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무용론’에 데이터로 맞선 박정현 부여군수 “분명한 효과” 입증

尹정부 들어 '지역화폐' 정쟁 대상됐지만.. 굿뜨래페이, 대통령상 수상..우수 정책 증명 최초로 개발한 '지역 선순환 시스템'

2024-10-24     김다소미 기자
박정현 부여군수가 24일 한겨례신문사가 주관하는 '제15회 아시아 미래 포럼' 연사로 초청돼 부여군의 지역화폐 '굿뜨래페이'의 가치를 소개했다. 김다소미 기자. 

박정현 부여군수가 24일 ‘제15회 아시아 미래 포럼’의 분과세션 1 연사로 참석해 부여군 지역화폐인 ‘굿뜨래페이’의 가치를 알리며 “지역화폐를 무용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지만 분명하게 내수경제에 도움이 된다. 부여에서 축적된 데이터가 이를 증명한다”고 밝혔다.

아시아 미래 포럼은 한겨례신문사가 주최하며 이날 오전부터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저출생 축소사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대주제로 열렸다.

박 군수의 이번 참석은 기존 포럼 연사 초청과 다른 의미를 지닌다. 지방정부 협의회 세션은 전통적으로 언론사 주최사의 회원 지자체 사례를 소개한다. 박 군수의 경우 회원은 아니지만 다른 공식석상에서 소개된 ‘굿뜨래페이’의 진정성에 공감해 초청된 사례다. 

포럼에는 여성이 주로 수행해온 무급 돌봄 노동을 경제에 포함해야 한다는 ‘돌봄 경제학’ 분야 선구자 낸시 폴브레 미국 매사추세츠대 명예교수가 ‘저출생 해법, 돌봄경제로의 전환에서 찾다’를 주제로 기조강연에 나섰다.

또 언론인 손석희 씨는 ‘축소되는 인구,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앨런 말라흐 미국 커뮤니티프로그레스센터 수석연구원과 대담을 나눴다.

이외에도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오세훈 서울시장,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개혁신당 허은아 대표 등이 참석했다.

굿뜨래페이는 2019년 출시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전자식 화폐다. 페이로 결제하면 현금으로 정산돼 들어오는 게 아니라 페이로 들어오기 때문에 그대로 타 가맹점에서 재사용되는 ‘공동체 순환형 지역화폐’라는 특징을 띈다. 박 군수가 참석자들에게 굿뜨래페이를 설명하고 있다. 김다소미 기자. 

예산삭감 정부 기조 속 ‘굿뜨래페이’는 어떻게 성장했나


박 군수는 ‘기로에 선 지역, 위기를 기회로’ 주제로 열린 분과세션 1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이번 정부 들어서 지역화폐가 무용하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해 있다”며 “부여는 굿뜨래페이로 자영업자 매출이 기본 20~30% 증가했다. 확실한 효과가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굿뜨래페이는 2019년 출시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전자식 화폐다. 페이로 결제하면 현금으로 정산돼 들어오는 게 아니라 페이로 들어오기 때문에 그대로 타 가맹점에서 재사용되는 ‘공동체 순환형 지역화폐’라는 특징을 갖는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역화폐 관련 예산 삭감 정책에도 굿뜨래페이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0년 사용자는 3만 7247명에서 지난해 첫 7만 명을 넘어 올해 8월 기준 7만 5386명을 기록했다.

최근 부여군의 인구가 6만 선이 붕괴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타지역 이용자 수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 지원 지역화폐 예산이 삭감되자 타 지역 지역화폐는 그야말로 ‘위기’를 맞았다.

국비 예산으로 상품권 할인과 발행 규모를 정해왔는데 실제 현장에선 예산이 축소 또는 삭감되면서 할인율과 발행 규모가 줄어드는 현상을 불러왔다. 기존 일부 지역화폐 시스템이 지속적인 예산 투입을 전제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굿뜨래페이 결재 모습. 부여군 제공.

‘선순환 시스템’ 구축, 수수료 ‘0원’
정책발행 늘려 유통 금액 확대 유도


하지만 굿뜨래페이는 독자적인 시스템 개발로 별도의 수수료가 들지 않아 56억 원을 절감했고, 지속적인 순환 방식과 정책발행액 증가로 성장을 가속화했다.

특히 골목상권 사용액 높아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2020년부터 2023년 6월까지 월평균 골목상권 사용액은 47억 원으로, 전체 61%를 차지했지만 2023년 7월 이후 월평균은 56억 원으로 86%까지 증가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적극적인 ‘정책발행’이 있다. 농민수당, 재난지원금 등 정부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뜻하는 정책발행은 올해 기준 총 1143억 원, 40여 종이 굿뜨래페이로 유통됐으며 이는 충남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박 군수는 “처음 (민선7기) 군수로 취임할 때 충남에서 처음으로 농어민수당을 기본소득 개념으로 도입했다. 전국에선 세 번째였다. 이런 정책발행 지급방식을 현금으로 할지, 지역화폐로 할지에 따라 지역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이어 “이런 정책발행을 최소한 200억~300억 원 발행한다면 지역화폐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고 봤다. 공무원 복지 포인트도 노조와 협의해 30%를 지역화폐로 지급한다"고 부연했다.

"지역화폐, 재정낭비 아닌 소상공인 지원 정책"


이 같은 방식은 굿뜨래페이의 결제 특성 상 지역 내 경제 순환을 불러왔다. 지원금을 페이로 받으면 소비자(군민)는 지역 내 가맹점에서 사용한다.

가맹점주는 페이 시스템으로 들어온 결제 대금을 ‘원’으로 바꾸지 않고 다른 가맹점에 또 다른 소비자로서 사용이 가능하다. 이는 군이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충전인센티브와 소비인센티브를 적극 활용했기 때문이다.

박 군수는 김건호 경기연구원의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재난지원금을 지역화폐로 지급한 지난 2021년, 실제 재난지원금 사용 전후를 비교했을 때 화폐 사용 가능 점포의 결제액이 약 1.4~3.2%p 높아졌다"며 "지역화폐는 재정낭비가 아닌 재정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굿뜨래페이의 총 유통액은 5023억 원이다. 이중 10%에 해당하는 510억 원이 지역 내 재순환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기업 88개를 유치한 것과 같은 효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