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은 최저, 벼멸구 피해는 최고···“콤바인 값도 안나와”
충남 벼 농가, 전국 11.5% 차지 도내 15개 시·군, 벼멸구로 1636㏊ 피해 엎친 데 덮친 '도복' 피해
이상기온에 충남 벼 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온으로 해충이 기승을 부리고, 폭우로 벼 도복 피해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 차원의 신속한 피해 조사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으로, 도는 농업재해 인정 및 피해벼 정부수매를 건의해 둔 상태다.
특히 벼멸구는 자연재해 미적용 대상이지만 이번 도복 피해로 연계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벼 농가의 11.5%를 차지하는 충남 벼 농가는 총 11만 5619가구다. 경지면적도 21.4만㏊로 전국 면적의 14.1%를 해당하는 규모다.
벼 하부에 붙어 '흡즙' 방식으로 고사
9월까지 지속된 폭염..개체 증식 확산
26일 충남도와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도내 벼멸구로 인한 피해 면적은 15개 시·군 1636㏊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중 서천군이 530㏊로 피해가 가장 컸으며 ▲태안군 200㏊ ▲청양군 160㏊ ▲홍성군 150㏊ 순이다.
벼멸구는 주로 중국에서 남서풍을 타고 한반도에 유입되는 해충인데, 대게 6월 중순부터 7월말 사이 날아온다. 벼멸구는 벼의 줄기 하부에서 흡즙 방식으로 벼를 고사시키고 점차 벼가 집단으로 말라 죽는 집중 고사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올해 9월 중순까지 지속된 폭염으로 벼멸구 개체증식이 확산된 게 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도는 돌발병해충 방제비 종합지원을 위해 31억 원을 투입했으며 내년도 긴급방제비 53억 원 예산을 신청했다.
충남 1802㏊ 침수..가루쌀 낮은 등급판정 우려
"벼멸구 피해, 보험처리 반드시 필요"
폭우로 인한 도복도 상당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번 가을 비로 전국에서 벼 1만 1024㏊, 배추 678㏊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충남에서는 총 1913㏊ 면적에 달하는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벼의 경우 총 1802㏊가 도복됐고, 시·군별로는 ▲태안군 395㏊ ▲부여군 390㏊ ▲서천군 350㏊ 순이다.
이중 가루쌀의 경우 28개 단지 45㏊가 침수됐다. 본래 수확적기는 10월 25일이지만 조기수확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루쌀은 전량수매 조건인데, 도복으로 인한 낮은 등급판정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도는 이 내달 초 농식품부에 등급 상향 수매를 건의할 계획이다.
부여군에서 농사를 짓는 청년농부 A 씨는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벼멸구가 너무 심해 추수를 위한 콤바인 비용도 못 건질 상황”이라며 “그냥 보험처리를 기다리는 분도 많다. 보상이 반드시 돼야 한다”고 밝혔다.
A 씨는 이어 “벼멸구가 계속 번지니까 수확을 아예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차라리 수확 시기를 앞당기는 농가도 제법 된다”며 “전반적으로 쌀 생산량은 크게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A 씨는 또 “이미 쌀값이 바닥을 친 상황이다. 명절 전 80㎏ 한 가마에 15만 원에 거래가 되더라. 정부는 최소 단가 20만 원을 늘 얘기했었는데, 이번 벼멸구, 폭우 피해에 쌀값까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피해상황이 집계가 완료되면 공공비축미와 별도로 피해 벼를 매입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