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의회 현대오일뱅크 과징금 부과 반대?
1500억원 과징금 부과 촉구 건의안 세번째 폐기 최동묵 시의원 "우리 지역 환경을 지키기 위한 것" 강문수 시의원 "재판과 관계없이 내는 게 맞아"
환경부가 폐수 무단 배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에 과징금 1509억 원을 결정하고도 1년 넘게 부과를 미루고 있는 가운데 이해관계자인 인근 시군 기초의회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태안군의회는 의원 전원이 지난해 10월 환경부를 찾아 집회를 열고 환경부에 적극적 대응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한 뒤 지난 6월 제303회 정례회에서 ‘현대오일뱅크 페놀 무단 배출 사건에 대한 과징금 신속 부과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촉구 건의문’을 채택해 환경부에 보냈다.
태안군 이원면은 해양자원의 보고인 가로림만을 사이에 두고 HD현대오일뱅크 본사와 9.6㎞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당진시의회도 지난해 9월 "서산과 생활권을 공유하는 당진에도 8000여 명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고, 대산공단 방향에서 발생한 원인 미상의 악취와 대기오염으로 수년째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며 현대오일뱅크 페놀 사건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반면, HD현대오일뱅크 본사가 위치한 서산시의회는 과징금 부과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이다. '친기업' 논리를 주장하는 일부 의원들 때문에 합의안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의회 환경오염대책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최동묵 의원(민주·인지면, 부석면, 팔봉면)에 따르면 지난 5월 의원 동의를 얻어 'HD현대오일뱅크 과징금 부과 촉구 건의안'을 내려했지만, 7명만 동의해 건의안을 내지 못했다.
법상 결의안(건의안)은 의원 5분의 1이상만 동의(연서)를 받아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지만, 서산시의회는 관례적으로 3분의 2이상(전체 의원 14명 중 10명)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최 의원은 지난 7월에 재차 시도했지만, 동의한 의원이 9명에 불과해 폐기됐다.
최 의원은 이번 제298회 임시회에 건의안을 올리기 위해 최근 10명의 동의를 겨우 얻어냈다. 하지만 11일 시작된 임시회에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의원 일부가 막판에 동의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서산시의회 역사상 같은 건의안을 3번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의원은 "법원 판단을 기다려 봐야 한다거나 지역경제의 한 축인 기업을 챙겨야 해서 동의 할수 없다는 의원도 있다"며 "과징금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게하는 의미도 있지만, 재발을 막는 기능이 있는만큼 하루빨리 환경부는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의원은 이어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기업의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위로 많은 주민이 상상할 수 없는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후손에게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땅과 바다를 물려줄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HD현대오일뱅크가 위치한 대산석유화학공단을 지역구로 둔 강문수(국민의힘·대산읍, 지곡면) 의원도 "일부 의원 중에는 기업이 어려우니 그런 부분도 감안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는 것 같다"면서 "하지만 현대오일뱅크가 잘못을 인정해 과징금도 깎아준 만큼 진행중인 재판과 관계없이 내야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환경부 과징금 44% 깎아주고 1년 넘도록 부과 안해
한편, 검찰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은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공장 폐수 배출시설에서 나온 페놀 및 페놀류 함유 폐수 33만 톤을 현대 OCI 공장으로 배출했다. 앞서 2016년 10월∼2021년 11월에는 페놀 폐수를 자회사 현대케미칼 공장으로 배출했다.
또 2017년 6월부타 2022년 10월에는 대산공장에서 나온 페놀 오염수 130만 톤을 방지시설을 통하지 않고 공장 내의 가스세정 시설 굴뚝으로 증발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대한 법률'(환경범죄단속법) 위반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 당시 대표이사 등 임직원 8명을 기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환경부는 HD현대오일뱅크가 자진 신고하면서 제출한 감면신청 등을 참작해 애초 산정액 2695억 원에서 44%를 깎은 1509억 원 부과를 예고했다. 감면 신청 당시 현대오일뱅크 측이 원하는 감면율은 최대 80% 수준이었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환경부는 HD현대오일뱅크에 사전통보만 하고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고 있다.
환경범죄단속법은 물환경보전법상 페놀과 같은 특정수질유해물질을 불법 배출할 경우 최근 3년간 평균 연 매출액의 5%이내와 오염물질 제거 및 원상회복에 드는 비용을 더한 금액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HD현대오일뱅크의 매출액은 28조 10978억 원이며 과징금 1509억 원은 지난해 말 기준 HD현대오일뱅크 자산총액의 26.25% 수준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폐수가 아닌 대산공장 설비간 용수이기 때문에 ‘물 부족에 따른 공업용수 재활용’이지 위법의 고의성이 없고 실제 환경오염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