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향한 40분간 고강도 비판 “대통령이 헌법 유린”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 친일 인사 기용, 의료대란 등 현 정부 실정 '날선 비판'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정부·여당 전향적 자세 촉구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4일 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헌법’을 키워드로 정부·여당을 향해 40여분간 날선 비판을 했다. 그는 친일 인사 기용과 의료대란, 채상병·김건희 특검법 등을 언급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설 중 ‘윤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여당 의원은 일제히 ‘네’라고 답했고, 야당 의원은 ‘아니오’라고 대응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대표연설에서 “헌법을 수호해야 할 책무가 있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자를 공직에 임명하는 반헌법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이 유린당하고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친일파 명예회복을 주장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과 일제강점기 우리 국민은 일본 국적이었다는 김문수 노동부장관, 일제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을 공식 인정한 국방부 장관을 안보실장으로 임명한 사례를 지목하면서다.
그는 이어 "그래놓고 대통령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발뺌하고 있다. 이게 정상이냐"며 "우리 영토 독도 지우기는 어떤가. 군 정신교재에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현하고, 독도방어훈련 비공개 전환, 동해 일본해 표기 방치, 독도 조형물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면 결자해지해야 한다”며 “대한민국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정하는 독립기념관장과 고용노동부장관을 해임해 헌법 수호 책무 의지를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윤 정부 출범 2년 4개월 “총체적 위기”
박 원내대표는 “윤 정부 출범 2년 4개월이 지나는 사이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가 위기에 빠졌고, 헌정질사마저 위험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목에서 2022년 8월 서울 신림동 반지하 참사,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2023년 7월 청주 오송지하차도 참사를 언급했다.
박 원내대표는 “모든 참사를 관통하는 것은 무대책, 무능력, 무책임”이라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국가와 정부 신뢰는 산산조각 났고, 국민을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의료대란과 관련해선 “현재 응급실을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돌다 숨지는 환자가 발생하고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며 “그러나 대통령은 아무 문제 없다고 강변하는 무책임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가 채무와 임금체불액, 폐업신고 현황 등을 언급하며 “민생경제는 파탄지경이다. 앞에선 재정 건전성을 내세워 서민 지원을 반대하고, 뒤에서는 초부자 감세로 생색내더니 결국 심각한 재정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윤 정부는 검찰독재, 국회 무시와 행정독주, 언론탄압으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야당은 국정운영 파트너가 아닌 궤멸해야 할 적으로 간주됐다. 검찰은 권력을 지키는 홍위병이 돼 야당탄압에 앞장서고 있다”고 규탄했다.
잇단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는 “벌써 21회나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 입맛에 맞는 법안만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며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적대시하며 국민 편 가르고, 갈등을 부추기며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민심이고, 대통령이 싸우라는 대상은 국민”이라며 “민심은 권력이라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성나면 배를 뒤집는다. 계속 민심을 거역하면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벌거벗은 임금님, 그리고 무정부 상태
박 원내대표는 지난주 대통령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두고 동화 속 ‘벌거벗은 임금님’을 비유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 '응급실 뺑뺑이' 등 의료현장 문제점을 언급한 취재진 질문에 "비상진료체제는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윤 대통령 발언을 지목한 것이다.
그는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인식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많은 국민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 아니냐는 한탄을 하고 있다. 위기를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위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여야대표회담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민생 회복과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며 국회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대란 해결을 위한 여·야·의·정 비상협의체 구성, 민생회복지원금과 지역사랑상품권 확대발행, 딥페이크 범죄 근절을 위한 제도 보완 등을 제안했다.
◇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법안”
박 원내대표는 해병대원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공정과 상식을 바로 세우기 위한 법안”이라며 정부·여당을 향해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대통령 배우자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수사는커녕 ‘황제 조사’를 받으며 면죄부를 받는 것은 누가 봐도 공정하지 않다”며 “주가조작, 명품백 수수, 고속도로 특혜, 국정농단 같은 대통령 배우자 범죄 의혹이 태산처럼 쌓였는데, 그대로 놔두고서 정상적 국정운영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병대원 억울함을 풀고, 수사외압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은 정쟁이 아닌 정의 실현”이라며 “국민 절대다수가 지지하는 특검법을 반대하는 것이 정쟁”이라고 했다.
한동훈 대표를 향해선 “민주당은 제3자 추천안을 수용하겠다는 대승적 결단을 했다”며 “이제 한 대표가 국민과 약속을 지킬 차례”라고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