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교량통제·고물가·폭염’ 삼중고 겪는 도마큰시장

유등교 통제 후 이용객 줄어 ‘한숨’ 금배추·금쪽파, 가격 듣고 발길 돌려

2024-09-13     한지혜 기자
명절을 앞둔 대전 서구 도마큰시장 채소가게 전경. 한지혜 기자.

깐 쪽파 반 단에 1만 5000원, 겉잎을 뗀 작은 손질배추 1개 6000원. 명절을 앞둔 13일 오전 대전 서구 도마큰시장 채소가게 앞에서 손님들이 금액을 듣고 발길을 돌린다.

수산물 가게도 예외는 아니다.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줄면서 일부 품목 가격이 치솟았다. 냉동 오징어 2마리 1만 3000원. 제사상에 올리는 참조기는 값이 가장 높게 뛴 어종 중 하나다. 

도마큰시장에서 40년 간 채소가게를 운영해온 김 모 씨는 “최근 값이 가장 많이 오른 게 배추와 쪽파, 시금치”라며 “시금치는 가격을 내렸다는데, 지금도 한박스에 11만 원이 넘는다. 사람들이 채소는 비싸니까 아예 안 사간다. 명절 앞두고 너무 덥다보니 사람도 더 안 온다”고 토로했다.

도마큰시장 도마수산 전경. 한지혜 기자.

이곳에서 30년 간 수산업을 해온 도마수산 사장 정 모 씨는 직접 뜬 동태포 한 팩 가격을 기존 1만 원에서 8000원으로 낮췄다. 명절을 앞두고 전 재료로 쓰이는 동태포 구매가 예년같지 않자 양은 그대로, 가격만 낮춰서 내놨다. 

정 씨는 “명절 앞두고 손님이 조금 오는거지 유등교 내려앉은 직후엔 사람이 진짜 없었다”며 “천천히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긴 하지만, 명절 끝나면 똑같지 않겠느냐”고 했다.

유성구 원내동에서 장을 보러 온 60대 김 모 씨가 명절마다 즐겨먹는 홍어 손질을 부탁한 후 동태포를 들고 구매를 머뭇거리고 있다. 그는 일정 금액 이상 시장에서 수산물을 구매하면 일부 금액을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혜택을 받기 위해 이 시장을 찾았다.

김 씨는 “제수용품이 많이 올랐다. 특히 채소값이 부담이어서 수산물만 사려 한다”며 “작은 시장은 혜택이 없다기에 일부러 도마시장을 찾았는데, 요즘 전을 많이 부치지 않아서 동태포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구매량이라도 줄이자” 분식집도 한산

도마큰시장 내 떡집 모습. 유등교 통제 이후 손님 방문이 줄어 걱정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그나마 떡집은 사정이 낫다. 송편 등 주요 품목은 지난해와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다만, 고물가 현상으로 다른 품목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양을 줄여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떡집 사장 이 모 씨는 “다른 것들이 다 올랐으니까 떡도 올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출이 늘다보니 양을 적게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송편은 1년에 한 번 먹는 떡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1년 전 가격을 기억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 씨는 “시장 근처에 사시는 단골 손님들이 다리 하나만 건너면 편하게 왔는데, 이제 여기로 못 오겠다는 이야기를 종종 한다”며 “특히 시장 방문객은 연세드신 분들이 많은데, 차 운전도 어렵고, 다른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마큰시장에서 30년 가까이 분식집을 운영해온 강 사장이 그릇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원재료값이 크게 올랐지만 음식 가격을 그만큼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한지혜 기자.

30년 가까이 시장을 지킨 대가김밥 분식집도 한산하다. 장을 보기 위해 시장을 방문해 늦은 아침, 이른 점심을 먹는 손님이 드물다.

강인자(63) 사장은 “옛날에나 장사도 잘 되고 북적북적했다”며 “명절 앞두고도 아침에 일찍 오전에나 사람이 있지 오후에는 더우니까 안 온다. 3시 넘으면 손님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

강 사장은 “물가는 갈수록 오르는데 그렇다고 음식값을 매번 올리기도 그렇다”며 “원재료값은 오르지만 전통시장에서 음식값을 올리면 손님이 떨어진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도마큰시장 주차장 옆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온누리상품권 환급 혜택 제공 부스 모습. 한지혜 기자.

딸과 함께 장을 보러 나온 서구 주민 이 모(58) 씨는 명절 때면 꼭 도마큰시장을 찾는다. 

이 씨는 “도마시장이 정이 많다. 유등교가 통제되면서 사람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오던 사람은 올 것”이라며 “채소는 잘 안 사고 대신 과일을 샀다. 뉴스에서 가격이 많이 내렸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체감 상 너무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대전시는 침하한 유등교를 철거하고, 재가설할 계획이다. 신설 교량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과 연계해 오는 2027년 하반기 준공한다.

시는 우선 가설교량 설계에 착수했다. 가설 교량은 오는 12월 준공하며 유등천 상·하행을 분리해 왕복 6차로 규모로 보행자, 자전거 통행로를 설계에 반영하기로 했다. 소요 예산은 약 100억 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