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지금] "소아재활 치료 체계, 전반적 문제 노출"

[인터뷰] 이상호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정상화 대책위 집행위원장 "지자체·정부, 장애아동 치료받을 권리 보장해야"

2024-08-27     유솔아 기자
이상호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정상화를 위한 환아가족 및 노동·시민사회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을 27일 대전시청에서 만났다. 유솔아 기자.  

“소아 재활치료 체계 전반의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상호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정상화를 위한 환아가족 및 노동·시민사회대책위원회(대책위) 집행위원장이 ‘공공어린이재활병원(병원) 사태’를 두고 한 평가다. 

이 위원장은 27일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에 앞서 <디트뉴스>와 만나 이번 사태에 관한 본질적 원인과 대책을 제시했다. 

병원은 지난해 5월 전국 최초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전문 어린이 재활 의료기관 공급 부족과 막대한 치료비로 전국을 떠돌던 ‘재활 난민’들이 지역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개원 1년 3개월이 흘러 치료사 20여 명이 병원을 떠났다. 필수수당 미비, 낮은 임금 등이 원인인데, 현재 대전시와 병원 직원(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은 ‘비정규직(계약직) 경력 인정’을 두고 다투고 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노동자 처우 개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노조가 단순히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파업을 할 때 대책위를 꾸리는 것은 흔지 않은 일”이라며 “직원들이 떠나가면 과연 병원이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소아재활치료'라는 기능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을지 등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시 '재활아동 치료' 병원 설립 취지 인지해야"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정상화를 위한 환아가족 및 노동·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27일 대전시청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솔아 기자.

일차적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는 입장이다. 

시는 ‘비정규직 경력 인정’ 문제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 ‘비정규직 차별 중단’ 권고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해 달라"는 노조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는 “병원 설립 취지는 재활아동 치료이지, 이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며 “시가 겉으로는 병원을 위해 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실상은 병원이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애쓰고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계속해서 “병원은 당초 정원 30여 명이 부족한 채 개원했고, 시는 병원이 안정화되면 증원하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치료사는 업무 과부화를 겪고 있다. 시가 병원 기능을 축소, 약화시켜서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출산 장려하지만 장애아동 치료 책임 안 져"

정부 책임론도 제기했다. 출산은 장려하고 있지만, 고령자 출산 대책에는 소극적이라는 것. 

이 위원장은 “고령 출산이 늘어남에 따라 선천성 장애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면서 이런 부분에 대한 책임을 동시에 져야 한다”며 "개원 1년이 지난 현재 소아재활치료 환경이 제대로 갖춰졌는지를 진단, 논의해야 하지만 중앙정부 역시 나몰라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자체는 중앙정부 재정이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도 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노조)와 시는 오는 28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날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파업을 원치 않고, (파업을)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면서도 "이 상태를 놔둔다면 직원은 다 떠나갈 것이다. 시는 장애아동이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중앙정부는 법적 근거가 충분함에도 병원 지원을 하지 않는 부분을 개선해 내년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병원 환아 가족과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 진보당·사회민주당·정의당 대전시당은 이날 대전시청 앞에서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에는 35개 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