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소극적인 대전시, 장애아동 치료공백 '우려'
보건노조·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비정규직 경력 인정 입장차만 노조, 28일 지노위 조정 결렬시 파업 예고
대전시가 공공어린이재활병원(병원) 비정규직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처해 논란을 빚고 있다. 시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권고를 '최소한만' 수용하겠는 입장인데, 병원 직원들은 "땜질 처방"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직원들은 시와 원활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파업까지 고려하고 있어 장애아동 재활치료 공백이 우려된다.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대전충남지역본부(노조)에 따르면 노조와 시는 전날(22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조정 1차 회의에서 입장차만 확인했다.
양측은 현재 비정규직 경력 인정을 두고 다투고 있다. 최근 인권위가 시에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해 호봉을 재산정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날 비정규직 경력 80~100% 인정을 요구한 반면, 시는 60% 인정안을 제시했다. 또 노조는 그간 비정규직 경력 미인정에 따른 급여 소급적용을 요청했으나, 시는 불가능 입장을 밝혔다.
이상호 노조 사무국장은 <디트뉴스>와 통화에서 “시는 인권위 권고를 최소한으로만 수용하겠다는 땜질 처방”이라며 “타 병원의 동급 경력 인정 비율은 최소 80%에서 100%이다. 10년 일하면 6년 경력만 인정하겠다는 시의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린이재활병원이 전국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대전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잘못된 선례를 만들면 안되기 때문에 양보하고 타협할 지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환아 보호자 "시, 직원 요구 듣고 원만한 해결점 찾아야"
시와 노조는 오는 28일 지노위 2차 조정 회의를 가질 예정이지만, 협상이 원활히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비정규직 경력인정 비율 입장차가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더러, 시가 노사 협상에 미온적이기 때문.
최근 노조가 시에 요구한 행정부시장과 면담이 결렬됐다. 시는 대신 노조에 “노사 임금협상에 관한 사항은 (위탁운영 주체인)충남대병원과 협의할 내용으로 판단된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노조가 "조정 결렬 시 즉각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역 사회에선 장애아동 재활치료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애아동 보호자 70인은 최근 성명을 통해 “낮은 처우로 직원의 사직이 잇따르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장애아동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린이 재활치료에서 환아와 치료사 간 신뢰형성이 중요하지만, 담당 치료사가 바뀌면서 치료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호자들은 “시가 지역사회 공공의료와 소아재활을 받기 힘든 아이를 위해 병원을 설립했지만, 지금은 제대로 된 병원처럼 보이지 않는다”며 “시는 병원과 아이들을 위해 직원 요구사항을 성의있게 듣고 원만한 해결점을 찾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만약 원만한 해결점을 찾지 못해 치료사와 간호사 등 병원 직원이 파업에 나서 아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직원편에 서서 현 상황을 알리겠다”고도 했다.
한편 노조는 환아 가족, 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와 대책위원회를 꾸려 병원 운영 정상화를 촉구할 방침이다.