한 고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특히 현행 보험 적용 작물이 특정 품목에 편중됐다는 호소는 전국 곳곳에서 재해 때마다 지적되는 가장 큰 문제점이다. 태풍, 호우 등 과거부터 이어온 자연재해 위주로 보상범위가 정해져 있고, 새로운 이상기후로 인한 병해충 등의 재해에 대한 대응 탄력도 떨어진다.

열과 피해를 입은 예산군 한 농가의 사과 모습. 예산군 전체 농가의 30%가 열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재해에 해당되지 않아 마땅한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예산군 제공. 

‘열과·일소·벼멸구·벌마늘’ 수확량↓ 피해↑
서해안 고수온 지속..바지락 집단 폐사


충남의 농업재해보험율은 올해 9월말 기준 61.6%다. 전국 2위 수준이지만 까다로운 보험금 지급 기준으로 실보장율과 보장 폭이 낮다는 볼멘소리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충남도는 2024~2028년 농업작업 안전재해 예방 계획을 수립했지만, 이상기후에 따른 대책 내용은 없다.

한창 수확에 나서는 9~10월 서천, 태안 등 충남 농가는 벼멸구 피해를 호소하기 바빴다. 그보다 앞선 3~4월에는 일조량 부족으로 사과, 딸기, 멜론의 출하 시기 늦어져 농심을 태웠다.

벼멸구는 기온이 내려가면 활동이 뜸해지고 고온이 지속되면 ‘창궐’한다. 올해는 9월까지 이어졌던 폭염 탓에 벼멸구 활동이 기승을 부린 것으로 분석된다. 일조량 부족도 예기치 못한 잦은 강우로 작물이 적정량의 햇볕을 쬐지 못하면서 생육 부진 결과를 불러왔다.

지난달 21일에는 천안에서 33도 이상의 폭염 장기화에 따른 햇볕데임 현상인 ‘일소’ 등으로 농작물 피해 급증을, 지난 1일에는 예산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열과 피해 역시 재해보험 적용을 건의했다.

전국적으로 벌마늘 피해가 심각해지자 농식품부는 벌마늘을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구제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충남을 제외하고 전남, 경남, 제주만 농업재해로 인정했다.

2022년 충남은 집중호우로 농작물 2467㏊ 면적이 잠겼다. 2023년에는 이상저온으로 농작물 2419㏊가 집중호우로 1만 1469㏊가 피해를 입었다. 올해도 집중호우로 1만 3089㏊, 벼멸구 피해는 3570㏊가 발생했다. 부여와 청양은 3년 연속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지난 8월 충남 태안군 고남면 탄개항 근처 양식장에 고수온으로 폐사한 우럭이 물에 떠 있는 모습. 태안군

이상기후는 바다라고 예외가 아니다. 충남 패류 양식장은 보령·서산·당진·홍성·태안 5개 시군 5243㏊ 규모에 달하는데 이중 고수온으로 인한 바지락 집단 폐사는 62%인 3251㏊에서 발생했다.

세계 5대 갯벌인 서산 가로림만 일대 어촌계 17곳 중 13곳에서 집단 폐사 피해를 입었다. 집계된 피해 면적은 가로림만 일대 전체 바지락 양식장 면적(861㏊)의 78%에 이른다. 바지락 양식장의 적정 수온은 최저 15도~최고 22도 안팎이지만 올해는 이상 기후로 28도 이상의 고수온이 두 달 가까이 지속됐다. 

벼를 수확하는 모습. 자료사진. 

부여군에서 친환경 벼농사를 짓는 최동혁 씨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는) 데이터 수집 등 급변해야 하는 농업에 대해 너무 안일하게 대처를 해왔다. 기후변화가 커지는 만큼 특성화된 종자를 개발하는 등 대응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어 “농업계의 탄소중립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며 “화학비료를 줄이고 자연 생태계 회복을 위한 정책도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이상기후도 자연이 무너지면서 오게 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